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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이상한 경호원

  • 나윤도가 남자임을 증명하려 한 말은, 단순히 단예진을 겁주기 위한 말일 뿐이었다. 미녀와 장난질을 하는 것만큼 남자에게 즐거운 일은 없었다. 그는 곧바로 손을 바지 주머니로 가져갔다.
  • 기세를 보아 바지를 벗을 것 같았다.
  • 단예진은 자기도 모르게 아연실색하며 소리쳤다.
  • “뭐하는 거야, 이 변태가! 어디서 이런 사람이…”
  • 단예진은 절망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거지! 이 녀석은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지?
  • 나윤도는 크게 반응하는 단예진을 보고 민증을 꺼내며 말했다.
  • “자, 신분확인 됐지? 내가 뭐라도 할 줄 알았어? 아… 설마 바지라도 벗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참나, 그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는데. 근데… 오히려 좋아!”
  • 온순한 성격인 송연아는 이때만큼은 뒤에서 눈물이 날 정도로 웃고 있었다.
  • “하하하…”
  • 송연아가 말했다.
  • “단예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주민등록증을 꺼내는 것뿐인데!”
  • 단예진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었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윤도는 이미 경호원 옷을 입고 있었다.
  • 그녀가 얼른 말했다.
  • “새로 온 경호원이지?”
  • 나윤도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 “그래, 오늘 왔지.”
  • “여기 와서 뭐하는데?”
  • 단예진이 물었다.
  • 나윤도는 이 여자에게 농담하면 안될 것 같아 말했다.
  • “매 층마다 안전점검 할 거야.”
  • 그는 정색을 하며 더 이상 장난을 치지 않았다.
  • “됐어, 출근 안 해도 돼. 재무실로 가서 한 달치 월급 계산하고 당장 떠나.”
  • 단예진은 거침없이 말했다.
  • “이런!”
  • 나윤도는 속으로 욕설을 삼키며 말했다.
  • “정말 대단하네. 일한지 2시간 만에 한달 월급을 주고. 하지만 난 돈 벌러 온 게 아니야, 송연아를 지키러 온 것이지. 어떻게 그냥 가겠어?”
  • 그는 기지를 발동해 송연아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 “대표님이 이렇게 아름답고 마음씨까지 착하신데. 나는 군인이지만 돈은 모두 집에 보냈거든, 차마 직업을 바꿨다고 말씀드리기도 뭐 하고. 겨우 이 직업 찾았는데 잘리지 말고 잘 해야지.”
  • 송연아는 분명 착할 거라 생각했다.
  • 역시나 그녀는 예상대로 말했다.
  • “그렇구나.”
  • 그녀는 단예진을 나무랐다.
  • “단예진, 장난한 것뿐인데, 너무 그러지 마.”
  • 단예진은 표정을 굳혔다. 하지만 그녀도 시비도리를 따지는 사람이었다. 단지 나윤도에게 살갑지 않은 어투로 말할 뿐이었다.
  • “나한테 약점이라도 잡히기만 해, 이 변태!”
  • 나윤도는 금방 자리를 떠났다.
  • 이건 나윤도에 관해 대외에 처음 알려진 일이었다. 한낱 경호원이 대표를 희롱한 사실은 좋은 가십 거리였다.
  • 나윤도는 유명한 군인이었다.
  • 두번째 일은, 회사 홍보팀에 조수연이라는 여자가 있는데, 나이는 28살이고, 무척 섹시한 외모를 가졌다. 검은색 딱 붙는 치마를 입은 여자는 마침 그가 원하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데리고 놀고 싶은, 그러나 책임지고 싶지는 않고, 결혼까지 더더욱 생각하지 않을, 조수연은 그런 여자였다.
  • 또한, 회사 내부에선 조수연이 고객들과 밤을 보낸다는 소문이 돌았다.
  • 하여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의논하기를 즐겼다.
  • 점심 식사를 마친 뒤 경호실의 사람들은 심심했는지 조수연의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 모두들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게 그보다 노골적일 수 없었다.
  • 처음 온 나윤도는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그 안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그도 한마디 했다. 조수연의 엉덩이가 얼마나 크고 탄력이 있는지, 만지면 촉감이 정말 좋을 거라고!
  • 그 말에 경호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 나윤도는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 모두들 얘기하고 있었고, 거기에 비하면 난 가벼운 편인데,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걸까?
  •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그는 고개를 돌리자 조수연이 보였다. 마침 택배를 가지러 지나가는 길에 그 말을 들은 그녀는 화가 나 서늘한 눈빛으로 나윤도를 노려보고 있었다.
  • 나윤도는 정말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 당연히 조수연은 아무 말없이 차갑게 나윤도를 노려보다 가버렸다.
  • 조수연이 나윤도를 증오하는 건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 세번째 일은 더 재밌었다.
  • 나윤도는 이번엔 매우 성실하게 경호실 청소를 하고 있었다.
  • 그때 회사 의상 팀 총괄팀장이 화가 난 채 나윤도를 찾아왔다.
  • 이 총괄 팀장이 바로…… 정희연이었다.
  • 정희연은 당장에 나윤도에게 뭐하는 짓이냐며 물었다.
  • 나윤도는 그런 정희연을 보고 당황했다. 어찌 이런 일이!
  • 그는 억울하게 말했다.
  • “내가 뭘!”
  • “날 스토킹 해?”
  • 정희연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 “내가 사람을 잘못 봤네.”
  • “난 스토킹 한 적 없어!”
  • 나윤도는 모든 게 우연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 정희연은 나윤도에게 사직하고 여기를 떠나도록 명령했다.
  • 갈 곳 없는 나윤도는 때려 죽여도 못 떠났다.
  • 정희연은 분노했다.
  • “좋아! 네가 안 가면 내가 가!”
  • 곧이어 정희연은 홧김에 송연아를 찾아가 그만 둘 것을 얘기했다.
  • 자초지종을 물은 송연아는 당연히 나윤도를 찾았다.
  • 나윤도는 사는 게 참 힘들다 싶었다. 그냥 성실하게 경호원이나 하려는데 왜 이렇게 어려울까?
  • 그는 송연아에게 하늘을 향해 맹세코 자신은 정희연 때문에 이곳에 온 게 아니라, 이 모든 건 우연이라 말했다. 이어 정희연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 “정희연, 배은망덕하네. 내가 당신 구해주지 않았으면, 당신 지금 여기 있지도 못해. 겨우 찾은 일자리 당신 때문에 잘리게 생겼잖아.”
  • 정희연도 맞받아 쳤다.
  • “경호원 찾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여기야?”
  • 나윤도가 능글맞게 대답했다.
  • “그렇긴 하지. 근데, 내가 지금 가면 오해가 사실이 되잖아. 그렇게 당당하면 너도 무서울 게 없잖아? 내가 너에게 매달리기라도 할까봐? 좋아, 대표님 앞에서 맹세하지. 내가 또다시 너와 엮이면 바로 나갈게. 월급도 안 받을 게. 이제 됐지?”
  • 정희연은 할말을 잃었다.
  • 이 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 이 세번째 일까지 지나가자, 나윤도는 정말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유명한 경호원이 되었다.
  • 이상한 경호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