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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우진 씨, 미안해요

  • 반전이 너무 빨라서 판명 등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네는 무슨. 빨리 우진한테 사과 안 해!”
  • 하군은 마음속으로 매우 조급했다.
  • 우진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Y시티의 최고 갑부인 우준일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 우진이가 사무실을 나가자마자 그는 우준의 전화를 받았다.
  • 우준은 전화에서 대놓고 그가 우준이네 도련님의 미움을 샀다고 밝히며 도련님의 노여움을 가라앉히기 위해 오후 5시 전에 그의 회사를 파산시키겠다고 말했다.
  • 우준이가 이 전화를 한 목적은 그에게 이유를 똑똑히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 이 말은 듣기에 너무 방자하다.
  • 그러나 우씨 갑부는 이렇게 방자한 자격이 있다.
  • 우씨 갑부가 직접 나선 이상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 우씨 갑부 앞에선 그는 그저 작은 새우일 뿐 그분을 똑바로 쳐다볼 자격조차 없다!
  •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다급히 쫓아 나왔다.
  • 방법이 없다. 지금은 우진 외에는 아무도 그를 구할 수 없다.
  • 판명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 대표님의 위엄 있는 눈빛을 보더니 순간 쫄았다.
  • “우, 우진 씨, 미안해요. 제가 눈이 멀었어요, 저의 무지함을 용서해 주세요!”
  • 판명은 이를 악물고 끝내 우진에게 머리를 숙여 잘못을 인정했다.
  • 판명도 눈치를 챘다. 하 대표님의 뜻을 보니 그가 오늘 사과하지 않으면 바로 잘릴 것 같았다.
  • 그의 고객은 기본적으로 전자 도어 스코프와 관계있는데 Y시티에서 DG전자만이 전자 도어 스코프를 크게 하고 있다. 만약 해고당하면 그가 주동적으로 Y시티를 떠나지 않는 이상 길거리를 떠돌 수밖에 없다.
  • 게다가 그는 여기서 매달 2000만 원 이상의 인센티브를 받고 있어 떠나기는 아쉽다.
  • 오현 등 몇몇 경비원들도 고개를 숙이고 감히 하 대표님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하 대표님이 그들에게도 우진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할까 봐 두려웠다.
  • “우진 씨, 저기...”
  • 하군은 몸을 돌려 우진을 바라보더니 이내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 판명 등은 우진을 쳐다보았다.
  • 우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하더니 말했다.
  • “일단 이렇게 끝내죠.”
  • 우진은 판명이가 핍박에 의해 사과했을 뿐 속으로는 내키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성의는 더 말할 나위 없다!
  • 이왕 이렇게 된 거 천천히 그와 좀 놀아주는 게 좋겠다.
  • “얼른 올라가서 일하지 못해?”
  • 하군은 한숨을 돌렸다. 우진이가 넘어가 준다면 아직 희망이 있다.
  • “네, 네, 지금 바로 일하러 가겠습니다!”
  • 판명도 안도의 숨을 내쉬더니 고양이를 본 쥐 마냥 급히 자리를 피했다.
  • 오현도 서둘러 경호원들을 데리고 홀을 떠났다.
  • “우 도련님, 정말 죄송합니다. 전에 판명의 말을 함부로 믿고 당신이 휴가를 신청하는 것에 대해 오해를 했었는데 저에게 다시 기회를 주시길 바랍니다.”
  • 판명 등이 가고 난 뒤 하군은 울상이 된 얼굴로 우진에게 사정했다. 태도는 매우 진정성이 있었다.
  •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지금 그의 회사의 생존은 완전히 우진의 말 한 마디에 좌지우지된다. 사정하기는커녕 우진이가 그더러 무릎을 꿇으라고 해도 그는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할 것이다.
  • 우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군을 한참 바라보았다. 하군의 마음이 더없이 조마조마할 때 그는 웃으며 말했다.
  • “그래요, 그럼 당신 사무실로 가서 다시 이야기해요.”
  • 하군의 마음속에 떠있던 돌덩이가 드디어 가라앉았다. 그는 황급히 우진을 데리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 ...
  • “판 본부장님, 하 대표님은 무슨 뜻일 가요? 분명히 그가 우진을 해고하는 것을 동의했는데 왜 눈 깜짝할 사이에 우진을 돕는 거죠?”
  • 판명의 사무실에서 오현은 의혹스러운 듯 물었다.
  • 판명은 눈썹을 찡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도 무슨 상황인지 모른다.
  • 오늘 핍박에 의해 우진에게 사과를 했는데 비록 본 사람이 얼마 안 되지만 그는 여전히 무척 억울했다.
  • 그도 도대체 우진이가 무슨 수로 하 대표님의 혼을 쏙 빼놓고 하 대표님의 태도가 180도 달라지게 했는지 궁금했다.
  • “설마 하 대표님이 우진의 아내와 무슨 관계가 있어서 그를 지켜주는 건 아닐까요? 아시다시피 임예향은 회사 제일의 미녀로서 탐내는 사람이 엄청 많아요.”
  • 오현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 판명은 흠칫했다. 그러네, 내가 왜 이런 쪽으로 생각을 안 했지?
  • 삼십대 초반인 그가 임예향에게 이렇게 푹 빠졌으니 하 대표님도 무조건 임예향에게 반해서 넋을 잃었을 것이다.
  • 이렇게 생각하자 판명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가 감히 하 대표님과 여자를 뺏으려 하다니 이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럴 거야, 하지만 안심해. 그들이 이런 관계라면 하 대표님이 임예향에게 싫증을 느낄 때면 우진도 더는 회사에 있을 수 없으니 그때 가서 천천히 혼내주자.”
  • 판명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 놈도 제법 독한 사람이네요. 하 대표님께 빌붙기 위해 자기 아내를 내주다니 정말 지독하네요.”
  • 오현이가 비웃으며 말했다.
  • 판명은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제야 임예향이 왜 줄곧 그와 거리를 두었는지 알게 되었다.
  • “임예향아 임예향, 네가 진정한 현모양처인 줄 알았더니 너도 그저 천한 계집애일 줄이야!”
  • 판명은 속으로 울분이 넘쳤다. 전에는 그저 우진이가 불쾌했지만 지금은 임예향이 더욱 불쾌하다.
  • “네가 하 대표님의 여자면 어때? 네가 영업팀을 떠나지 않는 이상 나는 너를 괴롭힐 방법이 많아!”
  • 판명의 눈에 음산한 빛이 스쳐 지났다. 하군이가 임예향을 다른 부서로 옮기지 않은 것은 하군도 이 일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럼 그가 임예향을 괴롭히는 일을 알게 되더라도 하군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 ...
  • 결국 우진은 DG전자를 파산시키겠다는 생각을 바꿨다.
  • 하군과 사무실로 돌아온 후 그는 바로 DG전자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결국 하군의 간곡한 부탁으로 그는 하군을 한 방에 때려죽이지 않고 DG그룹 지분의 70%만 인수하여 DG전자의 진정한 사장이 되었다.
  • 모든 것을 해결하고 우진은 병원으로 돌아갔다.
  • “사직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려?”
  • 임예향은 불친절한 표정으로 우진을 바라보았다.
  • 비록 그들은 지금 돈이 필요하지만 둘 중 한 명은 딸을 돌봐야 한다.
  • 그렇지 않고 두 사람 모두 휴가를 자주 내면 일을 더 지체할 것이다.
  • 그래서 우진이가 오늘 사직한다고 했을 때 임예향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우진의 고만고만한 월급으론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 그런데 우진이가 온 오전이 지나도 오지 않자 그녀는 화가 났다.
  • “다른 일이 있어서 좀 지체됐어.”
  • 우진이가 설명했다.
  • “무슨 일이 지언을 돌보는 것보다 중요해?”
  • 임예향은 콧방귀를 꼈다.
  • 우진은 DG전자를 인수하러 갔다고 말하려 했다.
  • 그러나 임예향의 역겨워하는 표정을 보자 그저 웃으며 설명조차 하기 싫었다.
  • 그는 갑자기 마음속으로 기대하게 되었다. 나중에 임예향이 그가 DG전자의 진정한 사장이 된 것을 알면 어떤 반응일까?
  • “지언을 잘 돌봐. 만약 지언이가 잘못되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 임예향은 마지막에 툭 쏘아붙이고는 가방을 들고 출근 하러 갔다.
  • 우진은 임예향을 신경 쓰지 않고 쭈그리고 앉아 수척해진 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잠든 딸은 악몽을 꾸는 것인지 병 때문에 아픈 것인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우진은 안타까운 마음에 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끝내 딸을 깨우지 않았다.
  • 딸의 표정이 차츰 평온해지자 우진은 우준에게 전화하여 빨리 골수를 찾으라고 다그치고는 딸의 병실을 VIP 귀빈실로 바꿨다.
  • 우진은 방금 모셔온 전문 간호사에게 지언을 부탁하고 나가서 뭘 좀 먹으려고 했다. 오후 1시가 되도록 그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 그가 금방 병원을 나서자 장모님과 처제가 마주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