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14화 임예향이 팀장으로 승진하다

  • 유해산은 정말 다급했다.
  • 그는 안 대표가 정말로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일이 잘못되면 그는 정말로 안 대표님의 말대로 Y시티에서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 안 대표님의 세력으로 그 같은 단역을 해결하는 건 몇 분이면 충분하다.
  • 다만 그는 임예향이 우준과 그런 관계가 있으면서 왜 작은 회사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 비록 그의 마음속은 의문투성이였지만 안 대표님의 말은 전혀 의심할 수 없었다.
  • “임예향 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유해산은 빠른 걸음으로 뛰어나가 임예향을 따라잡았다.
  • “뭐하려고요?”
  • 임예향은 경계하며 유해산을 쳐다보았다. 방에서 나왔으니 유해산은 감히 손찌검을 하지 못할 것이다.
  • “임예향 씨, 정말 죄송해요. 아까는 제가 어리석었어요. 당신의 신분을 몰랐어요. 저를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당장 계약을 체결할게요.”
  • 유해산은 쫄개 마냥 굽신거리며 억지로 웃고 있었다.
  • “네?”
  • 임예향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유해산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 하는지 몰랐다.
  • “이렇게 하죠. 가격은 당신들이 제시했던 원가로 해요. 만약 믿지 못하겠다면 지금 당장 홀에 자리를 잡고 계약을 체결합시다.”
  • 임예향이 자신을 믿지 않는 것을 보자 유해산은 다급해졌다.
  • 안 대표님은 불호령을 내리셨다. 그가 만약 당장 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큰 코를 다칠 것이다.
  • “유 매니저님, 진심인가요?”
  • 임예향은 어리둥절해 하며 유해산을 쳐다보았다. 설마 방금 뺨을 맞고 정신이 어떻게 된 건 아니겠지.
  • “임예향 씨, 내가 농담하는 것처럼 보이나요? 사실 아까 그 전화는 우리 안 대표님이 하신 건데 이 업무를 무조건 당신에게 주라고 하셨어요. 임예향 씨, 큰 인물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일찍 말하지 않으셨나요, 진작 말을 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 유해산은 쓴웃음을 지었다.
  • “제가 큰 인물을 안다구요? 당신네 안 대표님이요? 저는 그 분을 모르는데요.”
  • 임예향도 어리벙벙했다. 그녀가 정말 큰 인물을 안다면 이렇게까지 어렵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 “안 대표님이 아니라 안 대표님도 무조건 체면을 세워줘야 할 대단한 인물이요.”
  • 유해산은 엄지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키며 상대는 Y시티의 제일 갑부라고 표현했지만 아쉽게도 임예향은 전혀 그의 뜻을 알지 못했다.
  • 하지만 임예향이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관건은 임예향은 끝내 고개를 끄덕이며 계약을 하기로 결정했다.
  • 임예향은 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이건 정말 큰 계약이다. 판명이가 한 달 넘게 따라다녀도 따내지 못한 큰 계약!
  • 그런데 그녀가 따내다니?
  • 그녀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 이 계약을 따내면 판명은 그녀의 200만 원 상당의 상여금을 차감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녀는 1000만 원 좌우의 인센티브까지 받을 수 있다.
  • 다만, 그녀는 도대체 누가 뒤에서 그녀를 도와주었는지 정말 알지 못했다.
  • 판명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자기가 해결하지 못하는 업무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는가? 그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진작 이 계약을 따냈을 것이다.
  • 그럼 누굴까?
  • 임예향은 한참 동안을 고민했지만 끝내 누가 자신을 도와줬는지 생각해내지 못했다.
  •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전혀 우진이가 이 일을 도와줬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됐어, 나중에 기회가 되어 누군지 알아내면 그때 가서 제대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려야지.”
  • 임예향은 누군지 알아내지 못하고 흥분한 마음으로 회사로 복귀했다.
  • 임예향이 계약을 체결하고 떠난 뒤 유해산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곧바로 안 대표님께 전화하여 상황을 보고했다.
  • 비록 안 대표님은 또 그를 한바탕 훈계했지만 다행히 안 대표님의 말투는 그리 딱딱하지 않아 그는 한시름을 놓았다.
  • 유해산은 생각해 보더니 또 판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 “판명, 네 이놈이 고의로 나를 골탕 먹인 거 맞지?”
  • 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유해산은 뱃속에 가득 찬 화를 판명에게 쏟아 부었다.
  • 앞서 판명은 그와 미리 짜고 그의 마음에 들 만한 업무원을 보낸다고 약속했다. 미녀가 온 것은 맞다, 게다가 보기 드문 절색 미녀였다.
  • 그러나 온 여자는 그들 대표님조차도 건드리지 못하는 사람인데 이건 그를 골탕 먹이는 것이 분명하다.
  • “네? 유 매니저님께서 왜 그렇게 말씀하시나요?”
  • 판명은 얼떨떨해서 유해산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 “판명, 우리 떳떳한 사람끼리 뒷공론을 하지 말자. 그 임예향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야? 왜 우씨 갑부도 그녀의 편을 드는 거야?”
  • 유해산은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 “별 특별한 것 없고 그저 보통 업무원인데요. 그녀는 아마 우씨 갑부를 만나본 적도 없을 거예요.”
  • 판명은 이해가 안 되는 듯 말했다.
  • “판명, 네 이 X자식, 이맘때쯤 됐는데 넌 아직도 내 앞에서 시치미를 떼는 거야? 그녀가 우씨 갑부와 상관없다면 우씨 갑부가 친히 우리 안 대표님에게 전화를 했겠니? 판명, 내가 경고하는데 너 때문에 내가 안 대표님한테 해고당할 뻔 했으니 넌 앞으로 우리 회사의 업무를 따낼 생각 하지 마!”
  • 유해산은 씩씩 거리며 전화를 끊었다.
  • 한편 판명은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다.
  • 임예향과 우씨 갑부가 아는 사이라고?
  • 우씨 갑부가 안 대표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 일을 얘기했다고?
  • 그는 이 사실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
  • 그가 아무리 궁리 해봐도 합리적인 해석이 떠오르지 않았다.
  • 그는 자기가 임예향에 대해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갑자기 우진이가 전에 했던 말이 생각나자 판명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설마 우진이가 무슨 수를 써서 도와준 건가?
  • 우씨 갑부기는 개뿔, 우진 그놈이 사칭한 것이 틀림없다.
  • 유해산아 유해산, 너는 정말 똥멍청이구나, 남한테 농락당한 줄도 모르다니. 너 같은 놈이 어떻게 그린 시티 부동산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자리에 올랐는지 정말 의심스럽구나.
  • 판명은 고개를 저으며 경멸의 눈빛을 내비쳤다.
  • ...
  • 임예향이 그린 시티의 부동산 업무를 따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회사에 퍼졌다.
  • 특히 영업팅에서 많은 사람들은 믿지 못했다.
  • 그것은 판명 본부장님께서 한 달 넘게 따라다녀도 따오지 못한 큰 계약이다.
  • 이 업무는 인센티브만 해도 1000만 원 정도라 누가 따내도 몇 달은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 “예향아, 너 참 대단하구나. 판 본부장님께서 두 달 가까이 못 따온 계약을 네가 이틀 만에 따내다니, 역시 얼굴이 예쁘면 유리하네.”
  • 한 남자 사무원이 다른 뜻을 품고 칭찬했다.
  • “그러게, 그래서 예쁜 여자가 이 일을 하면 무조건 남자보다 유리하다니까.”
  • 또 다른 남자 업무원이 괴상야릇하게 말했다.
  • “너희들 그게 무슨 뜻이야? 이 업무는 내가 스스로의 능력으로 따낸 거야, 재간 있으면 너희도 가서 따오지 그래?”
  • 임예향은 당연히 두 사람의 말 속에 담긴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 “그러니까, 계약을 따낼 수만 있다면 상대방과 잠자리를 갖는 것도 우리 여자들의 능력이야. 업무를 원한다면 너희들도 가서 잠자리를 같이 하면 되잖아.”
  • 다른 여자 종업원도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 그녀는 비록 두 남자 사무원을 향해 한 말이지만 사실 임예향을 풍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임예향은 어이가 없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화를 내려고 했다.
  • 바로 그때, 하 대표님의 비서가 서류뭉치를 들고 영업팅에 와서 판명과 임예향에게 각각 한 부씩 건넸다.
  • “임예향 씨, 축하드립니다. 회사에서 연구한 결과 당신의 업무 능력이 남보다 월등히 뛰어나기에 당신을 영업팅의 팀장으로 임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참, 하 대표님께서 당신더러 계속 열심히 노력하여 회사를 위해 더 많은 업무를 끌어오길 바란다며 독려하셨습니다.”
  • 비서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 “네?”
  • 임예향은 깜짝 놀라서 급히 손에든 임명장을 보더니 멍해졌다.
  • 다른 사람들도 모두 넋을 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