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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난 진짜 절대적인 남자야.

  • 새벽 2시, 나윤도는 드디어 침대에 누웠다.
  • 비록 침대는 초라하고 숙소 환경도 열악했지만 나윤도는 크게 불편한 점이 없었다. 이때 숙소의 등을 모두 죽인 터라 사방이 칠흑 같은 암흑이었다,
  • 절대적인 어둠.
  • 들리는 건 아래층 침대에서 자고 있는 사람의 코골이 소리뿐이었다.
  • 나윤도는 잠들 수가 없었다.
  • 코골이 소리 때문도 아니고 정희연 때문에 상처받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마음에 파문이 거세게 일어서였다.
  • 그는 송연아 이 여자가 그렇게 잘나가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녀는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여 대표님이 되었다.
  • 임아정의 자료에 의하면 송연아는 패션디자인과를 전공하였고 디자인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이 방면에 두각을 나타내는듯하였다.
  •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절친인 단예진과 함께 패션디자인 회사를 설립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이모부의 지지하에 이 회사는 해빈 시에서 지명도가 아주 높은 회사가 되었다.
  • 지금의 송연아는 억만장자가 되어있었다.
  •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 나윤도는 마음이 흐뭇해 나는 한편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졌다.
  • 그 시절, 성빈은 공부든 총을 쏘는 법이든 전술을 배우든지 매우 뛰어났다. 비록 자신보다는 못했지만 뭐, 피는 못 속인다 했던가? 이렇게 생각하면 성빈의 여동생이 우수한 것이 납득되었다.
  • 송연아의 회사는 LY 패션이라는 회사였다.
  • 나윤도는 이미 마음속으로 계산을 끝냈다. 마침 여기서도 일을 그만두고 싶었는데 송연아 회사에서 경호팀을 모집하는지 알아볼 예정이었다. 그는 한동안 그녀의 곁에서 경호원을 하면서 그녀의 생활이 평온한지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 만약 1년 뒤에 그녀가 어떠한 위험도 없다면 그도 마음을 놓고 떠날 수가 있었다.
  • 이건 성빈과의 의리였고 그에 대한 책임이었다.
  •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나윤도도 마음 편히 잘 수가 있었다.
  •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갔다.
  • 다음날, 나윤도는 먼저 담당자를 찾아 월급을 결제 받았다. 담당자도 우호적이게 월급을 결제해 주고 나윤도에게 반달치 월급을 보너스로 주었다.
  • 북호 아파트가 인심이 각별하게 후한 것이 아니라 경호업체도 나윤도의 어제의 신화를 들어서였다!
  • 아니 경찰을 때렸는데 2시간 만에 아무 일도 없이 복귀한 걸 보란 말이다. 이렇게 난폭한 자를 경호업체에서 어떻게 건드리겠냐 말이다.
  • 나윤도도 짐이라 할 것이 없었다. 그는 그저 배낭 하나만 들고 북호 아파트랑 작별했다.
  • 아파트 단지를 나서는데 햇살이 비치는 길, 길옆에 나무들 틈 사이로 새여 나오는 빛과 살살 불어오는 바람, 오늘도 아름다운 하루였다.
  • 그는 하루 시간을 들여 저렴한 방을 구하고 LY 패션에 면접을 보러 갔다.
  • LY 패션은 판매가 아닌 전문적으로 디자인을 하는 회사라 큰 오피스빌딩이었다.
  • 독립적인 회사 건물은 총 네 층이었고 모던하고 깔끔했다.
  • 마침 LY 패션도 경호원을 모집하던 터라 나윤도의 비주얼과 우월한 피지컬로 쉽게 면접에 합격하였다.
  • 나윤도는 두 번째 날에 정식으로 출근했다. 그는 각 층마다의 숨겨진 안전 문제를 검사하는 일을 맡았다.
  • 사실 이 일에서 제일 힘든 건 경비를 서는 거였다.
  • 하지만 경비를 서도 사람들의 얼굴을 알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첫 출근한 윤도가 누굴 알 리가 있을까? 만약 vip들을 문전 박대하는 실수를 하면 어쩐단 말인가? 그리고 모르는 사람을 통과시켜도 그것도 큰 문제였다.
  • 안전 문제를 검사하는 일은 쉬워 보이지만 퇴근이 아주 늦었다. 검사하는 직원은 남들이 다 퇴근한 다음에 검사를 하고 퇴근을 해야 하니까 말이다.
  • 하지만 예상치 못 했던 건 첫 출근한 나윤도가 첫날부터 회사에 이름을 날렸다. 그렇게 된 데는 3가지 사건이 있었다.
  • 먼저 첫 번째 사건은 나윤도가 각 층을 검사할 때 걷다가 저도 모르게 대표이사 사무실로 들어간 것이다.
  • 나윤도는 의도적이었다.
  • 때는 오전 10시경.
  • 그는 사무실에 당도하기도 전에 안에서 새여 나오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 웃음소리가 엄청 컸던 건 아닌데 나윤도의 청력이 비인간적으로 좋았기 때문이다.
  • 그는 먼저 젊은 여자의 은방울을 굴리는 듯한 웃음소리를 들었다. 뒤이어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연아야, 그 뒤에 어떻게 됐게?”
  • 송연아가 뒤이어 말했다.
  • “내가 어떻게 알아? 네 화끈한 성격에 그 쓰레기 새끼를 가만 놔뒀겠냐? 널 누님이라 부르게 만들었겠지.”
  • 목소리만 들어도 송연아가 얼마나 성격이 좋고 사람이 좋은지 알 수 있었다.
  • 나윤도의 개인적인 추측이긴 하지만 말이다. 목소리를 들은 그의 호기심이 더욱 증폭되었다.
  • 그 젊은 아가씨는 헤헤 웃더니 짓궂게 말했다.
  • “난 당연히 그 불쌍한 여자애를 위해 정의 구현을 한 거지, 이 언니가 먼저 무릎으로 그놈의 거기를 확 그냥! 그리고 와인 한 잔을 그놈 머리에 부었어. 뭐 그러고 나서 이 언니는 쿨하게 퇴장했지. 그놈 보니까 시 한수가 머리를 떠나지 않더라?”
  • “무슨 시?”
  • 송연아가 물었다. 누가 봐도 송연아가 지금 이 여자애의 장단에 맞춰주는 중인지 알 수 있었다.
  • “열걸음에 사람 한 명 죽이고 천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네, 일이 다 되면 떠나고 공적과 이름을 깊이 숨긴다네.”
  • 송연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어쩌면 그 둘 다시 만날 여지가 있었는데 너의 그 한 방에 철저히 기회가 사라진 걸지도.”
  • 젊은 여자는 호호 웃더니 말했다.
  • “알 게 뭐야, 암튼 난 속이 시원하더라.”
  • “그래도 클럽이랑 바 좀 적게 다녀. 너 진짜 여자애 혼자서 위험하게. 나쁜 놈이라도 만나면 어떡해!”
  • “뭐가 무서워? 잘생긴 놈 만나면 뭐 어떻게 해볼 수도 있는 거고.”
  • “단예진, 너 언제 이렇게 노골적이 된 거야?”
  • 송연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 단예진은 소리 내여 웃었다.
  • “장난이야, 근데 나 진짜 남녀 사이의 일이 궁금하긴 해. 아, 내 왕자님은 언제 나타나시려나? 왕자님 당신을 위해 저는 이미 24년간 순결을 고이 보존하고 있답니다!”
  • 송연아는 어색한 듯 말을 이었다.
  • “어휴, 됐어. 대낮부터 뭔 소리야? 누가 아냐? 지금 문 앞에 너의 왕자님이 서있을지?”
  • “됐다 그래. 우리 회사에 경호팀 빼고 남자가 없는데 어디서 왕자님이 나타나? 에효, 남자만 나타나봐, 확 그냥 시집가버릴 거야.”
  • “으흠.”
  • 나윤도는 자기의 역사적 사명이 온 것 같았다. 그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문 앞에 섰다.
  • “진짜?”
  • 이 순간 단예진은 나윤도를 보고 표정이 굳어버렸다.
  • 송연아는 너무 웃어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 나윤도의 눈에 들어온 건 아름다운 두 여자였다. 송연아는 베이지색 슈트를 입고 있었는데 깔끔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 단예진은 빨간 스커트에 위에는 타이트한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탄탄한 몸매와 예쁜 얼굴은 마치 빨간 고추처럼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 “너…너…누구야? 어디서 나온 거야?”
  • 단예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 나윤도는 코를 만지면서 말했다.
  • “나는 칠색 빛의 구름을 타고 왔다네. 아까 금방 구름은 바라타고 떠났고 난 그대를 데리러 왔다네.”
  • 송연아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녀가 이렇게 시원하게 웃은 적도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었다.
  • “단예진, 빨리 네 구름 타고 가.”
  • “어디서 굴러온 놈이야?! 아오, 진짜!”
  • 단예진은 발을 동동 굴렀다.
  • 나윤도는 억울한 듯 말했다.
  • “아까 남자면 시집온다면서. 나도 남잔데? 못 믿겠으면 증명해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