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도는 오전 내내 즐겁게 놀았다. 그는 이미 전에 경비직을 그만두었고 대표님의 총아이자 운전기사였기 때문에 아무도 그에게 일을 마련해 주지 않았다.
나윤도는 오전 내내 몇 개의 사무실을 누비며 거기의 여자들과 희희낙락거리며 여간 즐겁지 않았다. 나윤도는 여색을 좋아하지만 결코 남에게 미움을 받지는 않았다. 가끔씩 야한 농담을 하면 그 젊은 부인들은 오히려 그보다 더 사납게 굴기도 했다.
예컨대 그는 연희라는 사람의 자리에 앉았다.
연희가 말했다.
“얼른 일어나. 내가 앉을 거야.”
그러자 나윤도는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푹신한 소파에요. 얼른 앉아요.”
여자들이 빵 터졌다. 그런데 의외로 연희는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됐어. 너의 푹신한 소파에 누가 앉아. 좀만 있으면 푹신한 소파가 딱딱한 의자로 될 거고 딱딱한 의자가 플러그가 될 건데 그때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잖아.”
이 말에 나윤도는 멍해있다가 한참 뒤에야 비로소 반응했다.
“연희 씨는 정말 여자 건달이야.”
소녀들은 얼굴이 빨갛게 익었고 젊은 부인들은 하하 웃었다.
오전은 이렇게 즐겁게 지나갔다.
점심때 송연아와 단예진은 스타벅스의 간식과 커피를 먹겠다고 했다.
나윤도는 기사로서 당연히 그녀들을 데려다줘야 했고 또 겸사겸사 얻어먹을 수도 있었다.
빌딩 문을 나서자 나윤도는 즉시 마중하러 나갔다.
“아이고. 대표님. 오늘 정말 이쁘십니다.’
나윤도는 빙그레 웃으며 칭찬했다.
송연아가 말을 꺼내기 전에 단예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좀 새로운 말을 하면 안 돼. 식상하게 맨날 이 몇 마디야.”
나윤도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예진아, 넌 질투하는 거지! 그런데 대표님은 정말로 예쁘잖아. 내가 널 칭찬하지 않은 건 넌 가슴도 작고 사납기 때문이야. 이러다간 장차 시집가기도 어려울걸!”
단예진은 팔을 허리에 걸치고 화를 내며 말했다.
“나윤도 이 나쁜 놈아. 내 가슴이 어디가 작아?”
그녀는 말하자마자 가슴을 내밀었다.
그러자 가슴이 우뚝 솟았다.
솔직히 단예진의 가슴은 작은 편이 아니었다.
나윤도가 말했다.
“그렇게 해도 모르겠어. 네가 뽕을 넣었는지 누가 알아. 만져봐야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지.”
“꿈 깨.”
단예진은 화가 나 흥흥거렸다.
비록 송연아는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웃고 있었다. 나윤도는 정말 익살꾸러기야!
“대표님은 말이야. 뽕을 넣지 않았어.”
나윤도가 말했다.
단예진은 즉시 불복하며 말했다.
“나윤도, 넌 무슨 근거로 연아는 뽕을 넣지 않았다는 거야. 설마 만져봤어?”
나윤도가 말했다.
“만져본 적은 없지만 대표님의 라인은 완벽해서 짐작이 가. 하지만 너는 내가 만져서 검증을 거쳐야만 확신할 수 있어.”
“그만해. 너희들 정말 말할수록 꼴불견이야.”
얼굴을 붉히며 송연아는 헛기침을 하고는 먼저 차에 올랐다.
어쨌든 그녀는 아직 경험이 없는 처녀였다
송연아는 올해 스물네살이지만 마음은 정말 순수했다. 이 가업을 이룰 수 있었던 데는 그녀의 천재적인 능력 외에도 이모부의 도움이 있었다.
송연아가 차에 오르자 단예진은 나윤도를 향해 눈을 흘기며 말했다.
“너 이 양아치 같은 놈, 다시 내 가슴이 작다고 했다간 가만 안 놔둘 줄 알아.”
나윤도는 웃으며 말했다.
“나보고 검증하게 하면 안 말할게.”
“죽을래.”
단예진은 욕을 하며 차에 올라탔다.
카페에서,
나윤도는 송연아와 단예진과 마주 앉았다.
나윤도는 정교한 스테이크를 주문했지만 그는 이런 음식은 별로였다.
하지만 여기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나윤도는 사실 통 크게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는 걸 좋아했다.
스테이크가 나오자 단예진은 나윤도를 놀리며 말했다.
“나윤도, 너 양식을 어떻게 먹는지는 알아?”
“입으로 먹지!”
나윤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것도 몰라. 멍청하긴.”
단예진은 순간 화가 나 숨이 넘어갈 뻔했다. 송연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너희 둘은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타고난 애인 같아.”
그러자 단예진은 퉤 하더니 말했다.
“귀신이나 그와 애인하겠지.”
나윤도가 말했다.
“그러게.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애인들은 모두 부부가 될 사람들이야. 난 네가 내 아내가 되는 게 싫어. 넌 가슴이 작잖아.”
단예진은 화가 나 이를 갈며 말했다.
“나윤도, 너 왜 안 죽어.”
나윤도는 즐겁게 웃었다.
송연아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지으며 나윤도에게 말했다.
“넌 사내대장부가 돼갖고 왜 항상 예진과 같은 소녀와 좀스럽게 따지는 거야?”
나윤도는 웃으며 말했다.
“좋아. 난 아량이 넓으니 그녀와 따지지 않을게.”
단예진은 즉시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너야말로 소인배야. 너의 가족 모두 소인배라고.”
송연아는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
바로 이때 나윤도는 차에서 내리는 한 여자를 보았다.
그 여자는 일시에 나윤도의 눈길을 끌었다.
왜냐하면 그 여자의 카리스마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치 여왕 같았다.
진홍색 원피스에 머리를 틀어올린 그녀는 아주 아름다웠고 우아했다.
그녀의 가슴은 풍만했고 가느다란 허리에는 검은색 벨트가 묶여있었다
“뭘 봐?’
단예진은 나윤도의 이 저팔계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의 시선을 따라 똑똑히 보고 난 뒤 그녀는 의아하게 말했다.
“저 여자는 왜 왔지?”
송연아도 바라보았다.
나윤도는 그 여자 옆에 두 명의 남자가 있는 것을 보았다. 두 남자는 모두 검은 셔츠와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아주 차가워 보였다. 나윤도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놀랍게도 두 남자는 모두 암경 절정인 고수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은 해빈시에 암경 절정인 고수가 동시에 두명이 나타나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
무예 고수가 연습하는 것은 몸 안에 있는 기이다. 사람이 있으면 기가 있을 것이고 기가 사라진다면 사람도 죽어버린다.
사람은 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바로 이 이치이다.
이 기는 고수의 몸에서 힘으로 변화한다.
웬만한 사나이의 주먹 한방의 힘은 오백 근에 이르는데 그것도 명경(明劲)에 불과하다.
명경 다음이 암경이었다.
암경은 두부를 통과하여 밑에 있는 벽돌을 깰 수 있고 코끼리를 한 주먹에 죽일 수 있다. 이 암경은 바로 힘을 가는 바늘처럼 갈았기 때문에 살상력은 놀라웠다.
그래서 암경 고수는 아주 무서운 존재였다.
“저 여자를 알아?’
나윤도가 물었다. 비록 두 명의 고수가 나타났지만 그와는 상관이 없었다. 그가 가장 흥미를 느끼는 것은 그녀의 미모였다. 저 여자는 정희연과 같은 쎈언니었다. 다만 정희연은 풍채가 돋보였고 저 여자는 강하고 아름다웠다. 나윤도에게 있어서 이 모든 것이 다 치명적인 매력이었다.
단예진이 말했다.
“당연히 알지. 해빈시에서 저 여자를 모르면 간첩이야.”
나윤도는 코를 만지며 말했다.
“그렇게 유명해?”
단예진이 말했다.
“저 여자는 여정이라고 해. 찻잎과 비단장사를 하는데 모두 고급 노선으로 가고 있어. 그녀의 옆에 있는 두 경호원은 형제이고 솜씨가 대단해. 해빈시에서는 아무도 그녀를 건드리지 못하지.”
바로 이때 여정은 두 경호원을 데리고 들어왔다.
나윤도는 하얗게 드러난 그녀의 가슴골을 쳐다보았다, 그는 심지어 침까지 흘리며 아무 거리낌 없이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말해버렸다.
“적어도 36인치 C컵에 뽕은 없어!”
단예진과 송연아는 깜짝 놀랐다. 단예진은 나윤도를 노려보며 말했다.
“들으면 어쩌려고 함부로 말해. 죽고 싶어?”
나윤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뭐가 무서워? 여자가 저렇게 예쁘게 차려입은 건 남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야. 저 여자는 남편이 있어?”
단예진은 화가 나서 말했다.
“없어. 근데 없으면 왜? 두꺼비인 주제에 백조 고기를 먹으려고?”
나윤도가 웃으며 말했다.
“왜 그렇게 흥분해? 질투하는 거야?”
단예진은 갑자기 말문이 막혀 테이블을 뒤집고 싶었다.
송연아는 화해를 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얼른 먹어. 너희 두 익살꾸러기 때문에 내가 못 살아.”
비록 나윤도는 시끄러웠지만 그가 있어서 재미가 더해졌고 송연아와 단예진도 안정감을 느꼈다.
음식을 먹고 난 뒤 나윤도 일행은 스타벅스를 나왔다.
나오자마자 나윤도는 저쪽에 숨어 있는 몇 명의 건달들을 발견했다.
이 건달들은 계속 대문 쪽을 노려보다가 나윤도 일행이 나오자 바로 다가왔다.
나윤도는 곧 이 몇 놈이 자기를 향해 온 것임을 눈치챘다.
그러나…..
나윤도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안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으니 절대로 이 녀석들을 건드릴 일이 없었다. 그렇다면 왜 자신을 향해 왔을까?
이건 너무 이상해.
비정상적인 일에는 반드시 이상한 점이 있는 법이다!
나윤도는 즉시 이것은 염이안이 그에게 파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의식했다.
염이안은 이 건달들로는 자신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 사람들을 보냈을까?
설마?
나윤도는 아주 총명했고 머리가 빨리 돌아가 곧 염이안의 계획을 짐작했다.
이때 송연아와 단예진도 기세등등해서 다가오는 건달들을 보았다. 의도가 불순해!
그녀들은 즉시 나윤도의 뒤에 숨었다.
그러나 나윤도는 재빨리 한 손에 하나씩 송연아와 단예진의 부드러운 허리를 껴안고 두 여자가 미처 반응하기 전에 먼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날 따라와.”
이때 두 여자는 몸부림치지도 못하고 나윤도의 말에 순종했다. 나윤도는 몰래 기뻤다. 아휴,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느낌은 정말 너무 좋아!
그는 빠른 걸음으로 두 여자를 데리고 재규어 차 앞에 왔다.
두 여자는 어리둥절했다. 이 재규어는 여정의 차이지 그녀들의 BMW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윤도가 차 문을 여는 척하자 그 깡패들은 즉시 가로막았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까까머리는 재규어의 차 지붕을 두드리며 말했다.
“한쪽에 하나씩 끼고 넌 참 좋겠다. 우린 밖에서 엄청 오래 기다렸는데 말이야.”
나윤도는 멍해있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발 좀 치우시지. 이건 재규어야. 알아? 너 잘못 만졌다가 배상할 수 있겠어?”
“씨발!”
대머리는 화가 나 욕을 했다.
“재규어면 다야? 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 내가 두드리면 어쩔 건데?”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심하게 여러 번 두드렸다.
몇 명의 건달들은 한편에서 썰렁하게 웃으면서 느긋하게 구경을 하고 있었다.
“네가 감히?”
나윤도는 기분 나쁘게 말했다.
“이건 재규어라고. 이게 봉고차인 줄 아나? 이게 얼만지 알아? 고장 나면 널 팔아도 모자라. 너 자신이 무슨 놈인지 어떤 신분인지 좀 보시지 그래.”
까까머리는 나윤도의 낯짝이 정말 눈에 거슬렸다. 돈이 많으면 다야!
거만한 것이 익숙해졌던 까까머리는 원래 오늘 돈을 받고 나윤도 이 자식에게 시비를 걸려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도 아직 날뛰지 않았는데 나윤도 이 녀석이 먼저 날뛸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까까머리도 세상 물정에 익숙한 사람이라 나윤도도 약간의 돈이 있는 플레이보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윤도가 무섭지 않았다. 재규어라고 해도 1억정도였기 때문이다. 까까머리가 부숴버린 차는 많고도 많았지만 아무도 감히 그에게 배상을 요구하지 못했다.
이 순간 까까머리의 눈에서 차가운 빛이 번뜩이더니 강관을 꺼내더니 차 유리를 부쉈다. 그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두드렸을 뿐만 아니라 부쉈어. 어쩔 건데?”
나윤도의 얼굴빛이 변하더니 위협했다.
“살기 싫은 모양이구나. 너 재간이 있으면 한 번 더 부숴 봐?”
까까머리가 호통쳤다.
“얘들아, 부숴!”
여러 건달들은 명령을 받고 즉시 강관을 날렸다. 순간 한무리의 사람들은 재규어를 형색도 알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멀찍이 쳐다보면서 감히 다가서지 못했다.
까까머리는 차를 부순 후에야 나윤도를 보며 흉악하게 웃었다.
“다 부쉈어. 어쩔래?”
나윤도의 안색은 원래 좋지 않았지만 이 순간 갑자기 허허 웃으며 말했다.
“부수면 부쉈지. 어차피 내 차도 아닌데. 하하하!”
바로 이때 여정이 두 경호원을 데리고 굳어진 얼굴로 다가왔다.
까까머리도 건달인지라 여정이라는 이 흉포한 사람을 모를 리가 없었다. 순간 그는 뭔가 깨달았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윤도를 향해 더듬거리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