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4화 파렴치하다

  • 옆에 있던 남자들은 유양의 표정을 보더니 저도 몰래 그를 향해 중지를 내밀었다.
  • 변태, 파렴치한 놈.
  • 유양과 진이는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했고 종착지에 도착해서야 진이가 겨우 깨났다. 진이는 부끄러운 듯 옷깃을 정리하더니 유양과 함께 기차에서 내렸다.
  • 기차로 움직이면 왕지호를 따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진이는 기차역 출구로 나오자마자 줄지어 정차한 람보르기니 3대와 선글라스를 낀 보디가드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 “아가씨, 저희 도련님께서 오늘 바쁘셔서 저희가 모시러 왔습니다! 저녁에 도련님께서 천당회관에 연회를 준비했는데 지금 도련님댁으로 모실까요? 아니면 직접 호텔로 모실까요?”
  • 스케일에 놀란 유양이 속으로 감탄했다.
  • 이런, 엄청난 스케일이군!
  • 왕지호가 귀찮은 진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 정말 내가 이렇게 쉽게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흥!
  • 이 상황에서 유양은 눈치없이 계속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 “저기, 진이 누나, 저 먼저 갈게요.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요!”
  • 유양은 진이와 자신이 다른 세상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적어도 지금은 그랬다. 유양한테는 지금 딸랑5만 원밖에 없었다. 일주일 안에 취업하지 못하면 길바닥에 나앉을 신세였다.
  • 하지만 유양이 발걸음을 움직이려는 순간, 진이가 유양의 팔을 잡았다.
  • “잠깐만, 같이 가자!”
  • 말을 함과 동시에 진이는 유양의 팔짱을 끼며 택시를 잡았다.
  • 진이의 돌발행동에 보디가드들이 당황했다.
  • “아가씨, 그건 무슨 뜻인가요? 이 남자는 누구인가요? 이러시면 도련님한테 설명하기 어려워 집니다!”
  • 진이는 코웃음을 쳤다.
  • “왜요? 내 일거수일투족 일일이 그쪽한테 보고라도 해야 하나요? 왕지호한테 전해주세요. 저녁 연회에 참가할 거라고!”
  • 말을 마친 그녀는 유양을 택시 안에 밀어 넣고는 빠른 속도로 사라졌고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보디가디들만 남아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들은 왕지호에게 재빨리 전화했다.
  • “도련님,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겼어요. 진이 아가씨께서 처음 보는 남자와 함께 택시를 타고 떠났어요. 저희도 말릴 수가 없었어요!”
  • “제길. 당신들 바보야? 그들을 잘 지켜봐. 내 여자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신들 다 해고야!”
  • 전화 건너편에서 왕지호가 화내며 윽박질렀다. 왕지호는 오래전부터 진이를 눈독 들여왔다.
  • “알겠습니다. 도련님!”
  • 택시 안에서 유양은 진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 “누나, 왜 이러세요?”
  • 진이의 눈가에 복잡한 기색이 스쳐 지나가더니 고개를 돌려 유양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 “나쁜 자식. 누나와 함께 미친 듯이 놀아보지 않을래?”
  • 그녀의 눈은 매력적으로 반짝였다. 유양의 심장도 따라 쿵쿵거렸다.
  • “쿨럭. 누나, 난 아직 순진한 소년이란 말이에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 유양이 내숭을 떨었다.
  • 유양은 진이 말속의 숨은 뜻이 무엇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비록 유양도 내심 기대가 되었지만 라이벌이 너무 막강했다. 방금 보았던 스케일을 봐서 왕 도련님이란 사람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유양은 한순간의 쾌락으로 목숨을 잃고 싶지 않았다!
  • 유양의 말을 듣자 진이가 눈을 치켜떴다.
  • “흥. 누나 앞에서 순진한 척을 해? 네가 그때가서 참을 수 있나 보자…”
  • 말을 마치자 진이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 이번만큼은 왕지호한테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럴 바에는 그 양아치보다는 눈앞에 있는 유양과 노는 게 차라리 나았다.
  • 유양도 씁쓸하긴 마친가지였다. 이런 행운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는데 감당할 수 없다니. 참…
  • 유양이 답답해하고 있던 중 차 안에서 앵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기 몇 마리가 겁도 없이유양 앞에서 날아다니자 그는 무심결에 손으로 덥석 잡았다…
  • 하지만 그가 설마 잡혔을까 하는 마음에 손바닥을 펴보더니 깜짝 놀랐다. 정말로 단번에 잡혔던 것이다. 유양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다시금 손으로 나머지 한마리도 덥석 잡아보았고 신기하게도 그 한마리도 죽음을 면치 못하고 붙잡혔다.
  • 언제부터 손놀림이 이토록 날렵해졌지? 대박, 이건 너무 대단하잖아! 정말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