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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술에 취한 여자

  • 너무 많은 아픔이 있었기에 정희연은 그날 밤 완전히 취했다.
  • 정희연은 술집 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마음에는 여전히 그녀에 대한 존경과 연민이 있었다.
  • 그러나 어쨌든 나윤도는 정희연을 방으로 데려가 재워야 했다. 그는 곤드레만드레 취한 정희연을 그녀의 침실로 안아갔다.
  • 정희연이 중얼거렸다.
  • “아빠, 엄마. 내가 불효 자식이에요. 죄송해요. 내가 말을 듣지 않았어요. 벌을 받아 마땅해요. 마땅하다고요.”
  • 나윤도도 정희연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한지 알고 있었다.
  • 그녀는 자신의 자부심을 꿋꿋이 지키고 있지만 마음 한쪽에는 연약한 면도 있었다.
  • 나윤도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몸을 돌려 뜨거운 물을 가져왔다. 그러고는 정희연의 세숫대야와 수건을 찾아왔다.
  • 뜨거운 물의 온도를 맞춘 후 나윤도는 세심하게 정희연의 얼굴을 닦아주고 나서 그녀의 발을 씻어주었다. 모든 것을 끝내자 나윤도는 얇은 이불을 찾아서 정희연에게 덮어주고는 에어컨을 틀어놓았다.
  • 그러고 나서 나윤도는 정희연의 침실에서 나와 문을 닫아주었다.
  • 나윤도는 바로 자리를 떴다. 군자도 여색을 좋아하지만 정당한 방법을 취해야 할 게 아닌가!
  • 나윤도가 간 뒤에 누워있던 정희연이 눈을 떴다.
  • 그녀는 확실히 많이 마셨지만 결코 정신이 흐려진 건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기 싫었을 뿐이었다.
  • 나윤도가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고 발을 씻겨주는 등 그가 한 모든 일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 정희연의 마음속에는 따뜻한 난류가 흐르는 것 같았고 마침내 그녀도 나윤도에 대해 진정한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 오늘 밤 만약 나윤도가 강제적으로 덮쳤다고 해도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 셋방으로 돌아온 나윤도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 이 녀석은 정말 후회하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다니!
  • 하지만 세상에 후회약은 없었다!
  • 그러고 나서 그는 또 아침을 먹으러 차를 몰고 나갔고 아침을 먹고 나서야 비로소 출근했다.
  • 하지만 이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단예진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기 너머에서 화를 참고 말하는 단예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어디야?”
  • 내비게이션에 있는 시간을 흘끗 쳐다보니 벌써 8시 반이 되었다.
  • 그는 곧 7시 반에 데리러 오라던 송연아의 말이 생각났다.
  • “지금 바로 갈게.”
  • 나윤도는 말이 끝나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
  • 단예진은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이 녀석은 너무 잘난 척을 해.
  • 나윤도가 유엽 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전 9시였다. 그는 별장 밖에서 화가 난 얼굴로 서있는 송연아와 단예진 두 미녀를 보았다.
  • 나윤도는 얼른 차에서 내려 아부하며 차 문을 열더니 웃으며 말했다.
  • “두 분 어서 차에 오르세요.”
  • 송윤아와 단예진은 차에 올랐다.
  • 나윤도도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 “차 안에서 여자 냄새가 나.”
  • 단예진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 “어젯밤 뭐 하러 갔어?”
  • 나윤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어제 정희연과 살짝 접촉했을 뿐인데 향기가 차에서까지 풍긴단 말인가?
  • 그는 곧 허허 웃으며 운전하며 말했다.
  • “예진아, 네 코는 정말 너무 영민하다.”
  • “웃긴 말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이 향기는 어디서 왔는지 잘 설명해 봐. 이건 회사 차야. 알고 있지?”단예진도 시시콜콜 따지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아침에 두 시간이나 나윤도 이 녀석을 기다리고 나니 화가 치밀었던 것이다.
  • 이때 송연아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 “나윤도, 넌 남자잖아. 난 너에게 바라는 것은 없지만 단 최소한의 시간관념은 지켜주길 바래.”
  • 나윤도는 바로 대답했다.
  • “알겠습니다. 송 대표님. 최선을 다 할게요! 그런데 좀 웃어. 맨날 이렇게 정색을 하면 빨리 늙는다고.”
  • 송연아는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보며 나윤도를 무시했다.
  • 나윤도도 재미가 없다는 듯 침묵을 지켰다.
  • 나도연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 같아 송연아와 단예진은 서로 마주 보았다.
  • 그래서 송연아는 나윤도를 달래려고 입을 열었다.
  • 그런데 누가 알았겠는가. 나윤도가 갑자기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 송연아와 단예진은 삽 시에 멍해졌다. 이 녀석은 어디에서 굴러온 진상중의 진상인가! 게다가 너무 노골적으로 흥얼거려서 두 여자의 얼굴은 빨개졌다.
  • 나윤도는 두 여자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물었다.
  • “두 분께서는 이 노래가 듣기 싫어? 다른 노래로 바꿔줘?”
  • 송연아와 단예진은 동시에 호통쳤다.
  • “입 닥쳐!”
  • 나윤도는 속으로 웃었다. 할 일 없을 때 여자애들을 놀리는 것도 정말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 한편 해빈시의 중앙빌딩 18층 건물의 호화로운 사무실에서.
  • 제윤슬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까?
  • 그녀는 겉으로는 경안그룹의 사장이었지만 실제로는 경안그룹 송경안회장의 애인이었다.
  • 경안 그룹은 해빈시에서 명성이 자자한 스타 기업이었다.
  • 산하에 둔 자회사들은 각 분야 모두 섭렵하고 있었다. 그리고 송경안이 해빈시의 암흑가의 황제인 용왕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 이것 역시 많은 기업들이 송경안과 감히 맞설 엄두를 내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이었다.
  • 송경안이 염이안더러 설립한 보안회사가 바로 그의 무장 세력 중 하나였다.
  • 제윤슬은 팔방미인으로 수완이 있었다. 그녀는 송경안에게 기대는 것도 장구지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미리 송경안의 돈으로 몰래 레스토랑을 차렸다. 그리고 송경안에게 돈을 더 많이 벌어주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반영해야 했다.
  • 이것 또한 그녀가 LY 회사에 눈독을 들인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 게다가 제윤슬은 염이안과도 내통하고 있었다. 염이안은 비록 송경안의 수하이지만 송경안도 염이안에게 의지해야 했기 때문에 염이안의 얼굴을 봐주고 있었다. 왜냐하면 염이안은 솜씨가 대단할 뿐만 아니라 또 한무리의 솜씨가 좋은 동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 이때 제윤슬은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염이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이안 오빠, 도대체 그 경호원의 정체는 뭐야?”
  • 이 말에 염이안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말했다.
  • “알아본데 의하면 그 녀석은 나윤도라고 하는데 4개월 전에 아프리카에서 돌아와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LY 회사에 경호원으로 취직했대.”
  • “아프리카에서 왔다고?”
  • 제윤슬이 말했다.
  • “백은 있는 것 같은데. 근데 그렇게 좋은 솜씨로 왜 LY 회사에 경호원으로 취직한 걸까?”
  • 염이안이 말했다.
  • “흥. 한 가지 더 알아낸 게 있어. 송연아는 오빠가 하나 있는데 일찍이 실수로 사람을 죽여 외국으로 도주했더라고. 나윤도 같은 고수가 경호원으로 일하게 된 것은 아마도 송연아의 오빠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나윤도는 송연아를 보호하기 위해 온 게 분명해”
  • 과연 염이안 이 녀석은 아주 똑똑했다. 그는 곧 자질구레한 작은 정보로 대충 짐작을 했다.
  • 제윤슬이 말했다.
  • “이 나윤도는 아프리카에서 무슨 일을 했대?’
  • 염이안이 말했다.
  • “난 그의 몸에 숨겨진 살의를 느낄 수 있어. 이런 살의는 수많은 사람을 죽여서 누적된 것이야. 내가 보기에는 아프리카에서 용병이나 살수 일을 한 것 같아.”
  • 이에 제윤슬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 “그렇다면 이 녀석은 망명자잖아! 그럼 우린 어떡해? LY 회사와의 이번 장사가 잘되면 우린 개인적으로 85억을 벌수 있어. 그리고 노인네는 분명 우리가 잘했다고 칭찬할 거야. 설마 그냥 이대로 끝내?’
  • 염이안은 눈을 번뜩이더니 말했다.
  • “당연히 안 되지. 여기는 해빈이고 나윤도는 혼자일 뿐이야. 그가 용이라고 해도 우리 구역에 왔으면 앉으라고 하면 앉아야 해.”
  • 제윤슬이 말했다.
  • “그러게. 이안 오빠는 많은 동문이 있잖아. 정말 안되면 큰 형님을 불러서 도와달라고 하면 되지. 큰 형님은 부동노한 인가 뭔가라고 하지않았어?”
  • 염이안이 말했다.
  •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동문들을 부르고 싶지 않아. 특히는 큰형님 말이야.”
  • 제윤슬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 “왜?”
  • 염이안은 가볍게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
  • “윤슬아, 사람의 명성은 많은 편의를 갖다 줄 수도 있지만 무거운 족쇄가 될 수도 있어. 내가 명색이 해빈의 보안의 왕인데 나윤도 하나를 해결하지 못해 그들의 도움을 청한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 나의 명성에도 큰 영향을 끼칠 거야. 게다가 동문 사이라도 한 번씩 부탁하면 큰 신세가 되거든.”
  • “하지만 이안 오빠, 우리가 어제 송연아한테서 당했던 창피는 되갚아줘야 할 것 아니야.”
  • 제윤슬이 말했다.
  • 염이안의 눈에 강렬한 굴욕감이 스쳤다. 이것은 그에게 있어서 가장 굴욕적인 일이었다.
  • “이 일을 밖에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LY 회사에 사람을 보내 경고했어. 게다가 이 일을 말해도 아무도 안 믿을 거야. 일단 내가 동문에게 부탁한다면 난 정말 무능해 보이겠지.”
  • 제윤슬은 초조하게 말했다.
  • “그럼 어떻게 할 건데?’
  • 염이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 “윤슬아, 지금 우리의 신분은 달라졌어 더 이상 건달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많은 일을 반드시 힘으로 해결할 필요는 없어. 나윤도의 바탕도 깨끗한 건 아니니까 우리는 경찰의 힘을 빌려야 해.”
  • “오빠의 뜻은?”
  • 제윤슬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 염이안이 말했다.
  • “건달 몇 명을 보내 나윤도에게 시비를 거는 거야. 그래서 나윤도가 먼저 사람을 때리기만 하면 경찰에 신고하는 거지. 서구 파출소의 황 팀장에게 돈을 보내주면 황 팀장이 알아서 처리할 거야. 아무튼 그때 나윤도가 저항하면 수배범이 되는 거고 저항하지 않으면 감옥에 갇히게 되는 거지.”
  • 이 말에 제윤슬은 흥분하여 염이안의 얼굴에 입을 갖다 대고 그의 뺨에 진하게 뽀뽀를 해주었다. 곧 염이안의 얼굴에는 빨간 입술자국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