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다음 화
나만 바라봐[제1부]

나만 바라봐[제1부]

솔빛글

Last update: 2021-11-04

제1화 갑작스러운 명문 세가의 혼인

  • 성대한 연회장, 수려하고 아름다운 선남선녀들이 바쁘게 와인잔을 부딪히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 “그 얘기 들었어? 여화연이 돌아왔대.”
  • “이쁜 아가씨 참 안 됐어. 이 씨한테 시집갔어도 몇 년간 독수공방하고 있으니.”
  • “결혼한 후로 계속 떨어져 있었잖아. 이씨 집안의 사모님이란 명의도 허울뿐이야, 이 회장님이 아마 아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까먹었을 수도 있어!”
  • 그들은 한바탕 떠들썩하게 웃어댔다.
  • “오늘 이씨 가문이 연회도 개최하고 이른바 사모님도 귀국했으니 오늘 밤엔 무조건 나타날 거야.”
  • 그들은 볼거리가 빨리 나타나길 바랐다.
  • “사모님? 진작에 이혼한 거 아니었어? 그렇게 큰 허울을 쓰고 여화연은 부끄럽지도 않을까?”
  • 젊은 여자가 자기의 섬섬옥수를 만지작거리며 경멸하는 말투로 말했다.
  • “남편 마음도 잡지 못하면 차라리 이혼해 다른 사람한테도 기회라도 주는 게 낫지.”
  • 그러자 누군가가 그녀를 보고 비아냥거렸다.
  • “네가 기회를 차지하고 싶은 거겠지.”
  • 젊은 여자는 화내지 않고 도리어 웃었다. 그녀의 웃음 속에는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결혼 3년 동안 남편의 얼굴도 보지 못했으니. 만약 내가 이효한테 시집갔다면 여화연처럼 자기를 그렇게 불쌍한 처지에 밀어 넣지 않았을 거야.”
  • 그들의 껄끄러운 의논은 뒤쪽 아무도 다가가지 않는 구석에 혼자 덩그러니 있는 여화연의 귀에 흘러 들어갔다.
  • 남들의 눈엔 그녀의 결혼이 이런 모습이었다.
  • 혼인 생활이 얼마나 실패했으면 외부인들이 등 뒤에서 떠드는 가십거리로 전락했을까?
  • 하지만 여화연은 슬픔보다는 난처한 심경 때문에 괴로웠다.
  • 그녀는 와인잔을 들어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
  • 하지만 술이 입맛에 맞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고 다시 내려놓았다.
  • 그녀는 무료함에 몸을 일으켰다. 방으로 돌아가 휴식하고 싶었다.
  • 여화연이 옆에서 지나가자 방금까지도 떠들썩하던 여자 무리는 당황해 어쩔 줄 몰랐다. 등 뒤에서 남의 뒷이야기를 하는 행위가 발각된 난처함과 수치심이 차올라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여화연을 응시하고 있었다.
  • 고의인지 아닌지 누군가가 손에 쥐고 있던 와인잔을 떨구어 잔에 들어있던 술이 여화연의 드레스에 튀었다.
  • “죄송해요.”
  • 술을 쏟은 여성이 말했다.
  • 여화연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쳐다보더니 한번 살짝 웃고 몸을 돌려 떠났다.
  • “이게 무슨 뜻이야? 여화연이 앙심을 품고 우릴 몰래 해치는 거 아니겠지?”
  • 여성은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남편에게 절대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 “어찌 됐든 여화연은 아직 이효의 아내야.”
  • 누구도 이씨 가문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 젊은 여자는 여화연을 깔보는 듯 힐끗 쳐다봤다.
  • “됐어, 산산. 여화연은 그럴 능력이 없어, 그러니 우리에게 위협이 될 만한 존재가 아니야. 쟤가 이씨 가문 사람이고 사모님이 맞지만 네가 보기엔 여화연이 아직 이효의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 같아?”
  • “하긴 그래…”
  • 그들은 또다시 갑작스레 올려진 명문 세가의 혼인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 여화연은 남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일부러 사람들이 적게 드나드는 비상용 계단으로 올라갔다.
  • 이효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귀국한 후 앞으로 주어진 방을 쓰라고 당부했다.
  • 여화연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꽉 끼는 하이힐을 벗을 새도 없이 먼저 드레스를 벗어 던졌다. 오늘 입은 하얀색 드레스의 가슴 쪽에 술이 튀어 괴롭기 그지없었다.
  • 드레스의 지퍼가 옆구리 쪽에 있어 그녀는 간신히 내렸다. 그러자 드레스가 몸에서 스르르 흘러내려 그녀의 백옥같이 하얗고 부드러운 육체를 드러냈다.
  • 이때, “끽-” 소리와 함께 욕실의 문이 열렸다. 안에서 허리에 샤워 타울을 두른 남자가 나타났다.
  • 남자의 그윽한 눈동자는 어두운 빛이 바래 여화연을 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