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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이혼하고 싶어?

  • 여화연은 마음이 “펑”하고 폭발한 듯 소름이 돋았지만,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시치미를 뗐다.
  • ‘얘기?’
  • ‘장난해?’
  • 결혼 3년 동안 3번밖에 보지 못한 명의상의 부부가, 방금 이혼 합의서에 사인한 껍질만 남은 부부가 갑자기 이렇듯 애정이 넘칠 리가 없었다.
  •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손을 빼내고 이를 악물었다.
  • “장난해? 우린 서로 모르는 사이야.”
  • 말을 뱉자마자 그녀는 수가 틀렸단 걸 느꼈다.
  • 이혼 합의서를 내밀고 가족들에게 사실을 말할 것도 이효를 핑계로 삼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갑자기 찾아와 애정이 넘치는 남편을 코스프레하고 있으니 또 그녀가 모든 잘못을 뒤집어쓸 것이 분명했다.
  • 아니나 다를까 여화연의 말을 듣자마자 세 식구의 눈빛이 이상해졌다.
  • 그러나 이효는 웃으며 그녀를 쳐다봤다.
  • “화났어?”
  • 여화연은 어리둥절했다.
  •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왜 화를 내겠어?’
  • 그녀는 여계천의 불만 가득한 어두운 낯빛을 보고 나서야 자기가 이효에게 제대로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지금 그의 행동은 이 혼인의 모든 불화가 그녀의 고집 때문이라는 착각을 주고 있었다.
  • “화연아, 부부는 서로 이해해야 하는 거야.”
  • 여계천이 화를 내며 훈계했다.
  • “귀국했으니까 성격도 좀 죽여. 부부가 같이 지내는데 성격 가지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 이효의 간사한 꾀가 효과가 아주 좋았다. 가족들의 눈엔 이 모든 게 여화연의 잘못이었다.
  • 여화연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젓가락으로 사발을 찔렀다.
  • “곧 부부도 아니야.”
  • 어차피 두 사람 다 이혼 합의서에 사인했다.
  • 이효는 그녀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이혼하고 싶어?”
  • 마치 그녀를 이해 못 한다는 말투였다.
  • 여화연은 그의 눈 밑에서 한 줄기 차가운 비웃음을 보아냈다. 그는 고의로 이 말을 한 것이다.
  • 그러자 여계천의 표정은 더 일그러졌다.
  • 그녀는 밥맛을 잃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 “배불러요. 먼저 일어날게요.”
  • 계속 앉아있다간 이효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 캐리어는 여전히 구석에 덩그러니 있었다. 그녀는 하얀색 캐리어를 끌고 낑낑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 이때, 몸 뒤에서 손이 다가와 그녀의 캐리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 남자의 튼튼한 몸이 그녀의 등에 붙었다. 이효는 한껏 호인 코스프레를 했다.
  • “내가 할게.”
  • 여화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재빨리 머리를 굴리고 완곡하게 거절했다.
  • “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나 혼자 할 수 있어.”
  • 하지만 그는 그녀의 거절을 거절하고 캐리어를 번쩍 들어 위층으로 올라갔다.
  • 그러다 갑자기 멈추고 휙 돌아서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담담하게 물었다.
  • “어느 방이야?”
  • 여화연은 초조하게 머리를 긁다가 답했다.
  • “오른쪽!”
  • 어머니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이혼한다고 하지 않았어?’
  • ‘둘이 연애하는 커플 같아. 이혼하려는 모습이 아닌데?’
  • 원우는 한숨을 내쉬고 남편을 보며 물었다.
  • “여보, 화연이 우리랑 농담한 거 아닐까? 어쩌면 쟤들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을 수도 있어.”
  • “이 도련님이 우리랑 장난하는 거야.”
  • 쇼핑몰에서 오랫동안 구른 여계천은 눈치가 백 단이었다. 그는 일찍이 그들의 속셈을 알아챘지만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 “무슨 일이 있어도 이혼은 안 돼.”
  • 원우는 또 한숨을 내쉬었다.
  • “하지만 화연은 처음부터 이 결혼을 원한 게 아니잖아. 게다가 3년 동안 해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씨 집안 생활에 적응하기도 힘들 거야.”
  • 여계천의 말투는 결연했다.
  • “적응이 안 되더라도 적응해야 해.”
  • 여씨 집안은 아직 이씨 가문의 도움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큰 나무를 절대 잃어서는 안 됐다.
  • 여아진은 부모님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형부의 잘생긴 외모에 빠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