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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여왕

  • “네가 뭐!”
  • 나윤도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 “아까 이 차가 비싸다고 두드리지도 말고 부수 지도 말라고 했잖아. 아이고. 말릴 수가 있어야지. 넌 너무 고집이 세! 이젠 어쩔 거야. 차 주인이 찾아왔는데?”
  • “네가 모해한 거잖아.”
  • 까까머리는 분노하여 소리쳤다.
  • 나윤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 “칫, 난 이 차가 내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어.’
  • 옆에 있던 단예진과 송연아는 우스웠지만 꾹 참았다.
  • 두 경호원을 데리고 차 앞에 온 여정의 눈에는 분노의 불길이 일었다. 그녀는 먼저 차를 한번 훑어보다가 까까머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 “어찌 된 일이야?”
  • 까까머리가 말하려고 할 때 나윤도가 먼저 아부하며 말했다.
  • “미녀 누님, 사실은 말이죠.. 저 몇몇 녀석들이 누님의 차를 부쉈어요. 제가 재규어가 그렇게 비싸다고 망가뜨리면 배상할 수가 없다고 말했는데도 듣지 않고 끝내는 부숴버리는 거 있죠.”
  • “맞아?’
  • 여정도 바보가 아니라 똑똑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까까머리를 보며 물었다.
  • 까까머리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말했다.
  • “여정 씨, 저 녀석이 우리를 모해했어요. 우리는 이 차가 저 녀석의 차라고 생각했거든요.”
  • 나윤도는 코웃음을 치며 여정에게 말했다.
  • “미녀 누님, 난 모해한 적이 없어요. 내가 나와서 마침 누님의 차를 지나가려고 할 때 저 사람들이 나를 가로막았거든요. 난 저 녀석이 누님의 차를 두드리니까 좋은 마음에 비싸니까 함부로 두드리지 말라고 말까지 해줬는데 저 사람들은 듣지 않더라고요. 참, 말릴수록 더 부수는 거 있죠.”
  • 여정은 나윤도를 차갑게 흘끗 쳐다보더니 다시 까까머리를 보며 말했다.
  • “차는 너희들이 부순 거 맞지?’
  • 까까머리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이 일은 어떻게 해도 그냥 넘아갈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일 수박에 없었다.
  • 여정이 말했다.
  • “좋아. 해빈시에서 아무도 감히 나 여정의 차를 부순 적이 없어. 넌 처음이야. 대단해.”
  • 까까머리는 여정에게 무릎을 꿇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 “모두 오해예요!”
  • 여정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 “하루 시간을 줄게. 내일의 이맘때 3억 5천만을 내 찻잎 가게로 보내. 시간이 지나면 기다리지 않을 것이니 감히 나를 바람 맞히면 결과는 네가 알아서 책임져!”
  • 말하고 나서 그녀는 두 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떠났다.
  • 나윤도는 얼른 여정을 가로막고 웃으며 불렀다.
  • “미녀 누님.”
  • 여정은 차갑게 나윤도를 보더니 말했다.
  • “네가 무슨 잔꾀를 부리는지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라.”
  • 나윤도는 웃으며 말했다.
  • “미녀 누님, 화내지 마세요. 누님은 차가 없잖아요. 누추하지만 저희 차를 타고 가시라고요.”
  • 그는 바로 앞에서 길을 안내하였고 BMW 앞으로 와 차 문을 열었다.
  • “미녀 누님, 타시죠!’
  • 나윤도는 너무 친절했다! 허리를 굽히고 있는 모습은 정말 노비 같았다.
  • 여정은 망설이다가 결국 BMW에 올랐다.
  • 나윤도는 BMW 차 키를 두 명의 경호원에게 주었다.
  • BMW는 곧 시동을 걸었고 여정 일행은 훌쩍 떠나갔다.
  • 나윤도는 그제야 몸을 돌려 단예진과 송연아를 보며 헤헤 웃으며 말했다.
  • “가자.”
  • “가려고?”
  • 까까머리는 사납게 화를 내며 건달들을 데리고 몰려왔다.
  • 나윤도는 빙그레 웃으며 까까머리를 보다가 말했다.
  • “얼른 스폰서를 찾아가 돈부터 모아야 될 것 같은데.”
  • “네가 배상해. 안 그러면 오늘 죽을 줄 알아.’
  • 까까머리는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 나윤도가 말했다.
  • “너 미쳤어. 내가 왜 돈을 배상해? 내가 부순 것도 아니잖아.’
  • “죽고 싶어!”
  • 까까머리는 벌컥 화를 내며 갑자기 강관을 들어 나윤도의 머리를 내리쳤다.
  • 거센 바람이 휙휙 일었다!
  • 송연아와 단예진은 순간 깜짝 놀랐다.
  • 하지만 눈 깜짝 할 사이에 강관은 이미 나윤도의 손에 쥐어졌다.
  • 나윤도는 강관을 잡아서 꽈배기처럼 주물러 덩어리로 만들어버리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 “내가 화내기 전에 얼른 꺼져.”
  • 이 장면은 꽤 충격적이었다.
  • 까까머리를 포함한 몇몇 건달들은 모두 멍해졌다.
  • 송연아와 단예진도 모두 멍해졌다.
  • 뒤이어 까까머리는 공포에 떨며 나윤도를 흘끗 쳐다보고는 사람들을 데리고 재빨리 떠났다.
  • 나윤도는 그제야 하품을 하며 말했다.
  • “정말 시시해. 우리 돌아가자.”
  • 나윤도의 무서움을 송연아와 단예진은 진정으로 견문한 셈이다. 이어 세 사람은 택시를 불러 회사로 돌아갔다. 차 안에서 단예진은 나윤도와 말다툼도 하지 않고 있다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만 했다.
  • “나윤도, 넌 왜 힘이 그렇게 세?”
  • 나윤도가 웃으며 말했다.
  • “난 침대에서 힘이 더 세.”
  • 단예진은 얼굴이 빨개서 나윤도의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 “죽일 놈아, 말 제대로 안 할래?’
  • 나윤도는 아파서 급히 용서를 빌었다. 그는 조수석에 앉았기 때문에 이런 모습은 정말 우스꽝스럽고 초라했다.
  • 그 택시 운전기사는 이상한 눈길로 보면서 웃음을 참고 있었다.
  • “됐어. 그만 좀 해.”
  • 송연아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 그제야 단예진은 나윤도를 놓아주었다.
  • 송연아는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
  • “나윤도, 그 깡패들은 염이안과 제윤슬과 관련이 있는 거지?’
  • 그녀는 정말 총명한 여자애였다.
  • 나윤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맞아.”
  • 단예진도 금방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녀는 좀 의아해서 물었다.
  • “염이안은 너와 싸워본 적이 있으니 너의 실력을 알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그 몇몇 건달들은 분명히 너희 상대가 아닌데 뭐하려고 그들을 보낸 거지?”
  • 나윤도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
  • “예진아. 가슴이 크면 머리가 없다고 하던데 네가 이렇게 총명한 걸 보니 넌 가슴에 뽕을 넣은 게 분명해.”
  • 단예진은 화가 나서 말했다.
  • “너 또 근질거리지?’
  • 나윤도가 웃더니 말했다.
  • “그 건달들은 그리 대단하지는 않지만 내가 그들과 싸워 그들을 때렸다면 아마 난 비참해졌을 거야. 염이안은 경찰과 결탁한 게 분명해. 나중에 건달들이 내가 때렸다고 고소하게 되면 난 잡혀들어가게 될 것이고 일단 유치장에 갇히면 그들은 준비해두었던 죄명을 나한테 씌우겠지. 만약 내가 저항하면 수배범이 될 거고 저항하지 않는다면 감옥에 갇히겠지. 이건 차도살인계(借刀殺人計)야!”
  • 이 말을 들은 단예진과 송연아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건 얼마나 악랄한 계책인가!
  • 하지만 이내 단예진이 입을 열었다.
  • “하지만 넌 그들을 안 다치게 할 수도 있잖아.”
  • “마음만 먹으면 구실은 얼마든지 있어.”
  • 나윤도가 말했다. 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
  • “하지만 지금 그들은 여정의 차를 부쉈으니 나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거야. 허허.”
  • 송연아와 단예진은 아까의 장면을 생각하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송연아와 단예진은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단예진이 말했다.
  • “제윤슬과 염이안이 결탁하였으니 이대로 그만두지는 않을 거야. 앞으로 말썽이 끝이 없겠구먼!”
  • “걱정하긴. 오빠가 있잖아.”
  • 나윤도가 말했다.
  • “하늘이 무너져도 오빠가 대신 받쳐줄게.”
  • 이 말에 두 여자의 마음은 따뜻해졌고 모두 감격했다.
  • 나윤도는 건들 건들하긴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확실한 대장부였다.
  • 이때 여정은 송연아의 BMW에 앉아있었다.
  • 차를 모는 경호원은 서동해라고 불렀고 조수석에 앉은 경호원은 서후라고 불렀다.
  • 두 사람은 친형제였는데 서동해가 동생이고 서후가 형님이었다. 두 형제는 과거에 동남아 일대에서 불법 격투기를 해오다가 격투장에서 대종사의 제자를 때려죽여 큰 말썽을 일으켰다.
  • 그때 여정이 손을 내밀어 이 원한을 풀어주었다.
  • 그때로부터 두 형제는 목숨을 걸고 여정을 따랐고 여정을 경외하고 절대적인 충성을 다했다.
  • 이때 큰형 서후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 “여정 누님, 오늘 일은 분명히 그 자식이 일으킨 거잖아요. 감히 누님을 건드리다니요. 그런데 왜 그를 혼내게 하지 않으셨어요?”
  • 여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 “너희들이 혼내지 못할까 봐.”
  • “네?”
  • 서후와 서동해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동생 서동해가 물었다.
  • “설마 그도 무예 고수라고요? 하지만 우리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 여정이 말했다.
  • “너희들뿐만 아니라 나도 잘 모르겠어. 그 녀석은 무예를 아예 모른다거나 아니면 절정고수일 거야.”
  • 서후가 말했다.
  • “절정 고수가 그렇게 많을 리가요. 제가 보기에는 아예 모르는 것 같아요.”
  • 여정이 말했다.
  • “틀렸어, 서후야. 만약 그가 정말 평범한 사람으로 무예를 모른다면 무슨 담으로 나한테 불똥을 튀겼겠어? 게다가 나를 볼 때 그 녀석의 눈에는 욕망이 있었어. 내 경지에 이르면 감히 나를 모독할 생각을 하는 남자는 없어. 하지만 그는 아니었어. 그는 나를 여자로 여겼단 말이야. 이건 그의 경지가 나보다 낮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단 얘기지.”
  • 이 말에 서후와 서동해는 숨을 들이쉬었다. 서후가 말했다.
  • “여정 누님은 이미 화경의 극에 다다랐으니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육지 진선이 되잖아요. 설마 그도 육지 진선일까요?”
  • 여정이 말했다.
  • “이 모든 게 내 추측이긴 하지만 육지 진선은 아닌 것 같아. 그 사람은 재미있는 사람이니 많이 접촉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 “네. 여정 누님!”
  • 두 형제가 공손히 대답했다.
  • LY 회사에 도착하자 송연아는 나윤도에게 다시 아우디 a6을 배정해 주었다.
  • “우리 BMW는 안 가져올 거야?”
  • 단예진이 물었다.
  • 송연아는 침울하게 말했다.
  • “여정은 아주 똑똑한 사람이야. 이번 일도 나윤도가 그녀에게 불똥을 튀겼으니 그냥 그 차로 사죄하는 셈 치자.”
  • “그럼 안되지.”
  • 나윤도는 가만있지 않았다.
  • “그 여자의 차가 박살난 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야. 지금 당장 가서 차를 찾아올게.”
  • 한다면 하는 나윤도여서 그는 즉시 나갔다.
  • 단예진과 송연아는 막을 틈도 없었다.
  • 하지만 그 녀석은 나가자마자 다시 들어와서 고개를 내밀고 물었다.
  • “그 가슴 큰 누님은 어디에 살아?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어?”
  • 단예진과 송연아는 저도 모르게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쉬었다. 이 녀석은 정말 너무 웃겨.
  • 그러나 어쨌든 나윤도는 주소를 알아냈고 건들건들 여정을 찾으러 갔다.
  • 염이안 쪽에서도 곧 까까머리의 전화를 받았다. 까까머리가 여정의 차를 부수고 3억 5천만을 배상해야 한다는 소리에 염이안은 까까머리를 능지하고 싶었다. 정말 쓸모없는 폐물들이야.
  • 하지만 염이안은 감히 여정을 화나게 할 수 없었다.
  • 여정은 만만한 여자가 아니었고 해빈시의 초연한 존재였다. 암흑가의 황제 용왕이라도 여정의 체면을 봐주어야 했다.
  • 이런 여자를 염이안이 어찌 감히 건드리겠는가.
  • 3억 5천만을 염이안은 줄 수 있지만 정말로 주기 아까운 액수이기도 했다.
  • 그러나 어찌 되었던 염이안은 재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또 직접 찾아가 사죄해야 했다.
  • 한편 나윤도는 재빨리 여정의 찻잎 가게에 도착했다. 찻잎 가게는 소주 전통정원의 복고풍으로 들어가니 마치 고대에 온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 나윤도는 밖에서 이미 자신의 BMW를 보았지만 그래도 여정과 인사는 해야 했다.
  • 안으로 들어가니 가게에는 치파오를 입은 종업원이 그를 접대했다.
  • 치파오를 입은 종업원들은 우아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에 마음이 황홀해진 나윤도는 그녀들의 엉덩이를 만지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 나윤도가 여정을 찾는다고 하자 종업원은 친절하게 그를 다실에 앉히고 따뜻한 차를 올렸다. 그러고는 전달하러 들어갔다.
  • 나윤도는 다리를 꼬고 앉아 주머니에서 해바라기씨를 한 봉지 꺼내 까먹었다.
  • 이 광경에 종업원들은 어이없었고 이 녀석은 정말 진상이라고 생각했다.
  • 잠시 후 여정은 서 씨 두 형제를 데리고 왔다.
  • 여정은 시원한 운동복에 머리는 포니테일로 묶었다. 이런 차림새에도 그녀는 여전히 우아하고 고상해 보였다.
  • 나윤도는 여정을 보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 “미녀 누님.”
  • 여정은 담담하게 나윤도를 보더니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광경에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 왜냐하면 나윤도가 아주 친절하게 해바라기씨를 한줌 건네주었기 때문이다.
  • “미녀 누님, 해바라기씨 드세요.”
  • 그러나 여정은 정말 해바라기씨를 까기 시작했다. 해바라기씨를 까는 여신의 입도 유난히 우아해 보였다.
  • 오도독오도독 소리는 맑고 운치가 있었다.
  • 나윤도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 “미녀 누님. 누님은 정말 예쁘세요. 어쩌면 해바라기씨를 까는 것조차 이렇게 매력적일 수가 있어요. 누가 누님의 남편이 될 수 있다면 신선도 하기 싫을 거예요.”
  • 여정은 손에 들고 있던 해바라기씨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종업원이 건네주는 고급차를 마시고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 “자, 말해봐. 왜 날 보자고 했어?”
  • 나윤도는 살짝 멍해있다가 웃으며 말했다.
  • “네. 미녀 누님. 전 차를 가지러 왔어요. 제가 차를 빌려드렸잖아요? 누님이 돌려주러 올 필요도 없이 제가 와서 몰고 가면 돼요.”
  • 여정은 담담하게 말했다,
  • “너 때문에 내 차가 박살 났는데 그래도 차를 가져가겠다고?”
  • 나윤도가 웃으며 말했다.
  • “미녀 누님, 그렇게 말씀 하시면 안 되죠. 누님 차는 내가 계속 보호했지만 보호에 성공하지 못했을 뿐이에요. 내 탓이라고 하면 이건 너무 의리 없는 거예요.”
  • 이에 여정은 차갑게 말했다.
  • “됐어. 바보인 척 그만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다들 알고 있잖아. 아무튼 차를 가져가는 건 불가능해.”
  • 나윤도는 갑자기 우울해졌다.
  • “미녀 누님, 이건 생트집이에요.”
  • 여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 “내가 생트집을 부리면 어쩔 건데?”
  • 나윤도는 코를 만지작거리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 “미녀 누님, 이건 누님이 강요한 거예요. 차를 돌려주지 않으면 전 계속 누님을 따라다닐 거예요. 밥 먹을 때도 따르고 화장실 갈 때도 따라갈 거고요. 누님이 잘 때도 같이 잘래요.”
  • 여정은 두 눈이 휘둥그 레서 나윤도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은 정말 이런 일을 해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 “정말 안 무서워?”
  • 여정의 눈에 냉기가 감돌았다.
  • “뭐가요?”
  • 나윤도는 어리둥절한 듯 물었다.
  • “이렇게 예쁜 미녀 누님이 사람을 잡아먹기라도 하겠어요?”
  • 여정은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 “마음대로 해. 다만 차는 가져갈 생각을 하지 마.”
  • 말이 끝나자 그녀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 나윤도도 즉시 쫓아갔다.
  • 서 씨 두 형제는 차가운 눈빛으로 두 개의 철벽처럼 나윤도의 앞을 막아섰다.
  • 하지만 나윤도는 안쪽을 향해 부딪히더니 두 사람을 뚫고 그녀를 쫓아갔다.
  • 서후와 서동해의 안색이 변했다. 나윤도가 부딪혀 오는 순간 두 사람은 전혀 반응하지 못했고 나윤도는 그물 속의 물기고처럼 탈출한 것 같았다.
  • 서후와 서동해는 즉시 몸을 돌려 나윤도를 공격하려 했다.
  • 이때 여정이 차갑게 말했다.
  • “됐어. 그만해. 너희들은 그의 상대가 아니야.”
  • 서후와 서동해는 얌전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 이번에 여정은 바로 화장실로 갔다.
  • 그녀는 화장실로 들어가다가 나윤도를 뒤돌아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 “너도 들어올래?”
  • 나윤도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그는 비록 진상이긴 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 “밖에서 기다릴게요.”
  • 여정은 차갑게 문을 닫았다.
  • 나윤도는 바로 문밖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여신이 일 보는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는데 그 광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 하지만 나윤도를 실망하게 한 것은 바로 이때 안에서 변기물을 내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 물소리가 나지 않았을 때 여정도 일을 끝냈다.
  • 사악한 나윤도는 여전히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 이에 나윤도는 실망했다.
  • 그리고 여정은 찻잎 가게의 식당에서 식사를 했고 나윤도도 계속 따라다녔다.
  • 이에 여정은 나윤도에게 다소 승복했다. 그녀는 많은 고수들을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은 모두 멋있고 품위를 지키는 사람들이었지만 나윤도처럼 이렇게 얼굴이 두껍고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 여정이가 밥을 먹자 나윤도도 따라 밥을 먹었다. 게다가 미녀 누님이 살찔까 봐 걱정스럽다며 여정의 밥그릇에 담긴 고기까지 빼앗아 먹었다.
  • 이번 식사를 여정은 정말 어처구니없게 했다. 대신 그녀는 나윤도가 대단한 고수라는 것을 알았다. 나윤도가 고기를 뺏을 때 젓가락질하는 속도는 번개처럼 빨랐기 때문이다. 그녀 스스로도 막기 힘들 정도였다.
  • 식사를 마친 나윤도는 또 뻔뻔스럽게 감개를 늘여놓았다.
  • “아이고. 미녀 누님은 정말 좋아요. 누님을 따르니 먹을 것도 있고 마실 것도 있고. 또 매일 아름다운 누님을 볼 수 있으니까요. 누님은 차를 돌려주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누님을 따라다닐 이유가 없잖아요.”
  • 이 녀석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여정은 가슴이 답답했지만 또 어쩔 수가 없었다.
  • 아휴. 체면을 차리는 사람이 뻔뻔한 사람을 만나면 손해를 보는 법인가 보다.
  • 오후 5시가 되자 여정은 패배를 인정하고 BMW의 차 키를 나윤도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 “자, 네가 이겼어.”
  • 나윤도는 허허 웃으며 차 키를 들고 달아났다.
  • 여정도 쉽게 패배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지만 이 녀석은 개껌과 같아서 목적을 달성하지 않으면 그만두지 않을 것 같았다. 자신은 정말 그와 싸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과감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 하지만 여정은 나윤도가 더욱 궁금해졌다. 이 사람의 솜씨는 심오하지만 성격은 오히려 뻔뻔스럽다. 그러나 그의 행동을 보면 상스럽지는 않고 나름대로의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 이 사람에게는 분명 멋진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 나윤도는 여정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고 차를 몰고 LY 회사로 갔다.
  • 단예진과 송연아는 줄곧 금호 빌딩에서 나윤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 아직 그녀들은 염이안의 보복이 어떻게 이어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나윤도에게 유난히 의존했다.
  • 나윤도가 차를 몰고 오자 두 여자는 차에 올랐다. 그녀들이 차에 오르자 나윤도는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 단예진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 “여정이가 정말 차를 돌려줬어?”
  • 나윤도가 말했다.
  • “당연하지. 내가 가자마자 나한테 얼마나 친절한지. 계속 내 손을 잡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거야.”
  • “뭐가 고마워?”
  • 단예진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 “네가 그녀의 차를 부숴줘서 감사하다고 하던?”
  • 나윤도가 말했다.
  • “당연히 내가 그녀의 차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한 거지. 마지막에는 억지로 남아서 저녁까지 먹으라는 거야. 아무리 거절해도 거절할 수가 없었어!”
  • “네 입에는 진실이라고는 한마디도 없어.”
  • 단예진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 다행히 그녀와 송연아도 이 녀석의 스타일에 좀 익숙해져 있었다. 어쨌든 차는 돌아왔으니 된 것이다.
  • 단예진과 송연아를 유엽 별장에 데려다준 후 나윤도는 차를 몰고 자신의 셋방으로 돌아갔다. 이 시간은 퇴근시간이었는데 나윤도는 갑자기 이렇게 집에 돌아가면 심심할 것 같았다.
  • 마음속에는 여전히 정희연과 다시 뭔가 발생했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예를 들면 다시 술을 마시고 어제의 아쉬움을 보완한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 그래서 나윤도는 핸드폰을 꺼내 정희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 “희연아, 저녁에 밥 사줄게.”
  • 나윤도가 말했다.
  • “시간이 없어!”
  • 정희연은 차갑게 거절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 나윤도는 멍해졌다. 제길, 이 계집애의 태도는 어떻게 순식간에 돌변할 수 있는 거야?
  • 설마 나를 탓하는 건 아니겠지?
  • 왜 탓해?
  • 설마 내가 어젯밤 짐승만도 못했으면서 그녀와 즐기지 않았다고 탓하는 건가?
  • 그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 그도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나윤도도 바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희연이 자신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별생각 없이 분식집으로 차를 몰고 갔다.
  • BMW 7시리즈를 끌고 가서 2천 원짜리 분식을 먹는 이 자식도 너무 제멋대로었다. 하지만 그도 남들의 시선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 그는 2천 원짜리 분식을 먹고 나서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 나윤도는 일이 없을 때면 집에 틀어박혀 있는 걸 좋아했다. 매일 결가부좌만 하면서 며칠씩 밖에 나가지 않았다.
  • 하지만 이 녀석이 소란을 피우기 시작하면 또 장난이 아니었다.
  • 밤 9시쯤 눈을 감고 결가부좌로 침대에 앉아있던 나윤도가 갑자기 눈을 떴다,
  • 그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
  • 이어 셋집에서 나온 나윤도는 마치 들고양이처럼 달아났다.
  • 그는 차를 몰지 않고 나는 듯이 걸었는데 그 속도는 차로 달리는 것보다 느리지 않았다.
  • 염이안은 오늘 밤 아주 불쾌했다. 나윤도도 혼을 내지 못하고 3억 5천만이나 배상을 했으니 말이다.
  • 3억 5천만이 어떤 개념이냐? 이 돈이면 평범한 사람들이 평생 행복하게 살수 있다.
  • 염이안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
  • 현재 염이안은 자신의 침실 세 개에 거실 두 개 달린 큰집에서 어린 모델 몇 명을 불러왔고 와인도 많이 땄다.
  • 오늘 밤 염이안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무차대회를 열려고 했던 것이다.
  • 염이안은 해빈시에서 잘 나갔기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의 얼굴을 봐줬다. 그래서 몇 명의 인기 없는 어린 모델을 부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 거실의 조명은 엄청 밝았다.
  • 세 어린 모델은 염이안의 앞에서 교태를 부리며 아첨하고 있었다.
  • 그녀들은 염이안의 인맥이 매우 넓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를 잘 모시기만 하면 그의 말 몇 마디로 자신의 길은 매우 순탄해질 것이다.
  • 염이안의 손도 가만히 있지 않고 몇 명의 어린 모델을 더듬고 있었다.
  • 이 녀석은 정말 염복을 누릴 줄 아는구나!
  • 염이안이 아픔을 잊으려고 할 때 갑자기 한숨 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 방안에는 음악이 켜져 있어 엄청 시끄러웠다.
  • 그래서 세 어린 모델들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지만 염이안은 그 한숨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 염이안은 순간 깜짝 놀라서 식은땀을 흘리며 소리쳤다.
  • “누구야?”
  • 세 모델은 금세 어리둥절해졌다.
  • 이때 현관문이 갑자기 열렸다.
  • 나윤도가 현관문 쪽에 나타났다. 그는 한번 훑어보더니 웃는 듯 마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도 염이안 이 녀석이 부러웠다.
  • 제길. 내가 좀 더 파렴치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많은 미녀들을 데리고 놀 수 있는데!
  • 아쉽게도 나윤도는 영원히 이렇게 황당한 일을 할 수 없었다.
  • 나윤도를 보는 순간 염이안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 나윤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우리 이제 얘기나 좀 해볼까?”
  • 염이안는 마음속으로 경계하며 세 모델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 “꺼져!”
  •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챈 세 모델도 염이안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여기에 감히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다. 그녀들은 즉시 외투를 잡고 황급히 떠났다.
  • 그녀들이 떠나간 후.
  • 나윤도는 염이안의 앞에 다가와 일인용 소파를 찾아앉았다.
  • “뭐 하려는 거야?”
  • 염이안이 차갑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