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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오만하기 짝이 없다

  • 네 명의 경호원은 나윤도의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서둘러 화투패와 돈을 치우고 얌전히 옆에 서 있었다.
  • 조영호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타이밍에는 티 나게 행동하지 말아야 했다.
  • 임아정은 싸늘한 표정으로 나윤도에게 물었다.
  • “네 침대가 어떤 거야?”
  • 나윤도는 성실하게 자신의 침대를 가리키고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 “아무렇게나 뒤져. 사양하지 말고.”
  • 임아정 일행은 나윤도가 이토록 당당한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설마 그가 누명을 쓴 건 아니겠지?
  • 조영호는 속으로 비웃었다. 시발놈, 지금 실컷 웃어. 이따가 울지도 못하게 만들 거니까.
  • 임아정은 곧바로 뒤따르던 남자 경찰들에게 나윤도의 침대를 수색하도록 했다. 결국 침대 밑에서 새끼손가락만큼 굵은 금목걸이를 쉽게 찾아냈다.
  • “저게 바로 제 거예요.”
  • 조영호가 바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더니 나윤도를 돌아보며 화를 냈다.
  • “네가 내 목걸이를 훔쳤구나.”
  • 임아정은 나윤도를 보며 물었다.
  • “더 하고 싶은 말 있어?”
  • 나윤도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 “이렇게 심플한 모함 수법도 믿어?”
  •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 “내가 저 똘마니의 물건을 훔칠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면 바로 빼앗았겠지.”
  • 말을 마친 그는 이상하리만치 빠른 속도로 조영호의 옆에 다가갔다. 그러고는 그의 어깨를 움켜잡고 말했다.
  • “말해. 날 모함한 거지?”
  • 조영호는 배짱이 두둑한 사람이었지만 나윤도라는 사람을 대할 때만큼은 간담이 서늘했다. 그런데 나윤도가 그렇게 말하자 바로 섬뜩해졌다.
  • “아니. 내가 왜 널 모함하겠어? 분명 네가… 아…”
  • 말을 하던 그가 갑자기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질렀다.
  • “멈춰!”
  • 임아정은 나윤도가 그들 앞에서 대놓고 증인을 때리자 화가 치밀었다. 성격이 불같은 임아정 역시 총을 뽑아들고 나윤도에게 겨눴다.
  • 다른 세 명의 경찰 역시 바로 나윤도를 제지하려고 했다.
  • 나윤도는 한 손으로 조영호를 잡고 놓지 않은 채 갑자기 번개같이 발을 올렸다. 두 번의 발길질에 경찰관 두 명이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나윤도는 이내 주먹을 휘둘렀고 마지막 경찰도 세 걸음 정도 비틀거리더니 곧 바닥에 쓰러졌다.
  • “그만해!”
  • 임아정은 깜짝 놀랐다. 나윤도의 성격이 이렇게 사나울 줄은 몰랐던 것이다. 공공연히 경찰을 공격한 건 그렇다 치고 힘과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 “손 놓지 않으면 총을 쏠 거야!”
  • 임아정이 격분했다.
  • “미녀 경찰관님, 네가 총을 쏘려면 최소한 총알은 있어야 하잖아. 그리고 방아쇠를 당겨야 하고.”
  • 나윤도는 차갑게 비웃더니 이내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말했다.
  • “개자식들 다 눈이 멀었구나. 감히 내가 물건을 훔쳤다고 생각해? 내가 살인방화는 다 했어도 도둑질을 한 적은 없어.”
  • 말을 마친 그는 조영호의 머리를 덥석 잡고 바닥에 눌러버렸다.
  • 조영호의 뺨이 빨갛게 부어오르더니 이내 피를 토했다.
  • 나윤도는 독하게 손쓴 것이다.
  • 임아정의 총에는 총알이 없었다. 상황을 보고 다급해진 그녀는 경찰학교에서 배운 체포 방법으로 나윤도의 팔 관절을 공격했다.
  • 나윤도는 싸늘하게 웃더니 반대로 그녀의 팔목 관절을 공격해 뒤로 돌렸다.
  • 임아정은 손목뼈가 심하게 아팠다. 뼈가 빠진 그녀는 밀려드는 아픔에 눈물까지 났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연과 경호원들은 멍해졌다.
  • 나윤도는 조영호를 향해 소리 질렀다.
  • “똘마니, 어떻게 된 거야? 오늘 이 형님한테 제대로 해명하지 않으면 경찰들 앞에서 널 죽여버릴 거야. 믿어, 안 믿어?”
  • 나윤도는 살벌하게 말했다.
  • 그도 정말 화가 났다.
  • 나윤도가 해외에서 활약했을 땐 이름난 번개제왕이었다.
  • 그는 불같은 성격으로 소문난 악질이었다. 그런데 국내에 들어오니 망나니가 감히 물건을 훔쳤다고 모함해?
  • 조영호는 순간 나윤도의 살기에 놀라 혼비백산했다. 대소변을 가누지 못한 그에게서 악취가 풍겨왔다.
  • “형님, 윤도 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모함한 겁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 조영호는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빌었다.
  • 나윤도는 그제서야 조영호를 풀어줬다.
  • 그는 손을 털고 일어나 임아정을 힐끗 보며 말했다.
  • “너도 참 가슴만 컸지 멍청한 여자구나. 모함이 분명한데 내가 해명해야 해?”
  • 임아정의 눈빛에 두려움이 스쳤다.
  • 그녀는 나윤도 같은 사람을 처음 보았다. 나윤도가 뿜는 살기는 공포를 주기 위해 꾸민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목숨으로 점철된 것 같았다.
  • 임아정은 나윤도가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는 걸 절대적으로 믿게 되었다. 이런 사람이 절대 좀도둑질을 할 것 같지 않았으니까.
  • 조영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꼴이 말이 아닌 그가 서둘러 임아정에게 울며불며 용서를 구했다.
  • “경찰관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형님을 모함했습니다. 이 목걸이는 제가 다른 사람을 시켜 몰래 침대 밑에 둔 겁니다.”
  • 임아정은 화가 난 얼굴로 조영호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이내 나윤도를 보며 말했다.
  • “지금 난 널 체포할 수 없어. 하지만 아까 살인과 방화를 저질렀다고 했지. 그래서 파출소에 가서 진술을 받아야겠어. 거부한다면 수배령을 내릴 거야.”
  • 나윤도는 씩 웃으며 말했다.
  • “걱정 마. 내가 도둑질을 했다는 오명만 아니면 다른 건 뭐든 괜찮으니까. 따라갈게.”
  • 임아정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이 자식 성격 한 번 이상하네!
  • 이내 조영호와 나윤도는 임아정 일행을 따라 북호 아파트를 떠났다.
  • 정희연은 조금 무서웠지만 나윤도가 어제 자신을 구해줬는데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생각에 그들을 따라갔다.
  • 정희연도 조금씩 알아갔다. 나윤도의 신분은 결코 평범한 경호원이 아니란걸. 이 남자가 방금 전 보여준 살기는 너무나 공포스러웠다.
  • 파출소는 근처에 있는 북호구 파출소였다.
  • 파출소에서 임아정은 직접 나윤도를 취조했다.
  • 눈을 찌르는 스탠드 불빛이 나윤도를 비췄다. 그 불빛은 군용 불빛으로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 “오늘 경찰을 공격한 사안만으로 교도소에 보낼 수 있어.”
  • 임아정은 우선 나윤도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 나윤도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 “날 겁줄 필요 없어. 미리 말하는데, 난 국내에서 깨끗하다고. 처녀보다 더!”
  • “너…”
  • 얼굴이 빨개진 임아정이 말을 이었다.
  •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거야. 너 원래 뭐 하던 사람이야?”
  • 그녀가 취조를 하는데 경찰이 밖에서 노크를 했다.
  • 임아정은 나윤도를 노려보며 말했다.
  • “얌전히 있어.”
  • “다른 말은 할 줄 몰라? 그 말만 하네.”
  • 나윤도는 그녀를 비꼬았다.
  • 임아정은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가슴을 심하게 떨었다. 그러고는 콧방귀를 뀌고 취조실을 나갔다.
  • “무슨 일이야?”
  • 임아정은 문을 닫고 그 경찰에게 물었다.
  • 경찰의 손에는 나윤도의 주민등록증이 있었다.
  • “저희가 이미 알아봤는데요.”
  • “결과가 어떤데?”
  • 임아정이 서둘러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