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이 차가 비싸다고 두드리지도 말고 부수 지도 말라고 했잖아. 아이고. 말릴 수가 있어야지. 넌 너무 고집이 세! 이젠 어쩔 거야. 차 주인이 찾아왔는데?”
“네가 모해한 거잖아.”
까까머리는 분노하여 소리쳤다.
나윤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칫, 난 이 차가 내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어.’
옆에 있던 단예진과 송연아는 우스웠지만 꾹 참았다.
두 경호원을 데리고 차 앞에 온 여정의 눈에는 분노의 불길이 일었다. 그녀는 먼저 차를 한번 훑어보다가 까까머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어찌 된 일이야?”
까까머리가 말하려고 할 때 나윤도가 먼저 아부하며 말했다.
“미녀 누님, 사실은 말이죠.. 저 몇몇 녀석들이 누님의 차를 부쉈어요. 제가 재규어가 그렇게 비싸다고 망가뜨리면 배상할 수가 없다고 말했는데도 듣지 않고 끝내는 부숴버리는 거 있죠.”
“맞아?’
여정도 바보가 아니라 똑똑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까까머리를 보며 물었다.
까까머리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말했다.
“여정 씨, 저 녀석이 우리를 모해했어요. 우리는 이 차가 저 녀석의 차라고 생각했거든요.”
나윤도는 코웃음을 치며 여정에게 말했다.
“미녀 누님, 난 모해한 적이 없어요. 내가 나와서 마침 누님의 차를 지나가려고 할 때 저 사람들이 나를 가로막았거든요. 난 저 녀석이 누님의 차를 두드리니까 좋은 마음에 비싸니까 함부로 두드리지 말라고 말까지 해줬는데 저 사람들은 듣지 않더라고요. 참, 말릴수록 더 부수는 거 있죠.”
여정은 나윤도를 차갑게 흘끗 쳐다보더니 다시 까까머리를 보며 말했다.
“차는 너희들이 부순 거 맞지?’
까까머리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이 일은 어떻게 해도 그냥 넘아갈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일 수박에 없었다.
여정이 말했다.
“좋아. 해빈시에서 아무도 감히 나 여정의 차를 부순 적이 없어. 넌 처음이야. 대단해.”
까까머리는 여정에게 무릎을 꿇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모두 오해예요!”
여정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하루 시간을 줄게. 내일의 이맘때 3억 5천만을 내 찻잎 가게로 보내. 시간이 지나면 기다리지 않을 것이니 감히 나를 바람 맞히면 결과는 네가 알아서 책임져!”
말하고 나서 그녀는 두 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떠났다.
나윤도는 얼른 여정을 가로막고 웃으며 불렀다.
“미녀 누님.”
여정은 차갑게 나윤도를 보더니 말했다.
“네가 무슨 잔꾀를 부리는지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라.”
나윤도는 웃으며 말했다.
“미녀 누님, 화내지 마세요. 누님은 차가 없잖아요. 누추하지만 저희 차를 타고 가시라고요.”
그는 바로 앞에서 길을 안내하였고 BMW 앞으로 와 차 문을 열었다.
“미녀 누님, 타시죠!’
나윤도는 너무 친절했다! 허리를 굽히고 있는 모습은 정말 노비 같았다.
여정은 망설이다가 결국 BMW에 올랐다.
나윤도는 BMW 차 키를 두 명의 경호원에게 주었다.
BMW는 곧 시동을 걸었고 여정 일행은 훌쩍 떠나갔다.
나윤도는 그제야 몸을 돌려 단예진과 송연아를 보며 헤헤 웃으며 말했다.
“가자.”
“가려고?”
까까머리는 사납게 화를 내며 건달들을 데리고 몰려왔다.
나윤도는 빙그레 웃으며 까까머리를 보다가 말했다.
“얼른 스폰서를 찾아가 돈부터 모아야 될 것 같은데.”
“네가 배상해. 안 그러면 오늘 죽을 줄 알아.’
까까머리는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나윤도가 말했다.
“너 미쳤어. 내가 왜 돈을 배상해? 내가 부순 것도 아니잖아.’
“죽고 싶어!”
까까머리는 벌컥 화를 내며 갑자기 강관을 들어 나윤도의 머리를 내리쳤다.
거센 바람이 휙휙 일었다!
송연아와 단예진은 순간 깜짝 놀랐다.
하지만 눈 깜짝 할 사이에 강관은 이미 나윤도의 손에 쥐어졌다.
나윤도는 강관을 잡아서 꽈배기처럼 주물러 덩어리로 만들어버리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화내기 전에 얼른 꺼져.”
이 장면은 꽤 충격적이었다.
까까머리를 포함한 몇몇 건달들은 모두 멍해졌다.
송연아와 단예진도 모두 멍해졌다.
뒤이어 까까머리는 공포에 떨며 나윤도를 흘끗 쳐다보고는 사람들을 데리고 재빨리 떠났다.
나윤도는 그제야 하품을 하며 말했다.
“정말 시시해. 우리 돌아가자.”
나윤도의 무서움을 송연아와 단예진은 진정으로 견문한 셈이다. 이어 세 사람은 택시를 불러 회사로 돌아갔다. 차 안에서 단예진은 나윤도와 말다툼도 하지 않고 있다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만 했다.
“나윤도, 넌 왜 힘이 그렇게 세?”
나윤도가 웃으며 말했다.
“난 침대에서 힘이 더 세.”
단예진은 얼굴이 빨개서 나윤도의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죽일 놈아, 말 제대로 안 할래?’
나윤도는 아파서 급히 용서를 빌었다. 그는 조수석에 앉았기 때문에 이런 모습은 정말 우스꽝스럽고 초라했다.
그 택시 운전기사는 이상한 눈길로 보면서 웃음을 참고 있었다.
“됐어. 그만 좀 해.”
송연아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제야 단예진은 나윤도를 놓아주었다.
송연아는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
“나윤도, 그 깡패들은 염이안과 제윤슬과 관련이 있는 거지?’
그녀는 정말 총명한 여자애였다.
나윤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단예진도 금방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녀는 좀 의아해서 물었다.
“염이안은 너와 싸워본 적이 있으니 너의 실력을 알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그 몇몇 건달들은 분명히 너희 상대가 아닌데 뭐하려고 그들을 보낸 거지?”
나윤도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
“예진아. 가슴이 크면 머리가 없다고 하던데 네가 이렇게 총명한 걸 보니 넌 가슴에 뽕을 넣은 게 분명해.”
단예진은 화가 나서 말했다.
“너 또 근질거리지?’
나윤도가 웃더니 말했다.
“그 건달들은 그리 대단하지는 않지만 내가 그들과 싸워 그들을 때렸다면 아마 난 비참해졌을 거야. 염이안은 경찰과 결탁한 게 분명해. 나중에 건달들이 내가 때렸다고 고소하게 되면 난 잡혀들어가게 될 것이고 일단 유치장에 갇히면 그들은 준비해두었던 죄명을 나한테 씌우겠지. 만약 내가 저항하면 수배범이 될 거고 저항하지 않는다면 감옥에 갇히겠지. 이건 차도살인계(借刀殺人計)야!”
이 말을 들은 단예진과 송연아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건 얼마나 악랄한 계책인가!
하지만 이내 단예진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넌 그들을 안 다치게 할 수도 있잖아.”
“마음만 먹으면 구실은 얼마든지 있어.”
나윤도가 말했다. 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여정의 차를 부쉈으니 나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거야. 허허.”
송연아와 단예진은 아까의 장면을 생각하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송연아와 단예진은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단예진이 말했다.
“제윤슬과 염이안이 결탁하였으니 이대로 그만두지는 않을 거야. 앞으로 말썽이 끝이 없겠구먼!”
“걱정하긴. 오빠가 있잖아.”
나윤도가 말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오빠가 대신 받쳐줄게.”
이 말에 두 여자의 마음은 따뜻해졌고 모두 감격했다.
나윤도는 건들 건들하긴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확실한 대장부였다.
이때 여정은 송연아의 BMW에 앉아있었다.
차를 모는 경호원은 서동해라고 불렀고 조수석에 앉은 경호원은 서후라고 불렀다.
두 사람은 친형제였는데 서동해가 동생이고 서후가 형님이었다. 두 형제는 과거에 동남아 일대에서 불법 격투기를 해오다가 격투장에서 대종사의 제자를 때려죽여 큰 말썽을 일으켰다.
그때 여정이 손을 내밀어 이 원한을 풀어주었다.
그때로부터 두 형제는 목숨을 걸고 여정을 따랐고 여정을 경외하고 절대적인 충성을 다했다.
이때 큰형 서후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여정 누님, 오늘 일은 분명히 그 자식이 일으킨 거잖아요. 감히 누님을 건드리다니요. 그런데 왜 그를 혼내게 하지 않으셨어요?”
여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이 혼내지 못할까 봐.”
“네?”
서후와 서동해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동생 서동해가 물었다.
“설마 그도 무예 고수라고요? 하지만 우리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여정이 말했다.
“너희들뿐만 아니라 나도 잘 모르겠어. 그 녀석은 무예를 아예 모른다거나 아니면 절정고수일 거야.”
서후가 말했다.
“절정 고수가 그렇게 많을 리가요. 제가 보기에는 아예 모르는 것 같아요.”
여정이 말했다.
“틀렸어, 서후야. 만약 그가 정말 평범한 사람으로 무예를 모른다면 무슨 담으로 나한테 불똥을 튀겼겠어? 게다가 나를 볼 때 그 녀석의 눈에는 욕망이 있었어. 내 경지에 이르면 감히 나를 모독할 생각을 하는 남자는 없어. 하지만 그는 아니었어. 그는 나를 여자로 여겼단 말이야. 이건 그의 경지가 나보다 낮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단 얘기지.”
이 말에 서후와 서동해는 숨을 들이쉬었다. 서후가 말했다.
“여정 누님은 이미 화경의 극에 다다랐으니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육지 진선이 되잖아요. 설마 그도 육지 진선일까요?”
여정이 말했다.
“이 모든 게 내 추측이긴 하지만 육지 진선은 아닌 것 같아. 그 사람은 재미있는 사람이니 많이 접촉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여정 누님!”
두 형제가 공손히 대답했다.
LY 회사에 도착하자 송연아는 나윤도에게 다시 아우디 a6을 배정해 주었다.
“우리 BMW는 안 가져올 거야?”
단예진이 물었다.
송연아는 침울하게 말했다.
“여정은 아주 똑똑한 사람이야. 이번 일도 나윤도가 그녀에게 불똥을 튀겼으니 그냥 그 차로 사죄하는 셈 치자.”
“그럼 안되지.”
나윤도는 가만있지 않았다.
“그 여자의 차가 박살난 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야. 지금 당장 가서 차를 찾아올게.”
한다면 하는 나윤도여서 그는 즉시 나갔다.
단예진과 송연아는 막을 틈도 없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나가자마자 다시 들어와서 고개를 내밀고 물었다.
“그 가슴 큰 누님은 어디에 살아?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어?”
단예진과 송연아는 저도 모르게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쉬었다. 이 녀석은 정말 너무 웃겨.
그러나 어쨌든 나윤도는 주소를 알아냈고 건들건들 여정을 찾으러 갔다.
염이안 쪽에서도 곧 까까머리의 전화를 받았다. 까까머리가 여정의 차를 부수고 3억 5천만을 배상해야 한다는 소리에 염이안은 까까머리를 능지하고 싶었다. 정말 쓸모없는 폐물들이야.
하지만 염이안은 감히 여정을 화나게 할 수 없었다.
여정은 만만한 여자가 아니었고 해빈시의 초연한 존재였다. 암흑가의 황제 용왕이라도 여정의 체면을 봐주어야 했다.
이런 여자를 염이안이 어찌 감히 건드리겠는가.
3억 5천만을 염이안은 줄 수 있지만 정말로 주기 아까운 액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찌 되었던 염이안은 재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또 직접 찾아가 사죄해야 했다.
한편 나윤도는 재빨리 여정의 찻잎 가게에 도착했다. 찻잎 가게는 소주 전통정원의 복고풍으로 들어가니 마치 고대에 온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윤도는 밖에서 이미 자신의 BMW를 보았지만 그래도 여정과 인사는 해야 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가게에는 치파오를 입은 종업원이 그를 접대했다.
치파오를 입은 종업원들은 우아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에 마음이 황홀해진 나윤도는 그녀들의 엉덩이를 만지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나윤도가 여정을 찾는다고 하자 종업원은 친절하게 그를 다실에 앉히고 따뜻한 차를 올렸다. 그러고는 전달하러 들어갔다.
나윤도는 다리를 꼬고 앉아 주머니에서 해바라기씨를 한 봉지 꺼내 까먹었다.
이 광경에 종업원들은 어이없었고 이 녀석은 정말 진상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여정은 서 씨 두 형제를 데리고 왔다.
여정은 시원한 운동복에 머리는 포니테일로 묶었다. 이런 차림새에도 그녀는 여전히 우아하고 고상해 보였다.
나윤도는 여정을 보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미녀 누님.”
여정은 담담하게 나윤도를 보더니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광경에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왜냐하면 나윤도가 아주 친절하게 해바라기씨를 한줌 건네주었기 때문이다.
“미녀 누님, 해바라기씨 드세요.”
그러나 여정은 정말 해바라기씨를 까기 시작했다. 해바라기씨를 까는 여신의 입도 유난히 우아해 보였다.
오도독오도독 소리는 맑고 운치가 있었다.
나윤도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미녀 누님. 누님은 정말 예쁘세요. 어쩌면 해바라기씨를 까는 것조차 이렇게 매력적일 수가 있어요. 누가 누님의 남편이 될 수 있다면 신선도 하기 싫을 거예요.”
여정은 손에 들고 있던 해바라기씨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종업원이 건네주는 고급차를 마시고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자, 말해봐. 왜 날 보자고 했어?”
나윤도는 살짝 멍해있다가 웃으며 말했다.
“네. 미녀 누님. 전 차를 가지러 왔어요. 제가 차를 빌려드렸잖아요? 누님이 돌려주러 올 필요도 없이 제가 와서 몰고 가면 돼요.”
여정은 담담하게 말했다,
“너 때문에 내 차가 박살 났는데 그래도 차를 가져가겠다고?”
나윤도가 웃으며 말했다.
“미녀 누님, 그렇게 말씀 하시면 안 되죠. 누님 차는 내가 계속 보호했지만 보호에 성공하지 못했을 뿐이에요. 내 탓이라고 하면 이건 너무 의리 없는 거예요.”
이에 여정은 차갑게 말했다.
“됐어. 바보인 척 그만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다들 알고 있잖아. 아무튼 차를 가져가는 건 불가능해.”
나윤도는 갑자기 우울해졌다.
“미녀 누님, 이건 생트집이에요.”
여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생트집을 부리면 어쩔 건데?”
나윤도는 코를 만지작거리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미녀 누님, 이건 누님이 강요한 거예요. 차를 돌려주지 않으면 전 계속 누님을 따라다닐 거예요. 밥 먹을 때도 따르고 화장실 갈 때도 따라갈 거고요. 누님이 잘 때도 같이 잘래요.”
여정은 두 눈이 휘둥그 레서 나윤도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은 정말 이런 일을 해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안 무서워?”
여정의 눈에 냉기가 감돌았다.
“뭐가요?”
나윤도는 어리둥절한 듯 물었다.
“이렇게 예쁜 미녀 누님이 사람을 잡아먹기라도 하겠어요?”
여정은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마음대로 해. 다만 차는 가져갈 생각을 하지 마.”
말이 끝나자 그녀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나윤도도 즉시 쫓아갔다.
서 씨 두 형제는 차가운 눈빛으로 두 개의 철벽처럼 나윤도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나윤도는 안쪽을 향해 부딪히더니 두 사람을 뚫고 그녀를 쫓아갔다.
서후와 서동해의 안색이 변했다. 나윤도가 부딪혀 오는 순간 두 사람은 전혀 반응하지 못했고 나윤도는 그물 속의 물기고처럼 탈출한 것 같았다.
서후와 서동해는 즉시 몸을 돌려 나윤도를 공격하려 했다.
이때 여정이 차갑게 말했다.
“됐어. 그만해. 너희들은 그의 상대가 아니야.”
서후와 서동해는 얌전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여정은 바로 화장실로 갔다.
그녀는 화장실로 들어가다가 나윤도를 뒤돌아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너도 들어올래?”
나윤도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그는 비록 진상이긴 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밖에서 기다릴게요.”
여정은 차갑게 문을 닫았다.
나윤도는 바로 문밖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여신이 일 보는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는데 그 광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나윤도를 실망하게 한 것은 바로 이때 안에서 변기물을 내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물소리가 나지 않았을 때 여정도 일을 끝냈다.
사악한 나윤도는 여전히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이에 나윤도는 실망했다.
그리고 여정은 찻잎 가게의 식당에서 식사를 했고 나윤도도 계속 따라다녔다.
이에 여정은 나윤도에게 다소 승복했다. 그녀는 많은 고수들을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은 모두 멋있고 품위를 지키는 사람들이었지만 나윤도처럼 이렇게 얼굴이 두껍고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여정이가 밥을 먹자 나윤도도 따라 밥을 먹었다. 게다가 미녀 누님이 살찔까 봐 걱정스럽다며 여정의 밥그릇에 담긴 고기까지 빼앗아 먹었다.
이번 식사를 여정은 정말 어처구니없게 했다. 대신 그녀는 나윤도가 대단한 고수라는 것을 알았다. 나윤도가 고기를 뺏을 때 젓가락질하는 속도는 번개처럼 빨랐기 때문이다. 그녀 스스로도 막기 힘들 정도였다.
식사를 마친 나윤도는 또 뻔뻔스럽게 감개를 늘여놓았다.
“아이고. 미녀 누님은 정말 좋아요. 누님을 따르니 먹을 것도 있고 마실 것도 있고. 또 매일 아름다운 누님을 볼 수 있으니까요. 누님은 차를 돌려주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누님을 따라다닐 이유가 없잖아요.”
이 녀석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여정은 가슴이 답답했지만 또 어쩔 수가 없었다.
아휴. 체면을 차리는 사람이 뻔뻔한 사람을 만나면 손해를 보는 법인가 보다.
오후 5시가 되자 여정은 패배를 인정하고 BMW의 차 키를 나윤도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자, 네가 이겼어.”
나윤도는 허허 웃으며 차 키를 들고 달아났다.
여정도 쉽게 패배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지만 이 녀석은 개껌과 같아서 목적을 달성하지 않으면 그만두지 않을 것 같았다. 자신은 정말 그와 싸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과감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여정은 나윤도가 더욱 궁금해졌다. 이 사람의 솜씨는 심오하지만 성격은 오히려 뻔뻔스럽다. 그러나 그의 행동을 보면 상스럽지는 않고 나름대로의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이 사람에게는 분명 멋진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나윤도는 여정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고 차를 몰고 LY 회사로 갔다.
단예진과 송연아는 줄곧 금호 빌딩에서 나윤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그녀들은 염이안의 보복이 어떻게 이어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나윤도에게 유난히 의존했다.
나윤도가 차를 몰고 오자 두 여자는 차에 올랐다. 그녀들이 차에 오르자 나윤도는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단예진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여정이가 정말 차를 돌려줬어?”
나윤도가 말했다.
“당연하지. 내가 가자마자 나한테 얼마나 친절한지. 계속 내 손을 잡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거야.”
“뭐가 고마워?”
단예진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네가 그녀의 차를 부숴줘서 감사하다고 하던?”
나윤도가 말했다.
“당연히 내가 그녀의 차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한 거지. 마지막에는 억지로 남아서 저녁까지 먹으라는 거야. 아무리 거절해도 거절할 수가 없었어!”
“네 입에는 진실이라고는 한마디도 없어.”
단예진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다행히 그녀와 송연아도 이 녀석의 스타일에 좀 익숙해져 있었다. 어쨌든 차는 돌아왔으니 된 것이다.
단예진과 송연아를 유엽 별장에 데려다준 후 나윤도는 차를 몰고 자신의 셋방으로 돌아갔다. 이 시간은 퇴근시간이었는데 나윤도는 갑자기 이렇게 집에 돌아가면 심심할 것 같았다.
마음속에는 여전히 정희연과 다시 뭔가 발생했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예를 들면 다시 술을 마시고 어제의 아쉬움을 보완한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래서 나윤도는 핸드폰을 꺼내 정희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희연아, 저녁에 밥 사줄게.”
나윤도가 말했다.
“시간이 없어!”
정희연은 차갑게 거절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윤도는 멍해졌다. 제길, 이 계집애의 태도는 어떻게 순식간에 돌변할 수 있는 거야?
설마 나를 탓하는 건 아니겠지?
왜 탓해?
설마 내가 어젯밤 짐승만도 못했으면서 그녀와 즐기지 않았다고 탓하는 건가?
그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 그도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윤도도 바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희연이 자신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별생각 없이 분식집으로 차를 몰고 갔다.
BMW 7시리즈를 끌고 가서 2천 원짜리 분식을 먹는 이 자식도 너무 제멋대로었다. 하지만 그도 남들의 시선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2천 원짜리 분식을 먹고 나서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나윤도는 일이 없을 때면 집에 틀어박혀 있는 걸 좋아했다. 매일 결가부좌만 하면서 며칠씩 밖에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녀석이 소란을 피우기 시작하면 또 장난이 아니었다.
밤 9시쯤 눈을 감고 결가부좌로 침대에 앉아있던 나윤도가 갑자기 눈을 떴다,
그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
이어 셋집에서 나온 나윤도는 마치 들고양이처럼 달아났다.
그는 차를 몰지 않고 나는 듯이 걸었는데 그 속도는 차로 달리는 것보다 느리지 않았다.
염이안은 오늘 밤 아주 불쾌했다. 나윤도도 혼을 내지 못하고 3억 5천만이나 배상을 했으니 말이다.
3억 5천만이 어떤 개념이냐? 이 돈이면 평범한 사람들이 평생 행복하게 살수 있다.
염이안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
현재 염이안은 자신의 침실 세 개에 거실 두 개 달린 큰집에서 어린 모델 몇 명을 불러왔고 와인도 많이 땄다.
오늘 밤 염이안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무차대회를 열려고 했던 것이다.
염이안은 해빈시에서 잘 나갔기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의 얼굴을 봐줬다. 그래서 몇 명의 인기 없는 어린 모델을 부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거실의 조명은 엄청 밝았다.
세 어린 모델은 염이안의 앞에서 교태를 부리며 아첨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염이안의 인맥이 매우 넓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를 잘 모시기만 하면 그의 말 몇 마디로 자신의 길은 매우 순탄해질 것이다.
염이안의 손도 가만히 있지 않고 몇 명의 어린 모델을 더듬고 있었다.
이 녀석은 정말 염복을 누릴 줄 아는구나!
염이안이 아픔을 잊으려고 할 때 갑자기 한숨 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방안에는 음악이 켜져 있어 엄청 시끄러웠다.
그래서 세 어린 모델들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지만 염이안은 그 한숨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염이안은 순간 깜짝 놀라서 식은땀을 흘리며 소리쳤다.
“누구야?”
세 모델은 금세 어리둥절해졌다.
이때 현관문이 갑자기 열렸다.
나윤도가 현관문 쪽에 나타났다. 그는 한번 훑어보더니 웃는 듯 마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도 염이안 이 녀석이 부러웠다.
제길. 내가 좀 더 파렴치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많은 미녀들을 데리고 놀 수 있는데!
아쉽게도 나윤도는 영원히 이렇게 황당한 일을 할 수 없었다.
나윤도를 보는 순간 염이안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나윤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이제 얘기나 좀 해볼까?”
염이안는 마음속으로 경계하며 세 모델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꺼져!”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챈 세 모델도 염이안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여기에 감히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다. 그녀들은 즉시 외투를 잡고 황급히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