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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사과

  • 우진이가 그들을 향해 바라보자 중년 부부는 얼굴빛이 돌변했다.
  • 지금은 우진이가 망신을 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 그들이 지금 걱정하는 것은 우진이가 도대체 어떤 신분이고 그들에게 어떻게 복수할 것인가이다.
  • 만약 우진이가 정말 QY그룹의 큰 인물이라면 그들을 겨냥하기에는 너무나 간단하다.
  • 심지어 우진이가 이런 생각을 살짝 드러내기만 하면 우진에게 잘 보이고 싶은 무수한 사람들이 달려들어 그들을 빈털터리로 만들 것이다.
  • “내 기억으로는 당신 둘은 방금 내가 만약 여기 있는 옷을 전부 사가면, 한 사람은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다른 한 사람은 무릎을 꿇고 신발을 핥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 우진이가 웃는 듯 웃지 않는 듯 말했다.
  • 부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정말로 걱정했던 일이 발생했다.
  • “우 선생님, 죄, 죄송합니다. 저희가 안목이 좁았습니다. 당신께서 넓은 아량으로 저희를 봐주시길 바랍니다.”
  • 중년 남자는 서둘러 우진에게 사과했다. 그가 만약 무릎을 꿇고 사과하면 체면이 다 깎일 것이다.
  • “우 선생님, 저희는 잘못을 깨달았습니다. 당신 따님과 옷을 뺏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어린 애한테 영향이 좋지 않을 것을 생각해주시고 이번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 부잣집 여편네는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 만약 오늘 그녀가 정말로 무릎을 꿇고 우진의 신발을 핥는다면 그녀의 딸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가져올지 모른다.
  • 물론 우진에게 가게의 옷 전체를 살 수 있는 돈만 있는 것이라면 그들 부부는 당연히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것이다. 기껏해야 우진의 풍자 몇 마디를 듣고 다른 가게에 가서 딸에게 옷을 사주면 된다.
  • 하지만 우진이가 QY그룹의 큰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안 이상 그들은 당연히 잡아뗄 수 없다.
  • QY그룹은 Y시티의 최대 재단이다. QY그룹의 사장인 우준은 세계 포브스 부자 랭킹에서도 앞자리를 차지하는 존재다.
  • 그들은 감히 이렇게 대단한 인물을 건드릴 수 없다.
  • 임예연 등은 중년 부부가 이토록 겁을 먹을 것을 보더니 속으로 경멸했다.
  • 우진이가 비즈니스 빌딩의 대표를 안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 겁먹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 하지만 임예연이 지금 궁금한 것은, 우진은 분명히 쓸모없는 놈인데 어떻게 허범 같은 부자를 알까?
  • “너희들이 감히 우리 꼬마 공주님과 물건을 뺏다니? 무슨 배짱으로 그런 거야?”
  • 허범은 대충 알아듣더니 갑자기 화가 난 얼굴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 꼬마 공주님!
  • 설마 이 볼품없는 청년이 QY그룹의 왕이란 말인가?
  • 세상에!
  • 두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더니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 “허 대표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안목이 없어서 우 선생님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죽을죄를 졌습니다!”
  • 중년은 겁에 질린 채 울상을 짓고 있었다.
  • 그도 작은 회사를 차려서 돈이 좀 있지만 허범 같은 부자 앞에선 그는 고작 새우일 뿐이다.
  • 게다가 허범 뒤에는 QY그룹이 후원하고 있다.
  • “꺼져, 이번 일을 교훈 삼고 다음부터는 사람을 깔보지 말기를 바라.”
  • 우진은 상대방의 딸을 바라보았다. 자기 딸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는데 그녀는 지금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자기의 부모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 그녀의 어머니의 말에 우진은 살짝 흔들렸다. 이렇게 귀여운 여자아이의 부모에게 망신을 줘서 그녀의 어린 마음에 나쁜 영향을 남기긴 싫었다.
  • “고맙습니다, 우 선생님, 고맙습니다, 허 대표님!”
  • 우진이가 더 이상 따지지 않는 것을 보자 두 사람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급히 딸을 데리고 떠났다.
  • 쇼핑 가이드는 빠르게 여자 아동복을 포장했다. 족히 20세트나 된다.
  • 전에 우진에게 미움을 샀던 가이드가 급히 다가가 우진에게 사과했다.
  • “손님, 죄송합니다. 아까 저의 악렬한 태도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제가, 제가 안목이 좁았습니다.”
  • 우진은 콧방귀를 끼더니 단발머리 가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 “모두 당신 실적으로 해요, 오후에 저희 집으로 배달해 주세요.”
  • “고맙습니다, 우 선생님. 주소를 적어주시면 빠른 시간 내에 보내드리겠습니다.”
  • 단발머리 가이드가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이 실적으로 그녀도 몇 백만 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으니 당연히 감격스러울 것이다.
  • 우진은 주소 남기고 지언을 데리고 1층 어린이 놀이터로 놀러 갔다.
  • 임예연은 의문이 가득하여 호군 네와 작별한 후 우진과 지언을 쫓아갔다.
  • “형부, 허 대표님을 어떻게 알아?”
  • 임예연의 태도는 많이 달라졌다. 그녀는 처음으로 우진에게 미소를 지었다.
  • “난 그를 몰라, 하지만 그가 나를 알아.”
  • 우진은 뒤돌아 처제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 임예연은 듣자마자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네 말은 허 대표님이 너를 쫓아다니며 너에게 아부한다는 말이야?
  • 그녀는 마음속으로 우진의 잘난 척을 다소 경멸스러워 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 “참, 형부. 내가 옷 한 벌 사고 싶은데 400만원이 넘어, 너무 비싸. 형부의 그 골든 카드를 나에게 빌려줄 수 있어?”
  • 임예연은 아까 똑똑히 들었다. 허범이가 우진에게 준 그 골든 카드는 이 쇼핑몰에서 아무 물건이나 무료로 구매할 수 있다.
  • “가져가.”
  • 우진은 골든 카드를 꺼내 임예연에게 주었다. 골든 카드로 산 물건들은 월말에 결산을 해준다. 400만 원은커녕 임예연이가 4000만 원을 긁었다 해도 그는 개의치 않는다. 어쨌든 그녀는 그의 처제이니까.
  • “형부 고마워.”
  • 임예연은 얼른 골든 카드를 받아가고 들뜬 채 지언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 “지언아, 이모도 새 옷 사러 가.”
  • 임예연이 들떠있는 모습을 본 우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지언을 데리고 떠났다.
  • 임예연은 원하는 대로 전에 마음에 들었지만 살 수 없었던 프랑스에서 수입한 명품 옷을 구매한 후 골든 카드를 우진에게 돌려주지 않고 카드를 들고 어머니 회사로 찾아갔다.
  • “엄마, 내가 입은 이 옷 좀 봐요, 예쁘죠?”
  • 안설이가 나오자 임예연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녀의 새 옷을 자랑했다.
  • 안설은 임예연의 옷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 “이건 프랑스에서 수입한 샤넬이잖아, 한 벌에 몇 백만 원인데 네가 어디서 그 많은 돈이 났어?”
  • “공짜예요.”
  • 어머니의 질문에 임예연은 대답했다.
  • “공짜라고? 엄마를 놀리는 거야?”
  • 안설은 조금 어이가 없다.
  • “내가 이걸 갖고 있으니까.”
  • 임예연은 마술 하 듯 골든 카드를 꺼냈다.
  • “이게 뭔데?”
  • 안설은 골든 카드를 훑어보며 궁금해서 물었다.
  • “뉴 스카이 비즈니스 빌딩의 골든 카드, 이 카드로 전체 뉴 스카이에서 모든 물건을 공짜로 살 수 있어요.”
  • 임예연이 설명했다.
  • 안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딸의 말을 믿지 않았다.
  • 뉴 스카이는 Y시티에서 손꼽히는 큰 비즈니스 빌딩이다. 딸이 비록 대학교 4학년이지만 아직 학생인데 무슨 자격으로 이런 카드를 갖고 있겠는가?
  • “사실 이것은 우진의 것이에요. 그가 무슨 개똥같은 행운을 잡았는지 뜻밖에도 뉴 스카이 비즈니스 빌딩의 허 대표님을 알고 있어서 허 대표님이 오늘 이 카드를 그에게 선물하고 내가 그한테서 가져 왔어요.”
  • 임예연은 다시 한 번 설명했다.
  • “흥, 그렇다면 이 카드는 그에게 돌려주지 않아도 되겠구나. 쓸모없는 놈이 무슨 자격이로 이런 골든 카드를 갖고 있겠어?”
  • 안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이 골든 카드를 자기 것으로 삼으려 했다.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엄마, 가요, 우리 가서 물건을 더 사요.”
  • 임예연이 흥분하며 말했다.
  • 안설은 고개를 끄덕이고 딸과 함께 뉴 스카이 비즈니스 빌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