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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나윤도의 속사정

  • 그 경찰이 대답했다.
  • “나윤도는 열네 살에 출국한 이후 아무런 기록이 없습니다. 한 달 반 전에 귀국해 해빈시에 나타났고요. 임 팀장님, 나윤도가 국내에서의 범죄 기록은 깨끗합니다. 해외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저희는 알 길이 없고요.”
  • 임아정은 나윤도가 위험한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열네 살에 출국한 저 자식은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해외에서 살인을 하고 재물을 약탈하는 짓을 했을지도 모르는 그가 갑자기 귀국했을 땐 분명 목적이 있어서일 것이다.
  • 임아정은 심호흡을 하고 취조실로 들어갔다.
  • 무척 따분한 표정으로 취조실에 앉아있던 나윤도는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빤히 쳐다보았다. 경찰 제복을 입은 그녀는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나윤도는 그녀가 제법 예쁘다고 생각했다.
  • “조사는 어떻게 됐어? 나 가도 되지?”
  • 나윤도는 바로 말을 이었다.
  • “난 모함 받은 거야. 근데 나 같은 피해자를 잡아오는 건 너무하지 않나.”
  • “됐다 그래. 너도 피해자야?”
  • 임아정은 나윤도가 무섭고 꺼림칙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자식이 입만 열면 화가 났다. 임아정은 말을 이어갔다.
  • “경찰을 습격했으니까 교도소에 보내버릴 수 있어.”
  • 나윤도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 “내가 법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너희 경찰들은 다치지 않았잖아. 내가 탈골된 네 뼈도 다시 맞춰줬고. 내 행위는 최대 벌금 150만 원에 유치장에서 보름이야!”
  • 임아정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나윤도를 보며 말했다.
  • “그래, 나윤도라고 했지? 경찰을 습격한 문제는 책임을 묻지 않을게. 대신에 내가 묻는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해. 날 속인다면 이상한 네 신분에 대해서 윗선에 보고할 거야.”
  • 나윤도는 임아정을 한 번 더 쳐다보더니 허리를 곧게 폈다.
  • “물어봐.”
  • 임아정이 물었다.
  • “열네 살에 출국해서 12년 동안 외국에서 뭐 했어?”
  • 나윤도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
  • “용병, 돈 받고 사람 죽였어. 작은 나라의 반 정부군을 도와서 정부군을 제압한 적도 있고 정부군을 도운 적도 있어. 난 돈을 따라 움직일 뿐, 사람은 가리지 않으니까.”
  • 임아정이 물었다.
  • “정말이야?”
  • 나윤도가 대답했다.
  • “확실해.”
  • 임아정이 말했다.
  • “그래. 그런 일들은 내가 어떻게 하지 못해. 하지만 이건 나에게 설명해야 할 거야. 왜 갑자기 귀국했어? 그것도 해빈시에. 해빈시가 네 고향은 아니잖아? 아무 이유 없다고 말하지 마.”
  • 나윤도는 침묵을 지켰다.
  • 임아정의 눈에 빛이 돌았다. 그녀는 자신이 은연중에 중대한 사건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 바로 그때, 나윤도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 “마침 물어보니까 하는 말인데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 “말해!”
  • 임아정이 대꾸했다.
  • 나윤도가 말했다.
  • “내가 이번에 귀국한 건, 그니까 해빈시에 온 건, 해야 할 일이 있어서야. 하지만 안심해도 좋아. 나쁜 일을 하려고 온 건 아니니까. 해외에 내 부하들이 있어. 그들은 날 대장이라고 부르지. 우리는 같이 떠돌고 술을 마시고 살인을 해. 그런데 한 달 반 전에 나랑 절친한 부하가 나 대신 총알을 맞고 그 자리에서 죽었어. 그 친구가 바로 해빈시의 사람이야. 이름은 송성빈. 십 년 전에 사람을 죽이고 해외로 도망 왔어. 그 친구한테 여동생이 하나 있는 걸로 아는데 이번에 온 건 그 친구의 동생을 보기 위해서야.”
  • “그런데 아쉽게도 그 여동생을 찾을 수가 없어. 그들이 예전에 살던 고풍로의 집도 이미 철거됐고.”
  • 임아정은 나윤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에 어떤 화면이 재생됐다. 요즘 세상에는 아직도 해외에서 피를 먹고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총을 들고 살인을 하고 자유롭고 거침없이 살아간다.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는 모습이 즐거워 보이기까지 한다.
  • 그건 남자들이 사는 방식이었다.
  • 하지만 그들 역시 정 있고 의리 있는 사람들이다.
  • 임아정은 불같은 나윤도의 성격에 비춰 그 말을 완전히 믿었다.
  • 이 사람은 해외에서 용병 대장으로 활약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성격이 포악하다. 그런데 세상 물정을 모르는 조영호가 그를 도둑으로 모함했으니 분노가 치미는 것도 당연했다.
  • 이런 사람이 어떻게 도둑질을 하겠는가?
  • 대장부가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치졸한 짓을 하는 무리들이다!
  • 임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 임아정은 이내 취조실을 나왔다.
  • 그녀는 경찰 한 명을 불러 명령했다.
  • “송성빈이란 사람을 찾아줘. 전에 고풍로에 살던 사람.”
  • “네, 임 팀장님!”
  • 한편, 인내심 있게 취조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정희연은 임아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달려왔다.
  • “임 팀장님, 윤도가 충동적이긴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팀장님께서…”
  • 임아정은 싸늘한 눈빛으로 정희연을 쳐다보았다.
  • “나윤도랑 무슨 사이예요?”
  • 잠시 멈칫한 정희연이 이내 말을 이었다.
  • “제 친구요.”
  • 정희연이 말을 이었다.
  • “윤도는 의로운 사람이에요. 어젯밤에 제가…”
  • 그녀는 곧바로 괴한이 집에 쳐들어온 일과 나윤도가 자신을 구해준 일을 말했다.
  • 임아정은 조금 뜻밖이라는 듯 말했다.
  • “알겠어요. 일단 돌아가세요. 제가 몇 가지 일에 대한 조사를 확실히 마치고 나윤도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내보낼게요.”
  • 정희연은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 “윤도랑 몇 마디 해도 될까요?”
  • 임아정은 무자비하게 거절했다.
  • “지금은 안 돼요.”
  • 정희연도 지금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럼 마음이 불편할 것이 뻔했다.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 “벌금을 내야 한다면 제가 낼게요. 근데요 임 팀장님, 너무 텃세 부리지 마세요. 이번 일은 윤도가 피해자예요.”
  • 임아정은 정희연을 힐끔 보고는 말투를 누그러뜨리고 말했다.
  • “가서 앉아계세요. 제가 말했죠. 조사를 확실히 끝내면 내보낼 거라고요.”
  • 정희연은 자신이 계속 매달려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렸다.
  • 송성빈의 신상은 곧 나왔다. 경찰은 임아정에게 보고했다.
  • “임 팀장님, 송성빈은 십 년 전에 살인을 하고 해외로 도주했습니다. 지금까지 송성빈의 수배령이 인트라넷에 걸려 있고요.”
  • “살인?”
  • 임아정이 물었다.
  • “송성빈이 왜 살인을 했는지 알아?”
  • 그 경찰이 대답했다.
  • “사건이 좀 복잡합니다. 팀장님께서 직접 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