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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내 아내라고?

  • 이효는 여자의 리액션을 보고 점잖게 웃었다.
  • 그는 품에 안은 여자가 떨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그 떨림은 다른 사람이 자기가 한 부끄러운 짓을 알게 된 듯,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떨림이었다.
  • ‘나랑 잠자리를 가진 게 낯을 들 수 없는 일인가?’
  • 이 생각이 들자 그는 갑자기 언짢아졌다.
  • 여화연은 깜짝 놀라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다시 내뱉으며 같은 동작을 세 번 반복하고 나서야 마음을 조금이나마 진정시킬 수 있었다.
  • 그녀는 자기를 감싸 안은 팔뚝을 뿌리치고 앞으로 한 발 나서서 그와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가볍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 “이효야.”
  • 그녀의 나른한 목소리는 고양이가 귀여운 발로 가슴을 두드리기라도 한 듯 그의 마음을 간지럽게 했다. 그는 그녀를 그윽하게 쳐다보며 입꼬리를 살짝 쳐들었다.
  • “고양이, 너 도대체 누구야? 그날 밤 누가 널 내 집으로 데리고 갔지, 응?”
  • 여화연은 고구마 백 개를 먹은 듯 가슴이 콱 막혔다.
  • “사실 나…”
  • “사실 뭐?”
  • 그는 실쭉 웃으며 손가락 끝으로 그녀의 손목을 쓰다듬었다.
  • ‘사실 내가 네 아내야, 근데 넌 날 애인 취급하고 날 강x했잖아!’
  • 하지만 이 말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껄끄러워 결국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 3년 전, 그들이 강제로 결혼한 후 이효는 모든 잘못을 다 그녀의 머리에 덮어씌웠다. 지금 이 일도 발각되면 그는 수치심 때문에 또다시 모든 걸 그녀 탓으로 돌릴 것이 뻔했다.
  • “사실 그냥 말로 하면 되죠. 밝은 대낮에 이런 행위는 보기 안 좋아요.”
  • 여화연은 멋쩍게 웃으며 두 발 뒤로 물러섰다.
  • 그녀가 물러서자 그가 앞으로 다가갔다.
  • 마지막, 차가운 벽과 그의 품 사이에 멈춰 섰을 때 그녀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 여기 FN 쇼핑몰의 손님들은 모두 돈 많은 부자였다. 이 광경이 그들에게 발각된다면 분명히 그들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 이때, 이 남자는 경망스럽게 그녀의 턱을 들고 손으로 입꼬리 주변을 어루만지며 사악하고 방자한 말투로 말했다.
  • “이름이 뭐야?”
  • “이효야, 그만해.”
  • 남자의 우람한 몸은 그녀의 시선을 완벽히 차단했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그의 가슴을 밀고 나서야 겨우 그와 거리를 약간 벌릴 수 있었다.
  • “밀고 나서 어떡할 건데?”
  • 그는 또 몸을 약간 숙여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두 코끝이 거의 맞닿을 뻔했다.
  •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청아하고 그윽한 방향이 그의 마음을 더욱 거세게 뒤흔들었다. 이효는 그날 밤 그녀가 자기 밑에 있던 광경과 그 부드러운 촉감을 회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는 큰 손바닥으로 그녀의 얇은 허리를 잡고 몸의 절반을 품에 끌어안았다.
  • “밤 냥이, 또 밀당하는 거야?”
  • 그녀의 칠흑 같은 눈동자엔 그의 오관이 뚜렷한 얼굴만 확대된 채 비쳤다. 여화연은 손을 가슴에 대고 심호흡을 했다.
  • “사실…사실 나…”
  • ‘말해, 빨리 말해, 이 사람 체면을 왜 돌봐주는 건데?’
  • 어차피 그녀를 창녀로 착각하고 “바람”을 피운 건 이효였다. 그녀는 아무런 잘못도 없으니 미안함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
  • 그녀는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
  • “이효야, 사실 나 여화…”
  • “변태 x끼야! 변태 x끼 빨리 화연이를 놔 줘!”
  • 가죽 가방으로 등을 내리쳐 둔탁한 타격 소리가 났다.
  • 강연연은 걱정되어 여화연을 찾아 나섰었다. 그러다 여화연이 남자에게 몰려 벽에 붙어 꼼짝 못 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여화연을 남자의 손에서 구하기 위해 가방으로 남자의 등을 힘껏 내리친 것이었다.
  • “화연이를 놔 줘!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너 얘가 누군지 알아? 얘 여화연이야, 이씨 가문의 사모님이라고! 변태 x끼야, 빨리 놔주라고!”
  • 강연연이 있는 힘껏 때렸지만 이효에겐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도였다. 하지만 강연연의 말은 그의 가슴에 비수를 깊게 꽂았다.
  • 이효는 정신을 차리고 여화연의 손목을 꽉 잡고 놔주지 않았다. 한 쌍의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 표정의 작은 변화도 놓칠세라 뚫어지게 쳐다봤다.
  • “네 이름이 뭐라고?”
  • 여화연은 이효가 이런 상황에서 이런 방식으로 진실을 알게 될지 생각지 못했다. 그의 주변에 강렬한 압박감이 맴돌아 그녀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 그는 그녀의 아래턱을 잡고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 “말해! 네가 누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