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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골든 카드

  • “왜, 너무 심하게 잘난 척을 하셨나요? 카드를 긁지 그래요?”
  • 우진이가 지갑을 보며 멍해 있자 다른 가이드가 풍자하며 말했다.
  • 그녀는 우진이가 1억 원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전혀 믿지 않았었다. 우진의 지갑에 카드가 없는 것을 보자 바로 비웃기 시작했다.
  • 부잣집 부부도 마침내 시름을 놓았다.
  • 솔직히, 아까 우진의 자신감 넘치는 눈빛에 그들은 화들짝 놀랐다.
  • 그들은 우진이가 여기 있는 옷을 전부 사가면 한명은 무릎 꿇고 사과하고 한명은 무릎 꿇고 신발을 핥는다고 말을 내뱉었다.
  • 비록 그들은 절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겠지만 그래도 매우 쪽팔릴 것이다.
  • “아이고, 허풍이 심했지. 설마 신분증을 은행카드로 착각한 건 아니겠지, 그건 정말 창피한 일인데 말이야.”
  • 중년 남자는 불난 집에 부채질 했다.
  • “아까 귀띔해줬잖아, 실력이 있으면서 잘난 척 해야 간지난다고, 이제 멍청이가 됐지?”
  • 부잣집 여편네도 고소해 하며 비웃었다.
  • “지언아, 우리 먼저 가자.”
  • 임예연은 더 이상 뭐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 쪽팔려서 더는 이런 형부를 지켜보고 싶지 않았다.
  • “나는 아빠와 함께 있을래요.”
  • 지언은 고개를 저으며 우진의 옷자락을 꽉 잡은 채 가려고 하지 않았다.
  • 임예연은 진심으로 지언이가 안쓰러워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우진을 노려보았다.
  • “형부, 언제까지 망신당해야 지언을 데리고 갈 거야?”
  • “어머, 혹시 알아, 네 형부가 망신당하기를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지.”
  • 줄곧 말을 하지 않던 호군도 비웃기 시작했다.
  • 그는 요 며칠간 매우 득의양양하다.
  • 지난번 안설을 도와준 공로를 사칭한 후 최근 임예연이 그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 임예연은 비록 정식으로 그의 여자 친구가 되겠다고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그의 데이트 신청을 거부하지 않고 있다.
  • 그러니 임예연을 사로잡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고 기껏해야 조금만 더 기다리는 정도다.
  • “예연아 가자, 네 형부는 더 이상 구할 수가 없어,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그와 함께 온 것이라고 오해하기 전에 가자.”
  • 한 여자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경멸하는 얼굴로 말했다.
  • 임예연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우진이가 창피를 당하는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지만 지언이가 신경 쓰였다.
  • 우진은 비록 쓸모없는 놈이지만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지언을 좋아하기 때문에 지언이가 가지 않으니 그대로 지언을 안고 갈수도 없었다.
  • “손님, 카드를 두고 오셨나요?”
  • 쇼핑 가이드는 의혹스러워 물었다.
  • “네. 조금만 기다려요. 사람 시켜서 가져오라고 할게요.”
  • 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핸드폰을 꺼내 우준에게 전화하여 먼저 1억 원을 가져다 달라고 하려 했다.
  • 딸이 그 옷을 좋아하니 그는 그것을 살 것이다. 이건 더 이상 창피를 당하는 일과 상관없다.
  • “상연아, 너 바보야? 아직도 저 사람의 말을 믿어?”
  • 첫 번째 가이드가 비웃으며 말했다.
  • 상연이라는 가이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그녀도 이젠 우진을 믿지 않는다.
  • 하지만 직업 도덕 정신을 고수하며 결국 우진이가 한 벌도 사지 않더라도 그녀는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 “선생님, 만약 카드를 긁지 않으시면 저희의 영업에 지장을 주지 마시고 당장 떠나주세요.”
  • 첫 번째 가이드가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 “돈이 없으면서 잘난 척하면 벼락 맞을 거야. 지금 나가면 체면이라도 좀 유지할 수 있을 텐데, 이따가 사람들이 더 모이면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게 될 거야.”
  • 부잣집 여편네가 경멸하듯이 고개를 저었다. 우진이가 '실체’를 드러내자 그녀도 그를 놀려먹을 흥미를 잃었다.
  • 우진은 부잣집 여편네를 힐끗 보고 우준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한 대머리 중년이 그에게 다가왔다.
  • “허 대표님께서 오셨군요.”
  • 중년 남자는 대머리를 보더니 재빨리 웃는 얼굴로 마중 나갔다.
  • 대머리는 중년 남자를 힐끗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우진 쪽으로 걸어갔다.
  • 중년은 뻘쭘해서 멋쩍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 “여보, 저 사람은 누구야?”
  • 부잣집 여편네는 눈살을 찌푸리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자신의 남편도 나름 인맥이 넓은 사람인데 대머리가 조금도 체면을 봐주지 않자 그녀는 좀 화가 났다.
  • “이 비즈니스 빌딩의 대표 허범이라고 해, 뒤에 있는 재단은 QY그룹이야.”
  • 중년은 작은 목소리가 말했다.
  • 부잣집 여편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큰 인물이라면 자기 남편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것이 납득이 된다.
  • QY그룹은 말할 것도 없고, 단지 이 비즈니스 빌딩에서도 그들 부부가 예전에 가게를 임대하려 했는데 도통 방법이 없었다.
  • “설마 그도 아이 옷을 사러 온 건가?”
  • 부잣집 여편네는 허범이가 계산대로 걸어가는 것을 보더니 의아해하며 말했다.
  • “그렇겠지.”
  • 중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범은 드디어 우진 앞까지 걸어갔다.
  • “우 도련님, 정말 도련님이시군요. 제가 잘못 본 줄 알았습니다.”
  • 대머리는 존경하는 얼굴로 우진을 바라보았다.
  • “당신은...”
  • 우진은 허범을 보더니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 “저는 뉴 스카이 비즈니스 빌딩의 책임자 허범이라고 합니다.”
  • 허범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 엊그제 우준은 Y시티의 모든 QY그룹 임원들을 소집하여 임원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의 주요내용은 바로 우진이가 우씨 가문의 가산을 계승한다고 선포하였으며 우진의 각종 사진을 전시하여 모든 임원들에게 우진을 만나면 깍듯이 모시고 자기편을 몰라보는 일이 없도록 하였다.
  • 뉴 스카이 비즈니스 빌딩의 책임자로서 허범도 당연히 그 회의에 참석했다.
  • 그래서 우진이가 그의 비즈니스 빌딩에 온 것을 보고 먼저 달려와 인사를 건넸다.
  • 임예연 등은 허범을 모르기에 별 반응이 없었다.
  • 하지만 중년 남자는 어엿한 비즈니스 빌딩의 대표님이 그들이 야유하던 청년을 깍듯하게 대해주는 것을 보자 얼굴빛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 허범마저도 몸을 숙이며 존경하는 사람은 대체 무슨 신분일까, 설마 QY그룹의 어떤 큰 인물인가?
  • “그래요, 알겠어요.”
  •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산을 물려받고 그는 당연히 QY그룹 산하에 어떤 산업이 있는지 알기에 허범이가 그를 알아보는 것은 놀랍지 않다.
  • “우 도련님, 이것은 비즈니스 빌딩의 유일한 골든 카드입니다. 도련님께서 앞으로 쇼핑하러 오시면 이 카드로 아무 물건이나 고르실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빌딩에서 월말에 각 가게 주인들에게 결산을 해줄 것입니다.”
  • 허범은 순금으로 만든 카드 한 장을 꺼내며 우진에게 건넸다.
  • 우진은 카드를 받아보더니 물었다.
  • “이 카드로 이 가게의 아동복을 전부 살 수 있나요?”
  • “네, 이 카드만 보여주시면 모든 물건을 가져가셔도 됩니다.”
  • 허범은 부랴부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골든 카드는 신분의 상징이다. 애초에 이렇게 쓰려고 설계된 것이다.
  • “그래요, 그럼 여기 있는 여자 아동복을 전부 포장해 주세요. 남자 아동복은 고아원에 기부해 주세요.”
  • 우진이가 말했다.
  • 두 쇼핑 가이드는 완전히 굳어버려서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우진은 은행카드를 가져오지 않았지만 이 골든 카드는 은행카드보다 더 쓸모가 있다.
  • 비즈니스 빌딩의 모든 가게의 직원들이 내부 교육을 받을 때 모두 이 카드를 기억하도록 요구 받았으며 누군가가 이 카드를 제시하면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도 돈을 받을 수 없다고 명령 받았다. 평상시에 비즈니스 빌딩 안의 각 곳에서 자주 이 카드 영상을 틀어서 그들은 자연스레 인상이 깊었다.
  • “왜 아직도 멍해 있어? 포장해!”
  • 허범은 두 가이드가 멍 때리는 것을 보더니 작은 소리로 꾸짖었다.
  • 이에 두 사람은 부랴부랴 여성복을 골라 포장했다. 캐셔도 기장하고 포장 작업에 합세했다.
  • 허범은 전화를 걸어 남자 아동복을 고아원에 기부하라고 명령했다.
  • 이때 우진의 시선은 천천히 중년 부부에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