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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대디 우진[제1부]

슈퍼대디 우진[제1부]

윈썸

Last update: 2021-11-04

<p>제1화 돈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p>

  • “도련님, 10년이 지났어요. 아무리 깊은 원한이라도 사라질 때가 되었어요.”
  • “다음 달이면 어르신의 50세 생신입니다. 도련님이 어르신을 못 뵌 지도 십몇 년이 지났습니다. 어르신은 도련님을 무척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르신은 생신날에 모든 사람 앞에서 도련님의 복귀와 가문의 후계자가 될 거라는 소식을 공개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 WH 거리 모퉁이에서 우진은 딸 지언을 위해 구매한 디저트 한 박스를 들고 서 있다. 그는 눈앞의 실크 전통의상 차림을 한 어르신을 훑어보더니 냉소를 지었다.
  • “돌아간다고요?”
  • 우진은 무관심한 눈빛으로 피식 웃었다.
  • “그 사람이 소유정 그 천한 여자가 저의 어머니를 죽이도록 눈감아 주는 순간부터 저는 그와 부자의 관계를 끊었어요.”
  • “하지만, 제가 돌아가길 바라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죠. 다만 소유정의 목을 잘라, 그녀의 머리를 공처럼 찰 수 있게 만들어줘요!”
  • 어르신과 옆에 있던 경호원들은 어리둥절해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 “안 된다면 그냥 비켜요.”
  • 우진은 목소리를 깔고 외쳤다.
  •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자리를 패했고, 그는 온몸을 꼿꼿이 세운 채 당당한 모습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 우진은 분노가 치밀었다. 그는 원망했다.
  • 10여 년 전에 그의 어머니는 차에 치여 죽었다.
  •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이 모든 것은 소유정 그 천한 여자가 권력을 빼앗기 위해 직접 계획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 우진은 그의 아버지를 찾아가 캐물으면서 해명을 원했지만, 불효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그 자리에서 뺨을 맞았다.
  • 결국, 그는 실망감에 휩싸인 채 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난 이후, 홀로 센터 시티를 떠나 Y 시티에 도착해 학교에 다니면서 사랑에 빠졌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살고 있었다.
  • 하지만 그는 결혼하고 나서 장모님 일가의 환대를 받지 못했다. 심지어 그와 그의 아내 임예향은 집에서 쫓겨나 박봉으로 살아갔다. 그러나 그는 아름다운 아내와 사랑스럽고 예쁜 딸과 함께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에 불평하지 않았다.
  • 본가로 돌아간다는 것은 그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 이때, 우진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분노로 가득 찬 아내 임예향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흘러나왔다.
  • “우진, 대체 어디를 싸돌아 다니는 거야! 지언이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심각한 거 몰라? 병원에서 지언이를 잘 돌보라고 했잖아. 왜 이럴 때조차 모질게 밖에 다니는 거야!”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 우진은 정신을 가다듬고 핸드폰을 꼭 쥔 채 목이 메기 시작했다.
  • “금방 갈게.”
  • 우진은 속에 불이 나듯이 초조했다. 그는 두말하지 않고 길가로 달려가 택시를 잡았다.
  • 그는 몹시 허둥거렸지만 손에 쥐고 있던 깔끔하게 포장된 디저트 박스만큼은 놓질 않았다. 그것은 지언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었고, 지언이는 디저트를 사다 달라고 며칠 동안 그를 졸랐다. 그는 지언이를 실망하게 할 수가 없었다.
  • 우진이가 숨을 헐떡이며 병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말도 안 되게 예쁜 여자가 달려와서 그의 뺨을 때렸다.
  • 그녀는 바로 그의 아내, 임예향이었다. 그녀는 1.68m의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가진 만 명 중에서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는 미인형에 속했다.
  • 비록 딸이 세 살이나 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스무 살 소녀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게다가, 몸매가 망가지기는커녕 오히려 완숙미를 더했다.
  • 다만, 현재의 임예향은 화가 난 얼굴이었다.
  • “우진, 너무 실망이야!”
  • 우진은 죄책감으로 고개를 숙였다.
  • “지언이는? 어때?”
  • “지언이에게 관심 보이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 당신만 아니었다면, 지언이는 몇 분 동안이나 발작을 일으켜 의사의 응급처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1분만 늦으면 지언이는 목숨을 잃었을 거야!”
  • 임에향은 우진의 앞에서 손가락질하며 단단히 벼르면서 말했다.
  • “지언이의 상태가 안정되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당신을 평생 용서하지 않을 거야.”
  • 우진은 딸의 상태가 안정되었다는 것을 듣고 걱정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그나마 가라앉기 시작했다.
  • 지언은 그의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지언이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바랐다.
  • 만약 자신의 목숨으로 지언이의 건강을 바꿀 수 있다면, 그는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 이때, 두 여인이 임예향의 뒤에서 나타났다.
  • 우진은 두 사람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한 명은 장모님 안설이였고, 다른 한 명은 처제 임예연이었다.
  • 안설은 우진을 보자마자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 “이 찌질이, 못난 놈아! 몇 년 동안 내 딸이 먹여 주고 재워 주고, 강아지를 그렇게 키웠으면 집이라도 지키지. 자기 딸 하나도 제대로 못 챙기는 당신이야말로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군!”
  • “내 딸을 쫓아다니는 사람은 서쪽부터 동쪽까지 널렸어. 유명기업의 엘리트뿐만 아니라 난다긴다하는 사람까지 있지! 당신이 대체 어떻게 내 딸을 눈이 멀도록 홀려서 결혼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네!”
  • 그리고 안설은 고개를 돌려 임예향에게 말했다.
  • “엄마 말 들어. 얼른 이혼해. 더는 네 인생을 이런 찌질한 놈한테 낭비하지마.”
  • “맞아요, 언니.”
  • 임예연은 우진을 째려보면서 말을 보탰다.
  • “그동안 지언이의 병원비로 언니가 여태껏 모아둔 돈을 다 썼지만, 그는 한 푼이라도 낸 적이 없잖아요! 이런 사람은 남자라고 부를 자격이 없어요! 제가 듣기로 언니 상사인 판명이 언니에게 호감을 보인다면서요? 차라리 그 사람한테 가요!”
  • 평소의 임예향이라면, 자신의 엄마와 여동생이 이런 말을 꺼내는 순간 바로 반박했을 것이다.
  • 하지만 그녀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 그녀는 우진에게 너무 실망했다!
  • 손이 있고 발이 있는 남자가 스스로 타락하기를 선택해 경비원을 직업으로 삼아 허송세월하는 것도 모자라 딸아이가 중병에 걸려 아파하고 있을 때, 밖에 놀러나 다니고 있다니!
  • 그녀는 우진이 책임감도, 양심도 없다고 생각했다.
  • 이때, 간호사가 다가왔다.
  • 그녀는 우진과 다른 일행을 훑어보더니 말했다.
  • “환자 가족분들, 지금 이미 2천만 원 병원비가 연체되었어요. 오늘 중으로 납부하고 예치금으로 4천만 원을 더 내지 않으면 약물 투입을 중단할 수밖에 없어요.”
  • 임예향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우진이 고객을 끄덕였다.
  • “오늘 중으로 돈을 전부 지급할게요.”
  • 그는 말을 하면서 창백한 얼굴을 한 채 병실에 누워 깊이 잠든 딸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는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팠다.
  • “최대한 빨리 부탁드려요. 만약 오후까지 내지 않으면 환자에게 약물 투입을 중단할 거에요.”
  • 간호사는 비웃으며 경멸이 담긴 눈빛으로 우진을 바라보았다.
  • 간호사가 떠나자 안설은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 “이 쓰레기 같은 자식! 감히 오늘 중으로 낸다고 약속해? 내 딸더러 이곳저곳 다니면서 돈이나 빌려오라고 시킬 거지? 정말 뻔뻔하군!”
  • 임예연은 눈알을 굴리더니 임예향에게 말했다.
  • “언니, 방금 병원으로 오는 길에 언니 상사 판명에게 연락을 했거든요. 그는 이미 병원에 거의 도착했을 거예요. 그가 나타난다면, 지언이의 증상은 쉽게 해결될 거에요.”
  • 임예향이 철없는 임예연을 향해 호통치려는 순간, 등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 그 남자는 바로 판명이었다. 30대 중반으로 차림새는 마치 성공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DG 그룹의 마케팅 본부장으로 임예향의 직속 상사이기도 했다.
  • 우진 또한 DG 그룹의 직원이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에 대해 불 보듯 뻔했다.
  • 다만 판명은 높은 자리에 있는 본부장이었고, 우진은 문을 지키는 경비원에 불과했다.
  • 다가오는 판명을 보면서 우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 판명은 우진을 무시한 채 안설과 임예연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임예향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말했다.
  • “예향아, 구체적인 상황은 이미 예연한테서 전해 들었어. 지언이처럼 이렇게 귀여운 여자아이가 병 때문에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니. 참으로 마음이 아프구나. 이 사실을 왜 나한테 진작 얘기하지 않았어?”
  • 임예향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본부장님, 죄송합니다. 이건 제 사생활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 “이런 소리를 하면 안 되지. 당신은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직원이자 사적으로도 친분을 쌓고 싶은 친구야. 당신의 일은 곧 내 일과 마찬가지라고!”
  • 판명은 비난하는 어조로 말했다.
  • “예연이 말하길 아직 내야 할 병원비가 남아 있다고 하던데, 얼마야?”
  • “6천만 원이요. “
  • 임예연이 대답을 가로챘다.
  • 판명은 화사한 미소를 날리며 임예향을 향해 말했다.
  • “예향아, 이 6천만 원은 별일 아니니까 그냥 너한테 빌려주는 셈 치고 내가 먼저 낼게.”
  • 판명은 우진을 깔보듯이 힐끗 쳐다보았다.
  • 그의 눈에서 우진은 단지 회사의 경비원에 불과했고 임예향과 같은 미인을 얻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 사실, 그는 임예향을 노린지 한참 되었다.
  • 임예향은 회사에서 손꼽는 절세미인에 속했다. 그녀는 마치 탐스럽게 열린 과일처럼 모든 남성이 선망하는 대상이었다. 그들은 그녀를 침대로 초대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 임예향도 판명이 자신을 향한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 그녀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병실에 누워있는 딸아이를 보자 거절할 용기를 잃었다.
  • 뜨거운 눈빛으로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고 있는 판명을 발견한 우진은 주먹을 꽉 쥐면서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 “됐어요. 6천만 원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 그러나 옆에 있던 임예향은 버럭 화를 냈다.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외쳤다.
  • “우진, 이건 내 딸의 목숨과 관련되어 있다고! 당신이 지언의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쳐도, 나는 아니라고! 우리 이제 돈이 없어. 판 본부장님이 어렵게 6천만 원을 빌려준다는데 왜 거절해? 대체 왜?”
  • 우진은 손톱이 살에 박히도록 주먹을 더 꽉 쥐었다.
  • 그러나 그는 고통을 느낄 수 없었다!
  • 이 순간, 단지 무기력한 감정이 그를 덮쳤다.
  • 판명은 비웃듯이 임예향과 우진을 훑어보더니, 생각이 번뜩거렸다.
  • “예향아, 내 도움이 필요 없는 게 사실인 거 같으니 그럼 이만 먼저 가볼게.”
  • “판 본부장님….”
  • 임예향은 목소리가 갈라진 듯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 판명은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병실을 성큼성큼 나섰다. 그는 우진과 임예향이 6천만 원을 내놓지 못한다는 것에 확신하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진을 굴복시키려고 마음을 먹었다.
  • 판명은 병실을 떠난 뒤,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지언의 정기검진과 링거 주사를 담당하는 간호사를 찾아갔다.
  • 그는 간호사에게 20만 원을 찔러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 “우지언의 부모님은 더는 돈을 빌릴 수가 없어요. 나중에 가서 퇴원 절차를 재촉하도록 해요.”
  • 간호사는 손에 쥐어진 돈을 보고 눈웃음을 보이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