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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서류 한 장

  • 여화연은 라운드 넥 티셔츠로 목에 있는 자국을 가렸다.
  • 옷을 갈아입고 나서자 강연연이 손에 서류를 들고 그녀한테 보여줬다.
  • “이거 방금 받은 서류인데, 네 것 같아.”
  • “나한테?”
  • 여화연은 서류를 건네받고 발신인을 확인했다.
  • LS 인터내셔널?
  • 아리따운 눈썹을 찌푸리자 왼쪽 눈꺼풀이 세게 뛰었다.
  • “왼쪽 눈꺼풀이 뛰면 재물이 들어오고 오른쪽 눈꺼풀이 뛰면 재난이 닥친다.”
  • 그녀는 혼자 중얼거렸다.
  • “돈이 생기려나?”
  • 사실 그녀는 돈방석에 앉으려는 원대한 계획은 없고 단지 하늘에서 이혼할 기회를 하사하길 간절히 바랐다.
  • 서로 증오하고 싫어하는 혼인을 유지하기 너무 힘들었다.
  • 그녀는 이효가 강제로 자기 순결을 뺏어가 그를 혐오했다.
  • 이효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해 그녀를 싫어했다.
  • “하나님, 하나님.”
  • “화연아, 혼자 뭘 중얼중얼하는 거야? 가자, 일단 선물부터 보러 가자.”
  • 강연연은 그녀의 손에서 서류 폴더를 가져와 책사 위에 올려놓았다.
  • “서류는 도망갈 수 없으니까 이따가 다녀와서 뜯어봐.”
  • “알겠어.”
  • 여화연은 미소를 살짝 지으며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폴더 위의 “LS”를 봤다. 마음속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예감이 들었다.
  • 강연연은 여화연을 데리고 FN 쇼핑몰로 왔다. 이건 시 중심에 위치한 제일 럭셔리한 쇼핑몰로서 내부엔 온갖 국제 브랜드를 팔고 있어 보통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 강씨 가문은 FN 쇼핑몰 내에서 유명한 보석상가를 운영하고 있었다. 강연연은 여화연을 이끌고 보석상가로 향했다.
  • 강연연은 강씨 가문의 맏딸이었다. 점원들이 그녀를 발견하고 바로 깊은 곳에 숨겨둔 물건을 꺼냈다.
  • 정교한 수공업을 거쳐 유니크한 디자인을 지닌 핑크 다이아몬드를 박은 반지였다.
  • “너한테 주는 신혼 선물이야, 내가 직접 디자인했어. 그땐 네가 급하게 결혼하고 바고 유학을 떠나는 바람에 선물할 새도 없었어. 오빠는 집안 사업을 이어가야 해서 경영학을 전공했어. 나도 집안 사업에 관한 일을 하려다 보니까 쥬얼리 디자인을 배우게 됐어. 이건 내 첫 작품이고 절친한테 선물하려고 준비해둔 반지 선물이야.”
  • 강연연은 비단함을 여화연의 손에 쥐여줬다.
  • “선물을 너무 늦게 했어, 미안해.”
  • 여화연은 족히 3캐럿을 넘는 이 핑크 다이아몬드를 어디선가 본 듯한 기억이 있다.
  • 강씨 가문은 부유한 집안이라 강연연은 당연히 돈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이 핑크 다이아몬드는 쉽게 구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듯 큰 건 더더욱 보기 드문 것이었다.
  • “디자인은 내가 했지만, 이 핑크 다이아몬드는… 우리 오빠가 준비한 거야. 오빠가 어차피 쓸데없다고 나한테 줬어.”
  • 강연연이 말했다.
  • “이건 오빠랑 내 마음이야. 어찌 됐든 너랑 이효는 결혼 3년 차니까 앞으론 행복했으면 해.”
  • 여화연은 눈을 떨구어 반지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그녀의 몸은 뻣뻣하게 굳었다.
  • ‘정말로 강일한 것이었어.’
  • 이때 강연연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 “이 반지의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전부 내가 직접 감독했어, 해외에서 온 장인의 수공업을 거쳐 만들어진 거야. 오빠가 이렇게 좋은 다이아몬드를 줬는데 낭비할 순 없잖아. 화연아, 어때? 맘에 들어?”
  • 여화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반지를 한쪽에 내려놓았다.
  • “연연, 난 이 반지를 받을 수 없어.”
  • “왜?”
  • “왜냐하면…이 결혼을 더는 이어가고 싶지 않아.”
  • “그 뜻은…”
  • “맞아.”
  • 여화연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이혼하고 싶어.”
  • 강연연은 여화연이 이 말을 꺼낼 줄 몰랐다. 그녀는 넋이 나갔다.
  • 여화연은 또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 “고마워. 하지만 이렇게 귀한 걸 받을 순 없어.”
  • 강연연은 혼이 나간 채 그녀를 쳐다보다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