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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날 미행하는 거야?

  • “밥 먹자.”
  • 우진은 요리를 들고 나오며 임예향에게 말했다.
  • 그는 오늘 하루 종일 지언을 데리고 밖에서 놀고 밥도 먹었다. 그래도 제때에 집으로 돌아와 임예향에게 밥을 해주었다.
  • “안 먹어. 너를 보기만 해도 배불러.”
  • 임예향은 언짢은 듯 말했다.
  • 우진은 눈썹을 씰룩거렸다. 요즘 임예향과 자주 다투어서 이젠 그녀와 말싸움도 하기 싫어졌다.
  • “그럼 내가 먹여줘야 돼?”
  • 우진은 농담으로 임예향의 기분을 누그러뜨리려고 했다.
  • “너는 고작 여자에게 밥을 먹이는 능력밖에 없지. 우진아, 너도 좀 남자답게 행동하면 안 돼?”
  • 임예향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우진을 바라보았다.
  • “왜 그래?”
  • 우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임예향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녀는 무턱대고 화를 낼 리가 없다.
  • “다 네가 판명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잖아. 요즘 나더러 한 고객의 계약을 따오라고 하는데 만약 따오지 못하면 이번 달 상여금을 차감하겠대.”
  • 임예향은 분에 넘쳐 말했다.
  • “그럼 고객이 너를 곤란하게 하는 거니?”
  • 우진이가 물었다.
  • “곤란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나보고 함께, 함께 호텔로 가자고...”
  • 임예향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 우진도 이 말을 듣더니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는 목소리를 깔고 물어보았다.
  • “누구야? 내가 이 업무를 해결할 수 있어.”
  • “네가 해결해준다고?”
  • 임예향은 차가운 눈빛으로 우진을 바라보며 비꼬는 듯 말했다.
  • “네가 무슨 능력인지 판단이나 잘해. 가서 그를 한바탕 때리면 될 줄 알아? 우진, 네가 제대로 된 직업을 찾는 것이 나한테 제일 도움이 되는 일이야. 그리고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은 단념하는 것이 좋을 거야. 너 때문에 내가 고객을 잃으면 절대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어.”
  • “그럼 그 사람과 호텔가서 방을 잡으려고?”
  • 우진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 “너!”
  • 임예향은 어이가 없어서 우진을 가리키며 싸늘하게 말했다.
  • “우진, 네가 만약 이런 것조차도 나를 의심한다면 차라리 이혼 해!”
  • 임예향은 씩씩거리며 손을 내팽개치고 지언의 방으로 갔다.
  • 우진은 어깨를 으쓱하고 음식을 거두고는 거실에 앉아서 TV를 보았다.
  • 다음 날, 우진은 지언을 유치원에 보내고 DG전자로 향했다.
  • DG전자를 인수한 후 그는 딸을 돌보느라 회사에 온 적이 없었다. 마침 오늘 와서 상황도 보는 겸 임예향의 고객이 누구인지 조사해볼 것이다.
  • 회사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몇 명의 경비원들이 우진을 가리키며 수군거렸다. 경비원들의 말을 듣더니 그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 “이놈은 해고 당한 거 아니야, 왜 또 왔어?”
  • “해고? 그럴 리가.”
  • “아, 내 기억으로는 전에 오 팀장이 그를 해고할 뿐만 아니라 월급도 받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 “맞아, 애초에 판 본부장님이 시킨 일이라 나도 이놈이 더 이상 회사에 있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하 대표님이 그를 지켜주고 판 본부장더러 그에게 사과하도록 했어. 왜 그런 줄 알아?”
  • “왜?”
  • “저놈의 아내 임예향과 하 대표님이 은밀한 관계래.”
  • 우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몇 명의 경비원들을 힐끗 보았다. 수군거리던 경비원들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 하지만 떠날 때 우진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 우진은 다소의 심기가 불편한 채 하군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하군은 부랴부랴 일어나서 그를 맞이했다.
  • 하지만 우진의 불친절한 얼굴을 보더니 그의 웃음도 살짝 굳어졌다.
  • “우 도련님께서 오셨네요.”
  • 하군은 멋쩍은 듯 말했다.
  • 우진이 하군의 자리로 걸어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 담배에 불을 붙이며 미지근한 말투로 물어보았다.
  • “영업팅의 임예향이 내 아내인 거 알아?”
  • 하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최근에 알았어요. 우 도련님, 당신 뜻은 당신 아내를 승진시키겠다는 말씀인가요?”
  • 우진은 등받이에 기대며 담담하게 말하였다.
  • “그녀를 승진시키는 일은 네가 알아서 해, 하지만 너무 티 나게 하지 마. 오늘 내가 말하려는 것은 다른 일이야.”
  • 하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임예연이 우진의 아내임을 알게 된 후 그는 이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으며 기회를 찾아 우진의 뜻을 물어보려 하였다.
  • “지금 회사에서 너와 내 아내가 은밀한 관계라는 스캔들이 돌던데, 넌 알고 있니?”
  • 우진은 하군을 빤히 바라보았다.
  • “네? 우 도련님, 저도 최근에야 사모님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평소에 전혀 사모님과 접촉한 적이 없고 심지어 말 한마디도 나눠본 적이 없어요. 우 도련님, 사실을 조사해 보세요!”
  • 하군은 가슴이 철렁했다. 이것은 완전히 허무맹랑한 일이다.
  • 요 몇 년 동안 그는 은밀하게 여자를 만나고 있었지만 그들은 전부 회사 밖의 여자들이다.
  • 그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가 그를 골탕 먹이려고 한 짓임이 틀림없다!
  • “너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네가 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너도 이만 물러나라.”
  • 우진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 “우 도련님, 안심하세요. 제가 당장 가서 알아볼게요. 누가 소문냈는지 알아내면 곧바로 해고하겠습니다.”
  • 하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급히 보증을 섰다.
  • “해고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 있어, 해고하면 이 일이 풀려? 머리를 써서 어떻게 네 결백을 증명할지 잘 생각해 봐.”
  • 우진은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 하군은 흠칫 하더니 바로 알아차렸다. 만약 소문낸 사람을 해고하기만 하면 사건은 회사 내부에서 탄압할 수 있지만 해고당한 직원이 밖에서 전파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 여기까지 생각하니 그는 마음속으로 대략적인 방법이 떠올랐다. 심지어 필요하다면 법적 수단까지 동원해야 한다.
  •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천천히 생각해 봐. 지금은 먼저 임예향이 현재 맡고 있는 고객의 자료를 가져와 봐.”
  • 우진은 담배꽁초를 꺼뜨리며 말했다.
  • 하군은 머리를 끄덕이고 비서에게 영업팅에 다녀오라고 시켰다.
  • 비서는 재빨리 고객 자료를 가지고 들어왔다.
  • “우 도련님, 당신이 원하는 자료입니다.”
  • 비서는 공손하게 서류를 우진 앞에 놓았다. 우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은은하게 빛이 났다.
  •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원래는 회사의 작은 경비원일 뿐이었는데 이제는 회사의 최대 주주로 변신하였다.
  • 특히 원래 대표님인 하군 조차도 공손하게 우진의 곁에 서있는 것을 보자 비서는 저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우진을 경외하게 되었다.
  • 우진은 상대방의 자료를 본 후 바로 핸드폰을 꺼내 우준에게 전화했다.
  • 감히 그의 아내를 넘보다니, 반드시 책임지게 만들 것이다!
  • 전화를 끊고 우진은 또 말했다.
  • “그리고, 이번 주 금요일에 전체 임원대회를 개최한다고 통지해, 나도 그 자리에 갈 거야.”
  • “네, 지금 바로 통지하겠습니다.”
  • 하군의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가 임원들에게 통지했다.
  • 우진은 또 하군과 회사의 발전 방향에 대해 얘기를 나눈 뒤 떠나려고 했다.
  • 그가 판명 사무실을 지날 때 임예향과 판명이 마침 함께 사무실에서 걸어 나왔다.
  •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날 미행하는 거야?”
  • 갑자기 우진을 보자 임예향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순간 마음속으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특히 어젯밤 우진이가 그녀를 의심하던 말을 떠올리자 그녀는 우진이가 그녀를 미행하고 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