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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잔인하고 무참하게

  • 여화연은 전날 밤의 당황함을 어떻게 대면해야 할지 몰랐다.
  • 이튿날 이른 아침, 그녀는 그의 품을 조심스레 빠져나와 옷을 갈아입고 도망치듯이 뛰쳐나갔다.
  • 친정으로 돌아갈 수 없어 그녀는 절친 강연연 집에 잠시 머물며 며칠 쉬기로 했다.
  • 강연연은 문을 열고 여화연을 맞이할 때 여화연이 다리를 덜덜 떨며 걷는다고 비웃었다. 전날 밤의 일 때문에 여화연은 화가 나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 강연연의 집에서 며칠 휴식했지만 키스 마크는 여전히 몸에 남아있었다. 여화연은 하는 수 없이 강연연에게 부탁해 고약을 발랐다.
  • 목의 피부 전체를 차지한 키스 마크와 함께 어찌 밖에 나갈 수 있겠는가?
  • 그녀는 그날 아침 이씨 집에서 허둥지둥 도망 나올 때 행인들의 동정 섞인 눈빛을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잔인하고 무참한 학대를 당한 것 마냥 그녀를 쳐다봤었다.
  • 강연연은 몸이 넘어가도록 깔깔 웃으며 놀려댔지만, 그녀를 위해 멍든 곳을 가라앉히는 약을 사 왔다.
  • “고약으로 키스마크를 없애려는 경우는 처음이라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어.”
  • 강연연은 이 말을 하고 또 웃으며 뒤로 넘어갔다.
  • “잠시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면 신혼보다 더 행복해진다는 말이 틀린 게 아니었어. 이효가 3년 동안 참고 있던 에너지를 한꺼번에 써버린 거 아니야?”
  • 여화연은 그 말을 듣고 볼이 붉게 물들었다.
  • “무슨 헛소리야, 내가 그 사람이랑 결혼하게 된 이유를 너도 알고 있잖아.”
  • 강연연은 고약을 내려놓고 어깨를 들썩 올려 보였다.
  • “화연아, 너 말이야, 너무 쉬운 상대야, 너무 연약해. 그 당시에 내가 너였다면 죽어도 타협하지 않았어.”
  • 3년 전, 한차례 연회장이었다.
  • 당시 여씨 집안은 기울어져 거의 몰락하고 있었다. 여화연의 아버지는 자금을 마련하러 사방팔방 여기저기서 열리는 연회장에 하나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참석하였다.
  • 어느 한번, 여화연은 아버지가 술에 취했다는 연락을 받고 마중하러 갔었다. 하지만 아버지를 만나기도 전에 이효한테 잡혀 그의 침대에서 순결을 빼앗겼다.
  • 지금까지도 그녀는 당시 자기가 틀린 방에 들어섰는지 아니면 통화한 사람이 틀린 방 번호를 알려줬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 그때의 여화연은 갓 대학에 들어선 풋풋한 대학생이었다. 그 일이 발생한 후 그녀는 혼이 나가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다행히 강연연이 줄곧 옆에서 지켜줘 이겨낼 수 있었다.
  • “널 강x한 사람한테 시집갔으니 너도 아주 서러울 거야.”
  • 강연연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 여화연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눈빛이 어둡고 흐려졌다.
  • “그땐 나도 별수가 없었어.”
  • 그 당시 여씨 가문은 궁상맞기 그지없었다. 이효한테 시집가면 적어도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울 기회가 있었다.
  • “어찌 됐든 결혼했으니까 이효 그 x자식이 너한테 잘해주길 바랄 수밖에 없지.”
  • 강연연은 턱을 잡고 골똘히 생각했다.
  • “내가 알기론 남자가 여자한테 충분히 강한 욕망을 느꼈다면 그것도 어떤 방면에서 마음이 움직였다는 표현이래.”
  • “연연, 너 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거 같아.”
  • “근데 소설이 맞는 말을 했어. 한 소설가가 쓴 말도 널리 알려졌잖아. 여자의 마음으로 통하는 유일한 입구는 구멍이라고 했어, 남자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효가 너한테 강한 ‘성’취를 느끼고 있잖아. 너희 결혼도 침대에서 시작했으니 선 결혼 후 사랑이 가능할지도 모르지.”
  • 여화연은 강연연의 말을 듣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는 다른 관점을 갖고 있었다.
  • 그날 밤, 이효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만약에 알아봤다면 그녀를 터치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여화연은 이마를 문질렀다. 그녀는 결국엔 머릿속의 생각을 강연연에게 말하지 않았다. 강연연의 입은 너무 가벼워 그녀가 알게 되면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것이 분명했다.
  • “맞다, 너한테 줄 선물이 있어!”
  • “뭐야?”
  • “우선 옷부터 갈아입어, 나랑 같이 가보면 알아. 원래 내가 직접 가져와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했는데 너도 알잖아, 난 성격이 급해서 그때까지 참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