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5화 감히 상사한테 손을 대?

  • 나윤도는 한참 후에야 조영호를 내려놓았다. 나윤도를 보는 조영호의 눈빛에 두려움이 서려있었다. 하지만 조영호는 이내 벌컥 화를 냈다. 그의 자존심이 도발을 당했으니까.
  • “그래, 나윤도라고 했지? 감히 상사한테 손찌검을 해? 이제 출근 그만해도 돼.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 조영호는 그의 권력을 휘둘렀다.
  • 조영호가 맡고 있는 경호팀장이라는 직함은 아파트 관리실에서 그와 타협한 결과였다. 이 자식이 거느리고 있는 부하들이 사고를 많이 쳐서 관리실에서도 할 수 없이 직함을 준 것이다. 사실 조영호의 월급은 일반 경호원보다 낮았다.
  • 하지만 조영호는 몇 개 아파트 단지에서 월급을 받았다.
  • 나윤도는 아파트 관리실에서 고용한 것이니 조영호는 그를 잘 알지 못했다.
  • 나윤도 역시 이 일자리에 큰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원했던 그는 다시 취직하는 것이 귀찮기는 했다.
  • “당신이 먼저 손 댄 거 아니야? 왜, 너만 손찌검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널 때리면 안 돼?”
  • 나윤도는 입꼬리를 말아올리고 말했다.
  • “꺼지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럼 월급은 정확하게 갖고 와.”
  • “없어. 한 푼도 안 줄 거야.”
  • 조영호가 말했다.
  • 나윤도는 조영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 “보아하니 내가 널 손 봐줘야겠네.”
  • 조영호는 나윤도가 흉악한 눈빛을 드러내자 깜짝 놀랐다. 그는 곧바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눈알을 도로록 굴리더니 악랄한 생각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이내 말투를 누그러뜨리고 이렇게 말했다.
  • “좋아.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 줄게. 다음부터 조심해.”
  • 말을 마친 그 자식은 얼굴을 감싸 쥐고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 나윤도는 콧방귀를 뀌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 마음씨가 좋은 경호원이 나윤도에게 일러주었다.
  • “윤도야, 빨리 가는 게 낫겠다. 조영호 저 사람은 사소한 원한까지 꼭 갚아주는 사람이야. 오늘 네가 조영호의 미움을 샀으니 틀림없이 악랄한 방법으로 널 혼내주려고 할 거야.”
  • 나윤도는 안중에도 두지 않으며 말했다.
  • “됐다 그래요. 고작 저 사람이 절 혼내준다고요? 저 사람을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고 계세요.”
  • 그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 “근데 유현 형, 고마워요!”
  • 말을 마친 나윤도는 배를 두드렸다.
  • “너무 배고프다. 전 밥 먹으러 갈게요. 안녕히 계세요들!”
  • 그는 그렇게 가버렸다.
  • 너무나 긍정적이었다.
  • 유현과 다른 한 명의 경호원은 나윤도가 그들의 충고를 귓등으로 듣는 것을 보고 그가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나윤도가 얼마나 비참한 최후를 맞을지 상상한듯했다.
  • 그들은 조영호가 사람을 괴롭히는 수법을 본 적이 있었다.
  • 저녁 일곱 시. 나윤도는 깔끔한 화이트 캐주얼 셔츠로 갈아입고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었다. 짧게 자른 그의 머리카락은 각이 살아 있었다.
  • 나윤도는 산뜻하고 멀끔하고 활기차 보였다!
  • 여자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길 것 같은 이미지였다!
  • 게다가 나윤도는 얼굴도 제법 괜찮았다. 터프하고 멋진 군인상이었다. 게다가 시크하고 구애받지 않는 그의 성격이 여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 나윤도는 아파트 단지 밖에서 정희연을 기다렸다.
  • 정희연은 미리 나윤도에게 연락했다. 회사 퇴근시간은 여섯 시인데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조금 늦어질 것 같다고.
  • 그래서 일곱 시가 가장 적당한 시간대였다.
  • 여섯 시 오십 분, 하늘가의 노을이 피처럼 붉게 타올랐다.
  • 무더운 날에는 어둠이 유난히 늦게 내렸다.
  • 얼마 기다리지 않아 정희연이 도착했다.
  • 정희연은 평범한 화이트 국산차를 타고 다녔다. 그녀의 차가 이내 나윤도의 앞에 멈춰 섰다.
  • 나윤도는 바로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 정희연은 나윤도를 보고 순간 멈칫했다. 그녀는 나윤도가 제법 멋있다고 느꼈다. 게다가 기생오라비 같은 느낌도 없었다.
  • 나윤도 역시 정희연을 본 순간 멍해졌다. 정희연은 화이트 셔츠에 블랙 스커트를 입었는데 오피스룩의 정석이었다. 정희연의 완벽한 몸매에 오피스룩이 더해지니 사악한 유니폼의 유혹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 이런 차림은 웬만한 유니폼으로 대체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 “희연 누나, 오늘 정말 예뻐!”
  • 나윤도는 씩 웃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정희연은 빙긋 웃으며 시동을 걸었다.
  • “예쁘긴 뭘. 입에 발린 소리 그만해. 나 이제 곧 서른이야.”
  • 나윤도는 곧바로 오버하며 말했다.
  • “희연 누나, 나 속이는 거지? 누나 열여덟 살도 안 될 것 같은데?”
  • “너 이 자식, 너무 능글맞은 거 아니야.”
  • 정희연은 나윤도 때문에 얼굴이 빨개졌다.
  • “참, 뭐 먹고 싶어?”
  • 정희연이 나윤도의 생각을 물었다.
  • “아무거나. 희연 누나가 결정해.”
  • 나윤도가 대답했다.
  • “그럼 고깃집 가자.”
  • “콜!”
  • 정희연이 말한 고깃집은 3킬로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 그 고깃집은 꽤나 유명한 곳이었고 두 사람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
  • 주문을 마친 정희연은 나윤도에게 물을 따라주었다. 그러던 그녀는 참지 못하고 이렇게 물었다.
  • “윤도야, 전에는 어디서 군인을 한 거야? 몸놀림이 좋은 걸 보니까 부대에서도 제법 괜찮았을 텐데. 왜 우리 아파트에 와서 경호원을 하는 거야?”
  • 나윤도는 물 한 모금을 마시고는 아무렇게나 거짓말을 지어냈다.
  • “전에 남성 군사 구역에 있었어! 그러다가 윗선에서 제대하고 전직하는 걸 장려한다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지.”
  • 살짝 멈칫한 정희연이 이내 말을 이었다.
  • “부대 상사가 미련 없이 전역시켜줬어?”
  • 나윤도가 말했다.
  • “섭섭해도 어쩔 수 없지. 난 더 이상 군인 하기 싫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