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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너 아예 하늘로 올라가지 그러니?

  • 두 사람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고 우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못 본 척 하기도 애매했다.
  • 그가 막 인사하려고 하는데 처제 임예연이 따지며 물었다.
  • “우진, 솔직하게 말해봐, 너 QY그룹의 임원을 알지?”
  • 어제 돌아가서 오래도록 생각해 보았는데 임예연 모여는 여전히 그들이 무시하던 우진이가 QY그룹의 임원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 사장님의 비서가 우진에게 그렇게 예의를 차릴 리가 없다.
  • 만약 우진이가 정말로 QY그룹의 임원을 안다면 우진이가 나서서 좋은 말을 하면 안설의 그 계약이 성사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 “맞아.”
  • 우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 안설과 임예연은 이 말을 듣자마자 눈이 밝아지며 순식간에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 “아이고, 우리 사위가 이렇게 출세했을 줄이야. 얼른 말해봐, 어느 임원을 알고 있니?”
  • 안설은 흥분한 표정으로 우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 지금 이 순간은 이 몇 년을 통틀어 우진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순간이다.
  • 처제 임예연도 설레는 얼굴로 우진을 쳐다보았다. 우진이가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형부 같았다.
  • “저는 우준 밖에 몰라요.”
  • 우진이가 솔직하게 말했다.
  • 전체 QY그룹에서 그는 확실히 우준만 알고 있다. QY그룹의 기타 임원들은 하나도 모른다.
  • “얘야, 말하는 것 좀 봐, 우씨 갑부라고 해야지.”
  • 안설은 우진을 교육하는 말투였지만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 자신의 사위가 우씨 갑부를 알고 있다니, 그럼 자신의 큰 계약이 성공할 확률은 훨씬 더 큰 것이 아닌가.
  • 우진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살짝 어이가 없었다.
  • “참, 형부, 우씨 갑부와 무슨 관계야?”
  • 임예연은 호기심 가득히 물었다.
  • “우준은 나의 집사야. 참, 어머님, 어제 QY그룹에 미팅하러 가셨죠? 얘기는 잘 됐나요? 아니면 제가 도와드릴까요?”
  • 장모님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을 보자 우진도 마음속으로 뿌듯했다.
  • 비록 예전에 그들이 자기를 얕보았지만 어쨌든 자신의 장모님인지라 그런 것을 따지고 싶지 않았다.
  • 그러나 안설 두 사람은 그의 말을 듣더니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다.
  • Y시티의 제일 갑부가 네 집사라고? 너 아예 하늘로 올라가지 그러니?
  • 모녀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우진이가 그들을 놀린다고 생각했다.
  • “우씨 갑부가 네 집사라고? 그럼 나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제일의 갑부야!”
  • 임예연은 냉소를 터뜨리며 비꼬았다.
  • “우진, 너 간땡이가 부었구나? 나까지 놀려 먹어?”
  • 안설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희망이 깨져서 그런지 그녀는 역대급으로 우진이가 혐오스러웠다.
  • 우진이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왜 진실은 아무도 믿지 않는 걸까?
  • “지언을 잘 보살피지 않고 또 어디로 새려고 하는 거야?”
  • 안설이가 호되게 꾸지람하며 물었다.
  • “지언이가 잠들어 저는 밥 먹으러 나왔어요.”
  • 우진은 솔직하게 말했다.
  • “먹기는 무슨, 먹을 줄 밖에 모르니 조만간 먹다가 배 터질 거야!”
  • 안설은 콧방귀를 끼더니 임예연을 데리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 그녀가 오늘 온 것은 우진에게 따지는 것을 제외하고 외손녀를 보기 위해서다.
  • 우진은 안설과 임예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할 수 없다는 듯 두 손을 털썩 떨구었다.
  • 그래도 그는 핸드폰을 꺼내 우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준 아저씨, 요즘 XK제약에서 당신들과 업무 이야기를 나누고 있죠? 책임자가 그들의 판매 실장인 안설 맞죠?”
  • 우진이가 물었다.
  • “요즘 기온이 좀 높아서 회사에서 더위를 예방할 약을 사서 직원들에게 인당 두 병씩 나누어 주려고 하는데 어느 의약회사에서 구매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 우준이가 대답했다.
  • “네, 만약 XK제약의 안설이라면 그녀의 것을 구매하세요.”
  • 우진이가 말했다.
  • “네. 참, 도련님, 어르신께서 뵙고 싶어 하십니다. 도련님께서 시간이 된다면 어르신은 당일에 날아오실 수 있을 겁니다.”
  • 우준이가 말했다.
  • 우진은 흠칫하더니 침묵하다가 말했다.
  • “아직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아요.”
  • 우준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 “그때의 일은 전부 어르신을 탓할수 없습니다. 게다가 어르신도 줄곧 마음속으로 괴로워하셨습니다. 어르신께서 왜 10년 동안 재혼하지 않으신지 아십니까? 어르신께서 도련님과 사모님한테 미안하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도련님께서 Y시티에 온 걸 알고 바로 저를 Y시티로 보내 QY그룹를 설립하게 하셨습니다. 제가 도련님을 찾지 않은 것은 어르신도 도련님의 성격을 잘 아시기에 도련님이 곤경에 빠지지 않는 한 나타나지 말고 도련님의 삶을 방해하지 말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 우진은 가슴이 철렁했다. 10년 전 집을 나간 후 그는 아버지의 소식을 더 이상 묻지 않았고 아버지의 전화도 받은 적이 없다.
  • 물론 받아도 그는 당장 끊어버렸다.
  • 다만 그의 가슴을 떨리게 한 것은 10년 전 어머니가 세상 떴을 때 아버지도 36세였을 뿐인데 지금까지 그 천한 여자와 결혼하지 않았다니?
  • 설마 이 10년 동안 그는 정말 죄책감 속에서 살아왔다는 말인가?
  •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야 우진이가 천천히 말했다.
  • “우리 딸의 병이 다 나은 후에 다시 말해요.”
  • 누가 뭐래도 그는 그의 아버지다. 게다가 그도 조금씩 마음을 넓게 가지기 시작했다. 엄마의 죽음은 결국 그 천한 여자의 잘못이 더욱 크다.
  • “네, 알겠습니다. 제가 바로 어르신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르신께서 들으시면 매우 기뻐하시겠네요.”
  • 우준은 감격스러워 말했다.
  • 그가 10년 동안 Y시티에 있으며 Y시티의 제일 갑부가 된 것은 중요한 때에 도련님을 돕는 것 외에 주로 도련님께서 마음을 되돌리기를 기다렸다.
  • 우진은 전화를 끊고 병원 밖의 국수집으로 와서 국수 하나를 시키고 이제 막 먹으려고 하는데 처제 임예연한테서 전화가 왔다.
  • “우진, 지언이가 없어졌어. 빨리 돌아와서 찾아!”
  • 임예연이 애타게 말했다.
  • 우진은 웃으며 말했다.
  • “지언은 19층 VIP 귀빈실로 옮겨 갔어, 2번방에 있어.”
  • “뭐? 지언을 귀빈실로 옮겼다고? 네가 무슨 돈으로?”
  • 임예연이 따졌다.
  • “빌린 거야.”
  • 우진이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 어쨌든 그가 말해도 상대방이 믿지 않으니 더 이상 해명할 필요가 없다.
  • “그럼 지언과 일치한 골수를 찾으면 어떡하려고?”
  • 임예연이 계속 물었다.
  • “걱정 마, 너희들한테서 빌리지 않을 거야. 나름 방법이 있어.”
  • 1년 전 창업에 실패하여 안설에게 돈을 빌렸다가 쫓겨날 때 우진은 평생 다시는 장인어른 가족에게 손을 내밀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 “흥, 너 같이 방탕한 놈에겐 절대 빌려주지 않을 거야.”
  • 안설이가 콧방귀는 끼는 소리가 들리자 우진은 전화를 끊었다.
  • “이 쓸모없는 놈이 감히 내 전화를 끊다니. 정말 건방지군!”
  • 안설은 매우 불쾌하게 핸드폰을 딸에게 돌려주고는 딸을 데리고 19층으로 갔다.
  • 귀빈실을 찾은 후 우진이가 전문 간호사를 불러 지언을 돌보는 것을 발견하고 안설은 그가 돈을 우습게 여긴다며 속으로 또 방탕한 놈이라고 몇 마디 욕을 했다.
  • 두 사람이 잠깐 앉아 있은 후 지언이가 깨났다. 안설과 임예연은 비록 우진을 하찮게 여기지만 지언만큼은 진심으로 아낀다.
  • 오후에 별일 없으면 지언이랑 오래 있으려 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안설의 전화가 울렸다.
  • 그녀는 전화를 받더니 흥분하여 지언의 볼에 몇 번 입을 맞추었다.
  • “엄마, 누구예요?”
  • 임예연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 “QY그룹의 매니저가 우리보고 오후에 만나서 협력 얘기를 하자고 했어.”
  • 안설은 흥분하며 말했다.
  • “어머, 잘됐네요, 엄마 축하드려요, 드디여 QY그룹 이 큰 계약을 따내셨네요!”
  • 임예연도 감격스러운 듯 말했다.
  • “안 매니저가 원래는 우리의 약품을 원하지 않았는데 귀인이 우리를 도와 말씀해 줘서 우씨 갑부께서 직접 허락하셨대. 근데 도대체 누가 우리를 도운건지 모르겠네, 제대로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 안설이가 말했다.
  • “혹시...”
  • 임예연의 머릿속에 그림자가 하나가 스쳐 지나며 약간 의심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