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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저 자식은 머리가 이상해

  • 조영호는 위풍당당하게 그들을 불러 세웠는데 흡사 매국노를 잡는 것 같았다.
  • 그 목소리에 정희연은 깜짝 놀라 나윤도와 함께 몸을 돌렸다.
  • 정희연은 조영호가 네 명의 경찰과 함께 이곳으로 오는 것을 보았다. 네 명의 경찰 중 앞장선 사람은 미녀 경찰이었다. 그녀는 네이비색 경찰 제복 셔츠를 입었는데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매력적이었고 얼굴은 아름다웠다. 미녀 경찰은 스무 살도 안 될 정도로 어려 보였다.
  • 하지만 정희연도 그녀가 틀림없이 스무 살은 넘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요즘 여자들은 자신을 꾸밀 줄 알아서 나이를 가늠하기 힘드니까. 정희연 자신도 스물세 넷 정도 되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 정희연은 그 기세에 흠칫 놀랐다. 왜 경찰까지 나선 거지?
  • 그 미녀 경찰의 이름은 임아정이다.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나윤도의 앞에 나타났다.
  • 임아정이 말을 하려는데 나윤도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조영호를 향해 말했다.
  • “똘마니, 네 형님은 왜 불러?”
  • 그 말에 조영호는 그대로 굳어졌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 ‘제기랄, 미친 거야? 경찰이 왔으면 긴장해야 할 것 아냐.’
  • 정희연은 은근히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나윤도가 진중한 면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건방진 성격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정희연은 성숙하고 침착한 사람을 좋아했다!
  • 나윤도는 자신의 행동이 정희연을 불편하게 만들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는 워낙 사소한 일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 그러던 그때, 임아정이 미간을 모으고 말했다.
  •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 임아정을 훑어보던 나윤도의 시선이 그녀의 가슴 앞에서 조금 더 길게 머물렀다. 하지만 나윤도는 정희연 앞에서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내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임아정을 향해 하하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 “당연히 입으로 한 말이지.”
  •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임아정이 말했다.
  • “진지하게 있어. 누가 너랑 웃재?”
  • 나윤도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 “내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까지 간섭할 수 있어? 난 어렸을 때부터 웃음이 많았는데. 하하하하하하…”
  • 임아정의 옆에 있던 남자 경찰이 보다 못해 호통쳤다.
  • “얌전히 있어. 공무 집행을 방해하면 콩밥 먹을 줄 알아.”
  • 나윤도는 그를 힐끔 쳐다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 “내가 미인이랑 대화하는데 너랑 무슨 상관이야.”
  • 임아정은 나윤도의 그런 몰상식한 성격에 혀를 내둘렀다.
  • 조영호도 드디어 알아차렸다. 나윤도가 얌전한 사람이 아니라는걸. 심지어 자신보다 더 망나니라는걸!
  • 최소한 조영호 자신은 경찰 앞에서 그렇게 날뛰지 못했다.
  • 웬만하게 희롱을 했다고 생각한 나윤도가 물었다.
  • “미녀, 무슨 일이야. 한밤중에 경찰 아저씨를 데리고 날 찾아오고. 내가 범죄라도 저질렀나?”
  • “네가 단지 내에서 오랫동안 물건을 훔쳐 왔다는 신고 전화를 받았어. 지금, 네 숙소를 수색하러 갈 거야.”
  • 임아정은 정색하며 말했다.
  • “똘마니 네가 신고한 거지?”
  • 나윤도는 임아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조영호를 바라보았다. 좀 의외였다. 조영호 저 자식이 이런 음모를 꾸미는 타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 조영호는 경찰이 버티고 서있었으므로 나윤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 “네가 바로 우리 경호팀의 불량배야.”
  • 나윤도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 “제법이네. 많이 컸다. 내 앞에서 욕을 다 하고. 경찰 아저씨가 가면 내가 널 죽여버릴 수도 있는데, 안 무섭나 봐.”
  • 조영호는 순간 몸이 으스스 떨렸다.
  • 임아정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 “얌전히 있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감히 우리 앞에서 협박을 해? 그것만으로 오늘 너를 서에 데려갈 수 있어.”
  • 나윤도가 말했다.
  • “마음대로.”
  • 그의 성격은 건방진 정도를 벗어나 그냥 개차반이었다.
  • 임아정은 심호흡을 하고서야 분노를 가라앉혔다. 아직 공무를 집행해야 하는 그녀는 바로 명령했다.
  • “우리랑 네 숙소에 가자. 네 앞에서 수색할 거니까.”
  • 나윤도가 말했다.
  • “그래. 그럼 가자.”
  • 정희연은 은근히 조급해졌다. 그녀는 나윤도를 안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성격을 얼마간 알고 있었다. 나윤도는 좀도둑을 할 만한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조영호를 협박하는 것조차 경찰 앞에서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 하지만 정희연은 알고 있었다. 조영호가 신고를 했다면 미리 함정을 설치했을 거라는걸!
  • “윤도야, 분명히 네 침대에 증거를 놨을 거야.”
  • 정희연이 나지막이 일깨워주었다.
  • 나윤도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
  • “걱정 마, 희연 누나. 아무 일 없을 거야.”
  • 그는 여전히 별것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 게다가 나윤도는 늘 이런 표정이었다. 하늘 아래 그를 신경 쓰이게 할 일은 없다는 표정.
  • 오늘 유현과 주영 모두 그에게 주의를 주었지만 나윤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 정희연은 나윤도가 거만하고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인지 아니면 벌써 계획이 있는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 일행은 이내 숙소에 도착했다.
  • 숙소는 형광등 불빛으로 대낮처럼 환했다.
  • 네 명의 경호원이 거기서 화투를 치고 있었는데 경찰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얼굴까지 파랗게 질렸다. 100원 내기 화투를 친 것뿐인데 경찰까지 대동할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 먼저 들어온 나윤도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 “형들 걱정 마. 도박 잡으러 온 게 아니라 날 잡으러 온 거니까.”
  • 임아정 그들과 조영호, 정희연까지 모두 나윤도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 이 자식의 머리는 뭘로 만든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