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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날 알아보지 못했어

  • 이 여자의 몸매는 마침 그의 이상형이었다.
  • 이효의 거친 숨소리가 그녀의 귀에 울렸다.
  • “이름이 뭐야?”
  • 여화연의 마음속 빳빳했던 긴장감의 줄이 툭 끊어졌다. 그녀의 커다란 눈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남편을 쏘아보고 있었다.
  • 그제야 그녀는 이효가 왜 이렇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 깨달았다.
  • 그의 성격이라면 아무리 성욕에 차 넘쳐도 절대 그녀를 터치하지 않는다.
  • 그가 이렇듯 색욕을 탐했던 이유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 ‘결혼한 후로 계속 떨어져 있었잖아. 사모님이란 명의도 허울뿐이야, 이 회장님이 아마 아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까먹었을 수도 있어!’
  • 여화연은 그 귀부인들이 나누던 조소 섞인 말이 씨가 될 줄 몰랐다.
  • 품 안에 안긴 여자의 큰 눈망울에 눈물이 한 층 고였다. 서러움인 듯 슬픔인 듯 알 수 없었다.
  • 이효는 동작을 늦추어 그녀의 눈동자에 뽀뽀했다.
  • 여화연은 반항이 안 되자 마음속으로 “짐승”이라고 욕하고 또 욕했다.
  • 마지막, 그녀의 무거운 눈꺼풀이 떨어지자 다시 뜨지 못했다.
  • 기절했다.
  • 맑고 투명한 햇빛이 온 누리를 감쌌다.
  • 이효가 눈을 뜬 시각은 품속에 있던 여자가 이미 떠난 후였다.
  • 전 날밤, 서로 사랑을 나누다가 기절해 자기 가슴에 나른하게 엎드린 채 토끼 인형처럼 품속에 안겨 코 자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자 그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 ‘빨리도 떠났네.’
  • 그는 그 여자가 말수도 적고 몸매도 매력적이라 마음에 들었다.
  • 어느 장난이 심한 친구가 보낸 여자인지 몰랐지만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 베개에 아직 그녀의 체향이 옅게 남아있었다. 그는 옥같이 부드러운 피부의 촉감을 생각하며 … 만약 그녀가 침대에 계속 남아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 전날 밤 그윽한 향기를 풍기던 그녀의 부드러운 몸은 잔머리가 넘치는 그의 아내 빼고는 비교할만한 상대가 하나도 없었다.
  • 당시 이효가 갑자기 여화연에게 장가가리라곤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 당사자인 이효는 그때를 떠올리면 코웃음을 치는 것 빼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여화연 그 여자가 그의 술에 약을 타지 않았더라면 … 이 혼사도 없었을 것이고 여씨 가문도 여태까지 버티지 못하고 일찍이 사라졌을 것이다.
  • 그 후, 여씨 집안의 사람이 있지도 않은 증거를 들고 이씨네를 찾아와 울며불며 하소연했다… 이효더러 여화연을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 이효의 부모님은 이효가 빨리 결혼해 금쪽같은 손자를 낳아주길 간절히 바랐다. 그리하여 반강제로 그를 여화연과 결혼시켰다.
  • 그는 애초부터 그녀를 무척이나 싫어해 혼인 신고할 때도 결석하고 비서 실장에게 전부 떠넘겼다. 혼인신고 위의 사진도 포토샵으로 붙여넣은 것이었다.
  • 결혼 후, 이효의 무관심과 비웃음으로 여화연은 상류 인사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 여화연도 눈치가 있어 젊은 나이를 핑계로 해외로 전학해 유학길에 올랐다. 그로부터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 이 혼인에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른 것은 여화연 뿐이었다. 이효의 잔혹한 언행은 거론되지도 않았다.
  • 왜냐하면 그는 이효, 하늘이 선택한 총아였기 때문이다.
  • 28년을 살아오며 이효는 자기 인생이 여화연 그 여자와 함께한 잠자리에 걸려 넘어질 줄 몰랐다.
  • 그게 다 여화연의 꾀 넘치는 잔머리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의 무관심과 잔혹함을 탓할 수 없었다.
  • 3년 동안 여화연은 이씨 가문의 사모님이란 명의와 여씨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까지… 그녀가 이루고 싶은 일들을 다 이뤘다.
  • 그러니 그는 지금이 이 혼인의 끝을 맺을 때라고 생각했다.
  • 이효는 개인 비서 실장한테 이혼 합의서를 작성해 여화연에게 보내라고 눈치를 줬다.
  • 위자료는 한 푼도 빼지 않고 다 줄 거지만 쓸데없이 과분한 요구는 일절 거절하리라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