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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오랜만이야

  • 강연연도 선물 받기를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쭈뼛거리며 그녀한테 물었다.
  • “이효는 네가 이혼하고 싶은 걸 알고 있어?”
  • 여화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 “그 사람은 나보다 더 간절히 벗어나고 싶을 거야.”
  •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했다.
  •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 이효가 한 여성과 함께 강씨 보석상가에 들어섰다. 보아하니 그 여성에게 쥬얼리를 사줄 모양이었다.
  • 이효를 보는 그 여자의 눈빛에서 꿀이 떨어졌다. 그의 몸에 달라붙을 수 없는 것이 아쉬워 보이는 듯했다.
  • 여화연은 잠시 멍해 바라보다가 바로 등지고 강연연한테 말했다.
  • “반지는 안 받을게. 갑자기 급한 일이 떠올라서, 먼저 가볼게.”
  • 이런 상황에서 이효와 마주치면 안 됐다. 안 그러면 또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른다.
  • 아이러니하다. 딴 여자와 놀아난 건 분명 이효였지만 피하는 건 결국 그녀였다.
  • “화연아! 나 너랑 같이 밥 먹으려고 레스토랑도 예약했어.”
  • 강연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웅얼거렸다.
  • “대낮에 무슨 일이 있다고 도망치듯이 가는 거야? 귀신이라도 봤어?”
  • 화연…
  • 이효는 어딘가 익숙한 이름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 고심우는 이효에게 달라붙어 거북스러운 정도로 귀여움을 떨며 그의 옷자락을 흔들었다. 그리고 점원이 추천한 반지 두 개를 그의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 “이 회장님, 어떤 게 나한테 더 잘 어울리는지 봐줘.”
  • “너랑 입현은 약혼하는데 반지는 왜 골라? 그리고 나랑 뭔 상관이야?”
  • 이효는 조용히 그 여자와의 거리를 넓혔다. 마음속의 짜증이 극에 달했다.
  • ‘상입현 이놈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거야? 담배 피우러 간 후로 반나절 그림자도 비추지 않네? 이게 그놈 여자야, 내 여자야?’
  • 고심우의 표정은 바로 굳어버렸다. 점원은 눈치껏 그녀를 맞춰주었다.
  • “둘 다 싫으시면 저희 가게에 더 좋은 것도 있으니 그걸로 보여드릴게요.”
  • 고심우는 한쪽에서 점원이 회수하려고 하는 핑크 다이아몬드를 힐끗 발견하고 바로 쫓아가 그 다이아몬드를 짚었다.
  • “이걸로 할게요.”
  • “정말 죄송합니다. 그건 화연 씨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거라 팔 수 없습니다.”
  • “제가 살 돈이 없을 것 같아요? 제 약혼 상대가 누군지 아세요?”
  • 여러 번 무시당한 고심우는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 ‘화연?’
  • 이름이 귀에 익다.
  • 이효는 고심우가 귀찮아 바로 상가를 나섰다.
  • 상입현이 왜 이런 여자와 결혼하려고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 상입현의 말에 따르면 여자는 보기 좋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결혼하고 집에 버릴 사람이기 때문이다.
  • ‘집에 버리려면 좀 점잖고 말 잘 듣는 여자를 고를 것이지. 이런 여자를 집에 버리면 아마 귀찮아 죽을 거야.’
  • 이때 그는 갑자기 자기의 아내가 떠올랐다. 그의 아내는 오히려 아주 점잖은 편이었다. 귀국한 후 시간이 꽤 많이 지났지만 단 한 번도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그러니 함께 잠자리를 가진다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다. 비록 아내지만 대놓고 말하면 그날 밤 그 여자만 못했다.
  • 돌연 이효는 그날 밤 침대 위의 그 여자가 그리워졌다… 부드럽고 매끈한 촉감과 육체에서 풍기는 그윽한 향기까지.
  • 한창 회상에 젖어있을 때 그는 코너에서 아리잠직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 이효는 모퉁이에 있는 여자가 그날 밤 그 여자라는 확신도 없이 자기도 모르게 발을 움직여 그쪽으로 쫓아갔다.
  • 여화연은 가방을 든 채 한참 동안 오지 않은 엘리베이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 엘리베이터의 문이 드디어 열렸다. 그녀가 갓 한 발을 들여놓자마자 강력한 힘에 이끌려 다시 엘리베이터의 바깥쪽으로 튕겨나갔다.
  • 힘이 넘치는 팔뚝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고 단단한 가슴이 그녀의 등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굵고 무거운 소리가 그녀의 귀 쪽에서 울렸다.
  • “오랜만이야, 밤 고양이.”
  • 여화연은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 결국 그에게 잡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