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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왜 진실은 아무도 믿지 않을까?

  • “호군을 말하는 거야?”
  • 안설이가 물었다.
  • 임예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확신하지 못했다.
  • “그는 아닐 것 같은데. 어제 안 매니저님은 호군에게도 별로 열의를 띠지 않았어.”
  • 안설이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 “그럼 누굴까요? 우씨 갑부 앞에서 우리를 도와 말을 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신분도 어느 정도 높다는 건데 제 기억 속에는 그런 귀인이 없는데요?”
  • 임예연도 의혹스러웠다.
  • 모녀 두 사람은 잠시 추측에 잠겼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전혀 우진이가 도와줬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 그녀들의 마음속에서 우진은 그저 쓸모없는 놈일 뿐이라 당연히 우씨 갑부와 관계가 있을리 없다.
  • 굳이 관계를 좀 맺으려 한다면 아마 두 사람 모두 우씨 라는 것이겠지.
  • “됐어. 신경 쓰지 마. 일단 계약을 따내고 보자. 그때 가서 안 매니저님께 상대방의 신분을 여쭤보자.”
  • 안설이가 말했다.
  • 이 때 우진이가 면을 다 먹고 올라와 환하게 웃고 있는 안설 네를 보자 QY쪽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한 것을 짐작했다.
  • “지언을 잘 보살펴, 우리는 QY랑 미팅하러 갈 거야.”
  • 안설은 기분이 매우 좋아서 말투도 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
  •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설 네가 막 가려고 하는데 임예연의 전화가 울렸다. 그녀는 전화를 받더니 말했다.
  • “엄마, 조금만 기다려요, 호군이가 지언을 보러 병원에 도착 했대요.”
  • 곧이어 호군은 과일 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다. 수입산 용과인데 아이들도 즐겨먹는다.
  • 오늘 우진을 바라보는 호군의 눈빛도 조금 달라졌다. 어제처럼 그를 업신여기는 듯한 모습은 아니었다.
  • 하긴, 어제 그들은 QY에서 찬밥 신세였는데 우씨 갑부의 비서는 우진을 그토록 존경했으니 그도 안설 네와 마찬가지로 우진의 신분이 보통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 하지만 호군이가 별 말을 하지 않자 우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는 호군이가 특별히 자신의 딸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고맙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 “참, 호군아, 혹시 네가 너희 아버지한테 부탁 했니? QY그룹의 안 매니저님이 방금 우리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엄마 회사의 약품을 구매하겠다며 계약하러 오라고 했어.”
  • 임예연은 그래도 호군만이 엄마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물었다.
  • “응?”
  • 호군은 살짝 놀라며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아빠가 무슨 그렇게 큰 체면이 있겠는가, 게다가 자기가 아빠한테 부탁을 해도 그분은 대꾸도 하지 않을 것이다.
  • “어제만 해도 안 매니저님은 군이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잖아, 아마 다른 사람이 우리를 도와줬을 거야.”
  • 호군의 반응을 본 안설이가 말했다.
  • 임예연도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호군을 바라보았다.
  • “설이 이모, 안 매니저가 벌써 전화를 하셨어요? 우리 아빠가 행동이 꽤 빠르신가 봐요. 제가 오늘 오전에 도와달라고 얘기했었는데 아빠가 오늘 시간을 내서 안 매니저님을 만나겠다고 하시 길래 그저 나를 따돌리는 줄 알았어요.”
  • 호군은 잠깐 고민했으나 바로 태연하게 인정했다.
  • 나중에 들통 날까봐 겁나지도 않았다. 나중에 들통 나더라도 그때는 이미 임예연을 잡았기에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 가장 중요한 것은 QY그룹 쪽에서는 안설과의 협력을 좋게 보기에 그녀에게 전화를 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아마 들통 나지 않을 것이다.
  • 마침 임예연이 그라고 의심하는 김에 이 공로를 끌어안으면 임예연을 공략하는데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 “어머, 진짜 네가 아버지한테 부탁한 거야? 너무 고마워!”
  • 임예연은 감격스런 표정으로 호군을 바라보더니 그녀의 어머니를 도울 사람은 호군 밖에 없다며 말했다.
  • “군이야, 정말 고마워.”
  • 안설도 살짝 흥분했다. 정말 호군이었다니.
  • 우진은 호군이가 이토록 파렴치할 줄 상상하지 못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정말 네 아버지가 나서서 우리 어머님을 도와주신 것이라고 확신해?”
  • 우진은 웃는 듯 웃지 않는 듯 호군을 바라보았다.
  • 호군은 흠칫 하며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 “호군이가 아니면 너겠어? 네가 그런 재주가 있어?”
  • 임예연은 불쾌한 표정으로 우진을 응시하며 눈에는 경멸이 가득 차 있었다.
  • “그를 상대할 필요 없어. 우리 먼저 가서 계약을 하자.”
  • 안설도 우진을 힐끗 째려보더니 임예연과 호군을 데리고 나갔다.
  • 우진은 마음속으로 비웃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호군이가 인품이 좋든 나쁘든 그와 상관이 없으니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 “아빠, 왜 이모와 외할머니는 아빠한테 그렇게 매서운 가요?”
  • 지언은 궁금하다는 듯 우진을 바라보았다.
  • 우진은 한동안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그저 웃기만 했다.
  • 그들이 자신을 쓸모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다. 딸 앞에서는 긍정 에너지를 전달해야 한다.
  • 다음 날, 우준은 드디어 지언과 일치한 골수를 찾아 병원 측은 곧바로 수술을 진행했다.
  •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지언이도 잘 회복했다. 임예향은 너무 기쁜 나머지 후속 수술비와 지언을 귀빈실로 옮긴 돈이 어디서 났는지를 캐묻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 지언이가 퇴원하는 날 임예향은 특별히 이틀 휴가를 내고 딸과 놀아주었다.
  • “지언이도 이제 세 살이 넘었으니 유치원에 보내도 돼. 그리고, 너는 무슨 계획이 있어?”
  • 불을 끄고 잠자기 전에 임예향이 우진에게 물었다.
  • “무슨 계획?”
  • 우진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서 임예향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 “그렇게 많은 돈을 빚졌는데 빨리 갚을 방법을 생각을 해야지.”
  • 임예향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 “난 그저 단비에게 1000만 원을 빚졌어, 이틀 뒤에 가서 갚을 거야.”
  • 우진이가 말했다.
  • “그래, 우진아, 네 뜻은 저언의 몇 천만 원 비용을 전부 나 혼자 출근해서 갚으란 말이야?”
  • 임예향은 몸을 돌려 베개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는 우진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 그녀는 우진이가 이토록 책임감이 없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이게 그녀의 남자가 맞는가?
  • “뭘 흥분하고 그래? 내가 언제 너더러 갚으라고 했어? 뒤에 쓴 비용은 전부 내 돈이고 나는 지금 단비에게만 1000만 원을 빚을 졌어.”
  • 우진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 “네 돈이라고? 뒤에 쓴 돈은 적어도 1억 원이 되는데 나를 바보로 알아?”
  • 임예향은 노여움을 억누르지 못했다.
  • “여보, 사실대로 말해줄게. 사실 난 재벌 2세야...”
  • 우진은 담배를 꺼뜨리고 몸을 돌려 임예향의 어깨를 껴안으며 자신의 신분을 그녀에게 알리려고 했다. 또한 몇 년 동안 임예향이 자신을 위해 고생한 것을 보충해주고 싶었다.
  • “꺼져, 건들지 마.”
  • 임예향이 노발대발하며 우진을 확 밀어내며 소리 질렀다.
  • “우진아, 정말 실망이야. 출근하며 돈을 벌기 싫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다니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 오늘 내가 미리 말해두는데 네가 출근하든 말든 상관 안 해. 하지만 누군가가 찾아와서 빚을 재촉한다면 나는 당장 너와 이혼할거야.”
  • 임예향은 말을 마치고 이불을 젖히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정말 화가 났다. 그녀는 사랑 때문에 결혼하여 비록 우진이가 창업에 실패하고 딸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많은 절망을 겪었지만 그녀는 그저 우진에 대해 약간의 불평만 했을 뿐이다.
  • 근데 지금 우진은 출근하며 돈을 벌기 싫어서 이런 터무니없는 핑계를 대다니 그녀는 더없이 실망스러웠다.
  • “뭐하려고?”
  • 우진이가 어이없어서 물었다.
  • “따로 자!”
  • 임예향은 콧방귀를 끼더니 문을 열고 나갔다.
  • 임예향이 쾅 하고 문을 닫는 모습을 보자 우진은 그저 웃프기만 했다.
  • 왜 매번 진실을 말할 때마다 아무도 믿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