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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네가 미련해서 웃는 거야

  • 판명은 우진을 보자 눈에 음산한 기운이 스쳤다.
  • 지난번 하군의 핍박에 못 이겨 우진에게 사과했던 일은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 “당연히 출근하러왔지, 너를 미행할 생각은 전혀 없어.”
  • 우진은 판명의 음산한 눈빛을 완전히 무시하고 어이없다는 듯 임예향을 바라보았다.
  • “이미 그만뒀잖아.”
  • 임예향은 우진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우진이가 그녀를 믿지 않기에 미행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 “저번에는 그냥 휴가를 냈어.”
  • 우진은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그가 아무리 해명을 해도 임예향은 그를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임예향이 막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고객이 미팅을 재촉하는 전화였다. 그녀는 전화를 받고 나서 큰소리로 말했다.
  • “나를 미행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 그녀는 말을 마치고 먼저 떠났다.
  • 우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임예향을 미행할 여유가 없다.
  • “인마, 지금 회사는 다른 사람한테 인수되어 하 대표님은 더 이상 최대 주주가 아니야. 내가 새 주주의 신임을 얻고 나서 너를 어떻게 혼내줄 지 두고 봐.”
  • 우진이가 가려는 것을 보자 판명은 괴상야릇하게 말했다.
  • 그는 며칠 전에 이미 회사가 신비한 사람에게 인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업무 능력으로 새 주주는 무조건 그를 좋게 보고 심지어 그를 믿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 나중에 그가 새로운 주주 쪽의 사람이 되면 더는 하군을 꺼려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우진을 혼내주는 것도 손쉬운 일이 아니겠는가?
  • 그의 말을 듣고 우진은 고개를 돌려 괴상한 웃음을 띤 채 판명을 바라보았다.
  • “뭘 웃어?”
  • 판명은 우진의 안하무인 모습이 가장 못마땅했다.
  • “네가 미련해서 웃는 거야.”
  • 우진은 눈썹을 씰룩거렸다.
  • 판명이 자기에게 아부해서 자기에게 맞설 생각을 하다니, 이건 미련한 것이 아닌가.
  • “흥, 인마, 너무 일찍 우쭐대지 마. 금요일 임원대회에서 새 주주가 나타날 거야. 좋은 날이 며칠 안 남았어. 그리고 네 마누라가 지금 만나러 가는 고객이 누군지 알아? 사실대로 말해줄게. 그 고객은 Y시티에서 유명한 색마인데 네 아내가 그와 자지 않으면 그는 절대로 이 프로젝트를 네 아내에게 주지 않을 거야. 넌 그저 오쟁이를 질 준비나 해.”
  • 판명은 비웃으며 말했다.
  • “그럼 네가 실망하겠네. 나도 사실대로 말해 줄게. 그는 오늘 감히 내 아내를 건드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내 아내에게 빌면서 계약하자고 할 거야. 믿지 못하겠으면 기다려봐.”
  • 우진은 엷게 미소 짓고 곧장 회사를 떠났다.
  • 우준이가 부동산 회사의 매니저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씨 가문에 남을 필요가 없다.
  • 임예향아 임예향, 너는 내가 재벌 2세라는 걸 믿지 않았잖아.
  • 내가 실제 행동으로 보여 줄게. 나는 진정한 재벌 2세일뿐만 아니라 Y시티의 전체 비즈니스 업계에서 우러러보는 재벌 2세라는 걸.
  • 너를 돕는 건 그저 전화 한 통이면 돼.
  • 내가 뒤에서 도와줬다는 걸 언젠가 알게 된다면 너는 어떤 표정일까?
  • 우진은 이 상황이 조금 웃겼다. 자신이 살짝 사이코패스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아내인데 비록 요즘 그녀에게 자주 꾸지람을 듣지만 이렇게 아내를 뻘쭘하게 만드는 게 괜찮을까?
  •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곧장 회사를 떠났다.
  • “임예향에게 빌면서 계약한다고? 꿈꾸고 있네.”
  • 판명은 우진의 뒷모습 보며 메마른 웃음을 지었다. 그 고객이 얼마나 까다로운 지 그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는 상대방을 모시고 여러 차례 마사지까지 받으러 갔는데도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
  • 이 색마는 임예향한테서 이득을 보지 않고서야 어찌 임예향과 계약을 체결하겠는가?
  • 판명은 냉소를 터뜨리고는 고객을 만나러 갔다.
  • 힐튼 고급 레스토랑. 이때 유해산은 이미 술을 많이 마셨고 손발도 점점 마음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임예향 씨, 음식만 먹고 술은 안 마시는 게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건가요?”
  • 유해산은 임예향의 허벅지에 손을 걸치려 하자 임예향은 순간 표정이 굳어지더니 절묘하게 피했다.
  • “유 매니저님께서 오해하셨어요. 제가 요즘 몸이 아파서 술을 마실 수 없어요.”
  • 임예향은 급히 웃음을 짜내며 말했지만 마음속엔 분노가 치밀었다.
  • 마지못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녀는 정말로 유해산과 일하고 싶지 않았다.
  • “임예향 씨, 그렇다면 우린 더 이상 얘기할 게 없는 것 같네요.”
  • 유해산은 협박하며 말했다.
  • “아시다시피 Y시티에서 비록 당신네 DG전자에서만 전자 도어 스코프를 생산하지만 질량은 기타 시티의 것과 비교할 수도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C시티의 DL전자에서도 우리와 협의를 하고 있는데 당신네 두 회사의 가격은 비슷해요. 그리고 DL전자의 제품은 당신네 것보다 질이 더 좋은데 아무런 이득이 없다면 내가 왜 당신들의 제품을 구매해야 하나요?”
  • 그는 자신의 목적을 적나라하게 밝혔다.
  • 그는 비록 여자들을 무수히 보았지만 임예향처럼 몸매와 얼굴이 전부 최상인 미인을 언제 보았겠는가. 임예향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는 마음이 몹시 근질거리며 반드시 그녀를 손에 넣으려고 했다.
  • 임예향은 눈살을 찌푸리고 밥상의 술잔을 바라보면서 망설였다.
  • 유해산이 이토록 까다로울 줄은 몰랐다.
  • 임예향이가 망설이는 것을 보자 유해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임예향을 훑어보았다.
  • 이 여자는 곳곳에서 성숙한 여인의 정취를 풍긴다. 마치 잘 익은 복숭아처럼 탐스럽다.
  • 마음이 근질거려 참기 힘들다!
  • “임예향 씨, 이 계약이 당신한테 매우 중요한걸 알아요.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사실 어렵진 않아요. 오늘 나와 함께 올라가서 방에서 잘 얘기하면 내가 나중에 사인해 줄게요.”
  • 유해산은 쇠뿔도 단김에 빼려고 말했다.
  • 말하면서 그는 또다시 임예향의 하얗고 탄력 있는 허벅지로 손을 뻗었다.
  • 그가 보기에 때는 거의 무르익었다. 그는 임예향이 이번에는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 짝!
  • 임예향은 순간 반응하더니 손을 번쩍 들어 유해산의 얼굴을 때렸다.
  • “네 이 게걸스런 색마야, 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 손을 대? 이 계약을 누구한테 주든지 네 마음대로 해, 난 필요 없어!”
  • 임예향은 비록 이 계약이 절실하지만 그녀는 원칙이 있는 여자다.
  • 특히 지금 딸의 병도 다 나았으니 돈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파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 그녀가 이런 여자였다면 애당초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우진 그 가난뱅이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 “쌍X, 네가 감히 나를 때려?”
  • 유해산은 뺨을 한 대 맞더니 벌떡 일어나며 되갚아 주려 했다.
  • 그런데 바로 이때 밥상 위에 두고 있던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회사 대표에게서 걸려온 것을 보고 그는 바로 마음속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전화를 받았다.
  • “안 대표님.”
  • 유해산은 화를 가라앉히고 먼저 입을 열었다.
  • “네가 지금 임예향이라는 여자와 산목단지의 전자 도어 스코프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
  • 전화너머로 기분을 알 수 없는 안 대표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
  • 유해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의아했다. 대표님께서 직접 이 일을 물어보시다니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았다.
  • “네가 일부러 상대방을 난처하게 만들었지?”
  • 건너편에서 안 대표님이 또 물었다.
  • “네?”
  • 유해산은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 그 쌍X이 안 대표님과 아는 사이인가?
  • “네 이놈, 상대방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아? 방금 QY그룹의 회장님 우준이가 직접 내게 전화를 걸어서 해명을 해라고 했어. 유해산, 내가 경고하는데 당장 이 일을 잘 처리하지 않으면 더 이상 Y시티에서 살 생각 하지 마!”
  • 안 대표님은 노발대발하며 소리를 지르더니 툭하고 전화를 끊었다.
  • 유해산은 안절부절못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임예향은 이미 문을 열고 밖에 나갔다.
  • “임예향 씨, 잠시 만요!”
  • 유해산은 더 생각할 겨를이 없이 다급히 뛰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