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양은 진이의 잘록한 허리를 껴안고 능청스럽게 회관 로비로 걸어갔다. 화난 나머지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허우적거리는 왕지호만 남겨진 채 말이다.
옆에 있던 보디가드들은 쭈뼛거리며 물었다.
“도련님. 바람맞고 감기 걸린 거 아니에요? 안으로 모셔다드릴까요?”
“…”
왕지호는 ‘친절한’ 보디가드를 보며 짜증이 솟구쳤다.
“꺼져!”
말을 마치고 왕지호는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씨X. 일 제대로 못해? 다시 조사해 봐. 유양이란 놈 조상님까지 다 조사해서 보고해…”
이때 유양은 로비에서 이미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장 사장님이시구나? 부동산 사업하시죠? 마침 저한테 3,500억 원짜리 부지가 있는데 저렴하게 넘길게요!”
정장 차림의 장 사장은 바로 일어나 유양과 잔을 부딪쳤다.
“정말요. 정말 감사합니다! 유 도련님은 참 멋지고 매력 있으세요!”
“하하. 장 사장님. 저는 사장님과 같은 솔직한 분을 제일 좋아합니다!”
진이는 유양이 능수능란하게 허세부리는 모습을 보자 계속해 손님들을 소개했다.
“이 분은 금융업계의 주 대표님이셔!”
유양은 호들갑을 떨며 주 대표와 잔을 부딪쳤다.
“주 대표님, 최근 주식시황이 안 좋다면서요. 빨리 팔아 버리는 게 좋을 거에요!”
…
진이도 한 그룹의 대표였지만 지금 유양의 옆에 있으니 왠지 장식품 같이 느껴졌다. 특히 유양이 거침없이 허풍을 떠는 모습에 진이는 머리를 툭툭 치며 감탄했다.
이 어린 자식이 참!
유양과 진이 두 사람이 로비에서 다른 사람과 잔을 부딪치고 있을 때 로비 한쪽에서 중산복 차림의 청년이 실눈을 뜨고 유양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가서 저 자식이랑 좀 얘기 나눠볼까?”
중산복 청년은 다른 연미복 청년한테 말했다.
그 연미복 청년은 당황하더니 웃었다.
“장 도련님, 누구한테 먼저 다가가 인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죠? 저 자식은 딱 봐도 허세부리는 건데 장 도련님께서 친구 하시려고요?”
연미복 청년은 와인잔을 들고 무시하는 눈빛으로 유양을 쳐다보고 있었다.
연미복 청년은 이택해였는데 배후의 이씨그룹은 서천 10대 가문의 하나이기도 했다.
중산복 청년의 입가가 씰룩거리더니 눈가에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괜찮아. 나랑 친구할 자격이 있는 놈인지는 얘기해 봐야 알 거 아니야?”
“네?”
이택해는 의아한 듯 유양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장화는 서천시 시장 아들이었고 명실상부한 서천의 으뜸가는 도련님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줄곧 사람 보는 안목이 있었다. 말하는 사이 두 사람은 와인잔을 들고 유양을 향해 걸어갔다.
진이는 장화와 이택해를 멀리서부터 발견했다.
“장 도련님, 이 도련님, 언제 오셨어요?”
진씨 그룹은 천남성에서 오랫동안 발전하는 동안 서천시의 대다수 정치인들과도 래왕소혜 있었다. 진이는 장화와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장화는 진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진이씨가 대단한 남편을 찾으셨다던데 알고 지내고 싶어요!”
서천에서 으뜸가는 도련님은 항상 도도하고 사람과 접촉하기를 꺼렸다. 그런데 지금 먼저 와서 유양과 만나려 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자랑거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방금 유양이 2백억 달러로 섬을 산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지라 그 영광을 받을만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