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이른 아침, 그녀는 그의 품을 조심스레 빠져나와 옷을 갈아입고 도망치듯이 뛰쳐나갔다.
친정으로 돌아갈 수 없어 그녀는 절친 강연연 집에 잠시 머물며 며칠 쉬기로 했다.
강연연은 문을 열고 여화연을 맞이할 때 여화연이 다리를 덜덜 떨며 걷는다고 비웃었다. 전날 밤의 일 때문에 여화연은 화가 나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강연연의 집에서 며칠 휴식했지만 키스 마크는 여전히 몸에 남아있었다. 여화연은 하는 수 없이 강연연에게 부탁해 고약을 발랐다.
목의 피부 전체를 차지한 키스 마크와 함께 어찌 밖에 나갈 수 있겠는가?
그녀는 그날 아침 이씨 집에서 허둥지둥 도망 나올 때 행인들의 동정 섞인 눈빛을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잔인하고 무참한 학대를 당한 것 마냥 그녀를 쳐다봤었다.
강연연은 몸이 넘어가도록 깔깔 웃으며 놀려댔지만, 그녀를 위해 멍든 곳을 가라앉히는 약을 사 왔다.
“고약으로 키스마크를 없애려는 경우는 처음이라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어.”
강연연은 이 말을 하고 또 웃으며 뒤로 넘어갔다.
“잠시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면 신혼보다 더 행복해진다는 말이 틀린 게 아니었어. 이효가 3년 동안 참고 있던 에너지를 한꺼번에 써버린 거 아니야?”
여화연은 그 말을 듣고 볼이 붉게 물들었다.
“무슨 헛소리야, 내가 그 사람이랑 결혼하게 된 이유를 너도 알고 있잖아.”
강연연은 고약을 내려놓고 어깨를 들썩 올려 보였다.
“화연아, 너 말이야, 너무 쉬운 상대야, 너무 연약해. 그 당시에 내가 너였다면 죽어도 타협하지 않았어.”
3년 전, 한차례 연회장이었다.
당시 여씨 집안은 기울어져 거의 몰락하고 있었다. 여화연의 아버지는 자금을 마련하러 사방팔방 여기저기서 열리는 연회장에 하나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참석하였다.
어느 한번, 여화연은 아버지가 술에 취했다는 연락을 받고 마중하러 갔었다. 하지만 아버지를 만나기도 전에 이효한테 잡혀 그의 침대에서 순결을 빼앗겼다.
지금까지도 그녀는 당시 자기가 틀린 방에 들어섰는지 아니면 통화한 사람이 틀린 방 번호를 알려줬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그때의 여화연은 갓 대학에 들어선 풋풋한 대학생이었다. 그 일이 발생한 후 그녀는 혼이 나가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다행히 강연연이 줄곧 옆에서 지켜줘 이겨낼 수 있었다.
“널 강x한 사람한테 시집갔으니 너도 아주 서러울 거야.”
강연연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화연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눈빛이 어둡고 흐려졌다.
“그땐 나도 별수가 없었어.”
그 당시 여씨 가문은 궁상맞기 그지없었다. 이효한테 시집가면 적어도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울 기회가 있었다.
“어찌 됐든 결혼했으니까 이효 그 x자식이 너한테 잘해주길 바랄 수밖에 없지.”
강연연은 턱을 잡고 골똘히 생각했다.
“내가 알기론 남자가 여자한테 충분히 강한 욕망을 느꼈다면 그것도 어떤 방면에서 마음이 움직였다는 표현이래.”
“연연, 너 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거 같아.”
“근데 소설이 맞는 말을 했어. 한 소설가가 쓴 말도 널리 알려졌잖아. 여자의 마음으로 통하는 유일한 입구는 구멍이라고 했어, 남자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효가 너한테 강한 ‘성’취를 느끼고 있잖아. 너희 결혼도 침대에서 시작했으니 선 결혼 후 사랑이 가능할지도 모르지.”
여화연은 강연연의 말을 듣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는 다른 관점을 갖고 있었다.
그날 밤, 이효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만약에 알아봤다면 그녀를 터치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여화연은 이마를 문질렀다. 그녀는 결국엔 머릿속의 생각을 강연연에게 말하지 않았다. 강연연의 입은 너무 가벼워 그녀가 알게 되면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것이 분명했다.
“맞다, 너한테 줄 선물이 있어!”
“뭐야?”
“우선 옷부터 갈아입어, 나랑 같이 가보면 알아. 원래 내가 직접 가져와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했는데 너도 알잖아, 난 성격이 급해서 그때까지 참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