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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무슨 수작이야

  • “난, 나는 … 여화연이야.”
  • “여! 화! 연!”
  • 이효는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 젠장, 같은 여자에게 두 번 걸려 넘어지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 여화연은 갑자기 정체불명의 용기가 생겨나 이효를 힘껏 밀치고 강연연의 옆으로 도망쳐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 방금 이효의 눈빛은 3년 전 그날 밤의 눈빛과 똑같았다… 그녀는 그가 자기를 죽일 것이라 생각했다.
  • 강연연은 어리둥절했다. 잠시 후, 그녀는 갑자기 뭔가를 알아챈 듯 고함을 질렀다.
  • “화연아, 네 남편, 네 남편이… 널 못 알아봤어?!”
  • 이효는 두세 걸음으로 강연연을 지나치고 바로 여화연의 앞으로 다가갔다.
  • 그는 긴 팔을 뻗어 그녀의 한 줌도 안 되는 허리춤에 걸치고 그녀를 끌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 강연연은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안 쫓기도 그렇다고 쫓기도 뭐 했다.
  • 그녀가 쫓아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엘리베이터 문은 이미 닫힌 후였다. 쫓아가고 싶어도 쫓아갈 수 없었다.
  • 밀폐된 엘리베이터 안에는 두 사람만 남아있었다.
  • 이효의 팔은 여전히 그녀의 허리춤에 가로 놓여있었다. 그러다 점차 힘을 가했다. 그녀를 졸라 죽이고 싶은 건지 아니면 자기 몸쪽으로 더 끌어당기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었다.
  • 남자의 가슴은 뜨거웠다. 그 열기는 옷 천을 뚫고 나와 그녀의 몸까지 전해졌다. 여화연은 젖 먹던 힘까지 쓰고 나서야 그의 품을 탈출할 수 있었다.
  • 그녀는 힘이 빠져서 모퉁이에 서서 깊게 호흡했다.
  • 이효의 날카로운 눈빛은 그녀의 가냘픈 몸을 쏘아보며 굵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여화연, 도대체 무슨 수작이야? 3년 전에도 추잡한 수단으로 나한테 시집오더니 지금 또 이런 수작으로 이미 파괴된 혼인을 유지하려는 거야?”
  • ‘3년 전, 내 술에 약을 타 같이 잠자리를 했지.’
  • ‘3년 후, 새로운 수작으로 또 나를 엿먹였어. 이 여자 잔머리의 끝은 어디일까?’
  • 그의 차디찬 손가락이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 “이렇게 예쁜 얼굴은 오로지 남자를 꾀기 위한 거야?”
  • “미친놈.”
  • 여화연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끝끝내 참지 못하고 반박하기 시작했다.
  • “네가 한 더러운 짓을 내 탓이라고 말하는 거야? 어머님께서 앞으로 그 방을 쓰라고 당부하셨어! 난 그 방이 네 방일 줄 꿈에도 몰랐어! 그리고 그날 밤 너 나한테 말할 기회도 주지 않았잖아?! 난 입도 뻥긋 못했어!”
  • 이효는 그녀의 백옥같이 하얀 피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듯싶었다.
  • 여화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 “의심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 하지만 네 믿음 따윈 필요 없어.”
  • 그는 눈을 반쯤 감았다.
  • “지금 하는 모든 짓이 우리 혼인의 유지를 위한 게 아니란 말이지. 확실해?”
  • “난 이 혼인을 유지하고 싶지 않아.”
  • 여화연은 아예 모든 속마음을 털어놨다.
  • 이효의 눈빛은 또 어두워졌다.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우리 이혼하자.”
  • “이혼?”
  • “그래, 이혼.”
  • 어차피 두 사람 다 서로 싫어하고 있으니 유지할 필요가 있겠는가?
  • “이혼” 얘기를 꺼내자 그녀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갈망하고 지향하는 눈빛이었다. 보아하니 거짓말이 아난 듯싶었다.
  • 그러자 이효의 가슴은 왠지 모르게 아팠다.
  • ‘이 여자가 이혼을 원했어?’
  • 그는 굳은 표정으로 코웃음을 쳤다.
  • “여화연, 진짜 잘났어!”
  • 여화연의 등 뒤에서 뜬금없이 한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목을 움츠렸다. 그의 눈빛이 그녀를 집어삼킬 듯했다.
  • “띵동”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여화연은 도망치듯이 뛰쳐나왔다.
  • 그녀는 단 1초라도 그와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 남자의 아우라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박감이 자기를 집어삼킬 것 같아 무서웠다.
  • 하지만 적어도 이혼 얘기를 꺼냈으니 엄청난 발전을 한 것이다.
  • ‘여화연, 화이팅.’
  • ‘모든 게 다 잘 풀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