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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남자는 평범하게 살기 싫다

상남자는 평범하게 살기 싫다

푸르미르

Last update: 2022-07-30

제1화 괴한 침입

  • 7월의 해빈시는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 그날 밤, 나윤도는 파트너 주영과 함께 함께 당직을 서고 있었다. 기나긴 여름밤은 유난히 적막하고 따분했다.
  • 주영은 핸드폰으로 흥미진진하게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았다. 그 블록버스터 영화가 바로 성인 영화인 것이다.
  • “윤도 형, 우리 같이 보자. 이 여자 화끈해. 죽여준다고.”
  • 주영은 에로틱한 세계로 나윤도를 초대했다.
  • 나윤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 “남자 둘이서 무슨 재미로 봐. 네가 여자면 같이 봐줄게.”
  • 주영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
  • “윤도 형, 몰랐는데 형도 음흉한 놈이었구나!”
  • 나윤도가 말했다.
  • “네가 뭘 알아. 너 같은 애송이는 여자가 어떤 매력이 있는지도 모를 거야. 그래서 이런 거에 미쳐있는 거지, 뭐.”
  • 주영은 갑자기 흥미가 생긴 듯 핸드폰을 치우고 말했다.
  • “그럼 윤도 형은 여자랑 그거 해봤어?”
  • 나윤도는 저도 모르게 욕설을 퍼부었다.
  • “야 이 새끼야, 형이 스물여섯인데 그럼 이 몸이 숫총각이겠어?”
  • “하하, 윤도 형. 그럼 나한테 얘기 좀 해줘 봐.”
  • 주영은 바로 굽신거리며 말했다.
  • 나윤도는 코를 만지작거리며 설렁설렁 말했다.
  • “말 안 해줄 거야. 무슨 할 말이 있다고.”
  • 주영은 계속 나윤도를 조를 생각이었다. 그때, 나윤도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CCTV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 두 명의 낯선 남자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는 것이 화면을 통해 보였다.
  • “왜 그래, 윤도 형?”
  • 주영이 대뜸 물었다.
  • 그는 엘리베이터를 찍고 있는 CCTV 모니터 화면을 확대하고 말했다.
  • “이 두 남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 주영이 말했다.
  • “하, 이 단지에 천 가구가 넘게 살아. 근데 형이 모든 주민들을 다 알아?”
  • 나윤도는 나지막이 말했다.
  • “뭔가 석연치 않아. 이 두 사람이 들어오는 걸 보지 못했어. 분명 우리가 신경 쓰지 않을 때 담을 넘어 들어왔을 거야.”
  •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했으니까 형이 못 봤던 걸 수도 있지.”
  • 주영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 나윤도는 주영을 신경 쓰지 않고 모니터를 주시했다. 그 두 남자는 29층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 “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가볼게.”
  • 나윤도는 곧바로 주영에게 분부했다.
  • 주영은 나윤도가 너무 예민하다고 생각했지만 알겠다고 대꾸했다.
  • 나윤도는 당직실을 나와 곧장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는 29층에 두 가구밖에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중 한 가구는 여행을 갔고 또 다른 가구는 이혼한 젊은 부인이 혼자 살고 있었다.
  • 그 이혼녀는 줄곧 집을 찾아오는 친구가 없었다. 그 두 남자는 십중팔구 그런 상황을 알고 흑심을 품은 것이리라.
  • 나윤도는 그 젊은 부인에게 큰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스물여덟 정도 되어 보였는데 예쁘고 성숙하고 섹시한 얼굴의 소유자였다.
  • 어쨌든 절세미인임이 틀림없었다. 그녀와의 잠자리에서 죽어도 원한이 없을 것 같을 정도로. 나윤도는 그 젊은 부인의 전 남편이 어떻게 미련 없이 이혼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 물론 나윤도가 그 젊은 부인에 대한 호감은 단지 그녀가 예뻐서만은 아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녀가 그들 경호원에게 예의 있고 싹싹하게 대해서였다. 아침마다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다른 주민들처럼 경호원들을 사람 취급 안 하는 경우가 없었다.
  • 나윤도는 곧바로 29층에 도착했다. 그는 허리에 진압봉을 차고 있었는데 전류가 흐르지 않아 큰 효과는 없었다. 겁을 주는 용도로는 그럭저럭 쓸만했지만.
  • 젊은 부인의 집 문 앞에 도착한 나윤도는 우선 안의 상황을 살폈다.
  • 몸싸움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 나윤도는 바로 자신의 짐작을 확신했다. 그래서 힘껏 문을 두드렸다.
  • “문 열어! 문 열어!”
  • 나윤도는 크게 소리 질렀다.
  • 이내 문이 열렸다.
  • 문을 연 것은 방금 엘리베이터에 탔던 낯선 남자 중의 한 명이었다. 그는 작게 문을 열고 그 틈 사이로 싸늘하게 나윤도를 보며 물었다.
  • “왜?”
  • 나윤도는 의심스러운 듯 남자를 훑어보았다.
  • “내가 이 집의 주인을 아는데 당신들이 아니잖아?”
  • 말을 마친 그는 곧장 문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 그 낯선 남자는 나윤도가 강제로 들어오려고 하자 아예 문을 꽉 닫았다.
  • “자식, 네가 제 발로 기어들어온 거야.”
  • 낯선 남자의 눈빛이 차가워졌고 말투도 으스스하게 변했다.
  • 나윤도는 흉터가 있는 다른 한 명이 안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나윤도를 포위했는데 손에는 섬뜩한 카스프링을 들고 있었다.
  • 하지만 나윤도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가 해외에서 산을 이루는 시체 사이를 떠돌았을 때는 흉악한 사람들을 꽤나 죽여봤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자식들은 전혀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 나윤도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 “역시 좋은 것들이 아니군.”
  • 그 두 자식의 표정이 더욱 싸늘해졌다. 그들은 곧바로 맹수처럼 덤벼들었다.
  • 인정사정없이 달려드는 것을 보니 나윤도를 죽이려는 모양이다.
  • 왼쪽 남자의 카스프링이 빠르고 정확하게 나윤도의 허리를 노렸고 오른쪽 남자는 그의 복부를 겨냥했다.
  • 두 남자는 나윤도를 도망자쯤으로 생각했다. 그때, 나윤도가 갑자기 반격했다. 그는 주먹 한 방으로 왼쪽 남자의 얼굴을 강타했다. 나윤도의 속도는 그 남자보다 너무나 빨랐다. 남자는 그대로 나가떨어지더니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 나윤도는 오른쪽 남자가 카스프링을 들고 있던 손목을 단번에 낚아채더니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고 팔꿈치를 공격했다. 그는 이내 남자를 그대로 바닥에 쓰러뜨렸고 그 괴한 역시 기절했다.
  • 나윤도는 곧바로 빠른 걸음으로 안방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