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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나대지 말아야 하잖아요

  • 유양이 쿨럭거렸다.
  • “별거 아니에요. 철없는 녀석일 뿐이에요. 서로 아는 척하지 말자고 미리 말해뒀건만... 서천에서는 나대지 말아야 하잖아요!”
  • “…”
  • 이택해와 장화는 서로 쳐다보더니 유양을 향해 일제히 중지를 내밀었다.
  • 이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진이가 화이트 원피스를 입고 허리를 살랑거리며 사뿐사뿐 걸어왔다.
  • “장화 씨, 어때요? 우리 유양 씨가 칩을 다 날려버리지는 않았나요?”
  • 진이는 전에 유양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가 갓 졸업한 대학생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고 자연히 도박에 대해서는 생소할 것으로 생각했다. 장화와 이택해는 진이의 말을 듣자 기괴한 표정으로 펄쩍 뛰었다.
  • “지다니요? 농담하지 마세요!”
  • “그럼 땄다는 말이네요? 얼마나 땄어요?”
  • 진이가 의아해 하였다. 천당회관은 서천의 최고 회관이었다. 이곳에 도박하러 오는 사람들은 다 고수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양이 이길 수 있다니 운이 웬만히 좋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 유양은 입가를 씰룩거렸다.
  • “하하, 난 정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배팅한 거예요! 많은 금액은 아니고 다 운 좋게 딴 거예요…”
  • “유양 형은 10억을 따고 우리 두 사람은 무려 50억을 땄어요!”
  • 장화는 유양의 허세를 견디지 못해 입을 열었다.
  • 10억? 그렇게나 많이?
  • 진이는 작은 손을 들어 입을 가리고 사방을 둘러보던 끝에 눈길이 왕지호한테서 멈추었다.
  • “단번에 그렇게 많은 돈을 따버리면 널 얌전하게 보내겠어? 왜 이렇게 철이 없어!”
  • 도박장에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적은 금액을 이기고 떠나는 게 현명한 것이었다. 만약 계속 이긴다면 일반적으로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 장화와 이택해가 딴 50억은 가져갈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들의 집안은 서천에서 입지가 굳었기 때문에 왕지호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유양은 달랐다. 이곳에 금방 도착한 유양은 비록 싸움 실력이 있긴 하나 혼자 이 많은 사람들을 감당하기는 무리였다.
  • “될지 안 될지는 시도해 보면 알게 되겠죠!”
  • 유양은 진이를 향해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왕지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 “너, 이리 와봐.”
  • 왕지호는 유양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자 속이 덜컹했다.
  • 제길. 방금 그렇게 괴롭힌 걸로도 모자란 거냐?
  • 하지만 삼야의 공포스러운 수단을 생각하니 왕지호는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 “유양 님, 무슨 분부가 있으세요?”
  • 왕지호가 유양을 향해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 모습은 마치 주인의 부름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았다.
  • 진이는 왕지호를 한번 보고 다시 유양을 보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잠깐 사이에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진이는 유양이 겁도 없이 왕지호의 체면을 마구 구겼던 일이 생각났다. 설마 왕지호가 마조히즘이라서 고분고분해진 건가?
  • 유양은 손을 뻗어 진이를 끌어안았다.
  • “묻는 말에 대답해, 이 여자가 누구 마누라지?”
  • 왕지호는 순간 심장에 총을 맞은 듯했다.
  • “유, 유양 님의 여자입니다. 유양님과 진이 아가씨는 천생연분입니다!”
  • 왕지호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정색하며 말했다. 하지만 속으로 이미 유양의 조상부터 시작해 돌아가며 욕했다!
  • 유양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 “좋아. 눈치가 빠르네. 오늘 이곳에서 돈을 많이 땄는데 불만 없지? 만약 불만이 있다면 도로 돌려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