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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공을 세우다

  • 나윤도는 공을 세운 셈이지만 그는 오히려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호팀장에게 말하지 말라고 주영을 단속시켰다. 괜히 귀찮아질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 주영은 당연히 나윤도의 말을 따랐다.
  • 아침 여섯 시가 되자 퇴근한 주영과 나윤도는 숙소로 돌아왔다.
  • 숙소는 단지 내에 있었는데 지하 차고를 개조한 것이었다. 그래서 숙소 내부는 일 년 내내 햇빛을 보지 못해 어두웠다.
  • 게다가 한 숙소에 2층 침대를 놓고 여섯 명이 지내고 있었다. 나윤도는 그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전에 사치스럽게 살 때는 두바이의 로얄 스위트룸에도 묵었었고 금발의 푸른 눈의 미녀를 안고 잠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임무를 수행할 때는 정화조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도 있었다.
  • 물론 장비를 착용하고 산소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말이다.
  • 아무튼 나윤도는 향락도 누려보고 고생도 해본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를 기분 나쁘게 하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일은 없었다.
  • 나윤도는 찬물로 샤워를 했다. 이윽고 그는 무척 개운한 몸으로 팬티만 입고 위층 침대에서 잤다.
  • 그는 단꿈을 꾸며 깊은 잠에 빠졌다.
  • 그러던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 나윤도에게 연락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잠결에 정희연이 연락한 것이라고 짐작했다.
  • 막 오후 한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 나윤도는 새 팬티를 입고 나왔다. 그 소리에 잠에서 깬 주영이 웃으며 말했다.
  • “윤도 형, 왜 이렇게 급하게 화장실에 가는 거야?”
  • “시발!”
  • 나윤도는 바로 의연하게 말을 이었다.
  • “너랑 무슨 상관이야?”
  • 그는 그렇게 창피한 일은 절대 인정하지 않는 낯 두꺼운 사람이다.
  • 주영도 그냥 해 본 말이었고 몸을 뒤척이더니 이내 다시 잠들었다. 역시 젊은이는 언제든 잘 수 있었다!
  • 숙소에는 나윤도와 주영밖에 없었다. 나윤도가 핸드폰을 확인하자 역시나 정희연이 걸어온 것이었다.
  • “희연 누나!”
  • 나윤도는 하하 웃으며 다정하게 그녀를 불렀다. 방금 전 꿈을 떠올린 그는 갑자기 마음이 간지러워졌다.
  • 정희연의 목소리는 은방울을 굴리는 듯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 “어제는 정말 고마웠어. 저녁에 시간 괜찮아? 내가 밥 사고 싶은데.”
  • 나윤도는 서둘러 말했다.
  • “당연히 시간 있지. 희연 누나가 밥 사는 건데 시간 없어도 짜내야지.”
  • 그러자 정희연이 말했다.
  • “그럼 오늘 저녁 일곱 시. 내가 단지에서 픽업할게.”
  • 나윤도가 대답했다.
  • “알겠어!”
  • 통화를 마친 나윤도는 그제서야 자신이 오늘 저녁 당직을 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녁 여섯 시에 출근해야 했다!
  • 하지만 나윤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옷을 입고 세수를 마친 뒤 숙소를 나왔다.
  • 그 시각, 밖은 해가 쨍쨍했다.
  • 밖으로 나온 나윤도는 바로 공기 중의 뜨거운 기운을 느꼈다!
  • 피부까지 말려버릴 것 같았다!
  • 어두운 숙소에 오래 머물렀던 나윤도는 햇빛이 약간 적응되지 않았다.
  • 그는 곧바로 경호팀장을 찾아가 휴가를 신청하려고 했다.
  • 경호팀장은 낮에만 몇 시간씩 근무했는데 무척 수월했다. 경호팀장의 이름은 조영호였고 올해 스물두 살이라고 했다. 조영호는 무척 건장하게 생겼는데 평소에는 거만하고 제멋대로 행동했다. 나이가 어리니까, 뭐. 문신을 하고 조폭 형님 몇을 알고 있는 그는 안하무인이었다.
  • 평소에 다른 경호원들은 모두 조영호를 무서워했다. 나윤도가 이곳에 취직한 이후로 줄곧 밤 근무만 해서 조영호와 부딪힐 일은 거의 없었다.
  • 조영호는 숙소에 살지도 않았으니까.
  • 소문에 의하면 조영호는 몇 개 아파트 단지의 경호팀장이라고 했다. 그 녀석, 제법이었다.
  • 나윤도는 보안실에 도착했다.
  • 조영호는 경호원 유니폼도 입지 않은 채 금목걸이를 하고 금반지를 낀 손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옆에는 또 다른 경호원 두 명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 “조 팀장!”
  • 나윤도는 웃으며 그를 불렀다.
  • 나윤도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조영호가 입을 열었다.
  • “누구?”
  • 시발! 나윤도는 속으로 욕을 뱉었다. 내가 한 달이나 근무했는데 이렇게 존재감이 없다고?
  • 옆에 있던 경호원이 바로 알려주었다.
  • “영호 형, 우리 단지 경호원이에요. 밤 근무를 오래 해서 모르시나 보네요. 저 친구는 나윤도라고 해요.”
  • 비로소 나윤도를 알아본 그가 물었다.
  • “왜, 나한테 할 말 있어?”
  • 나윤도는 웃으며 말했다.
  • “별일은 아니고 오늘 저녁에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휴가를 맡고 싶어.”
  • “무슨 개인적인 일?”
  • 조영호는 무심하게 물었다.
  • 나윤도는 쿡쿡 웃으며 말했다.
  • “개인적인 일은 말할 수 없는 일이지.”
  • 그도 제법 도도한 사람이었다. 조영호가 거들먹거리자 자세히 설명할 마음도 사라진 것이다.
  • 하지만 그의 태도는 이내 조영호를 흥분하게 했다. 조영호는 나윤도를 노려보며 말했다.
  • “그럼 허락할 수 없어.”
  • 나윤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 “허락하든 말든. 아무튼 난 얘기 했어.”
  • “너 따위 망나니가 감히 나한테 방자하게 굴어!”
  • 조영호는 벌떡 일어나더니 나윤도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 나윤도는 보지도 않고 먼저 그의 뺨을 때렸다.
  •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조영호의 뺨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그는 이내 피와 함께 치아 하나를 뱉어냈다.
  • “너 이 ***!”
  • 조영호는 버럭 화를 내며 나윤도의 아랫도리를 향해 힘껏 발을 날렸다. 그 자식은 정말 비겁하게 움직였다.
  • 나윤도의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이내 반격했다.
  • 아무런 예고도 없이, 도깨비처럼…
  • 순식간에, 나윤도는 조영호의 목을 졸라 그대로 들어 올렸다.
  • 두 발이 바닥에서 떨어진 조영호는 숨이 막힌지 두 발을 마구 걷어찼다.
  • 옆에 있던 두 경호원은 평소에 얌전하던 나윤도가 이렇게 사나워질 줄 몰랐다. 그들은 그대로 멍해졌다.
  • 나윤도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 “경고하는데, 우리 엄마 모욕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