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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앞으로 기회는 많아

  • 이효는 갑자기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 여화연은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 도리어 어머니가 그녀를 밀어 이효 앞으로 다가가게 했다. 그러곤 작은 목소리로 타일렀다.
  • “서서 뭐 해, 화연아? 네 남편이야.”
  • 그녀는 막연히 눈만 깜빡였다.
  • 이효가 낮은 소리로 웃자 그녀는 더더욱 막연했다.
  • ‘이혼 합의서에 직접 사인하려고 우리 집에 온 걸까?’
  • 그녀는 입을 오므리고 목소리를 깔아 혼자 한 발 앞서나갔다.
  • “난 이미 사인했어.”
  • 하지만 이효는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듯이 행동했다. 그는 여계천의 요청에 따라 그녀의 가족들과 둘러앉아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 그러나 그녀는 그가 정확히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왜냐하면 그의 평온한 눈 밑에 순간 떨림이 스쳐 지나간 걸 그녀는 봤기 때문이었다.
  • 여화연은 이효의 아내라는 이유로 강제에 의해 그의 옆에 앉았다.
  • “밀당도 아니고 다른 수작을 부리는 것도 아니니까 안심해. 네가 원하는 이혼을 해줄게.”
  • 그녀는 그가 오해할까 봐 조급히 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해명했다.
  • 그는 점잖게 한번 바라보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 여화연은 긴장되기 시작하였다. 그 미소 뒤엔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 마침 저녁 시간이라 그들이 식탁에 앉자마자 미각, 후각과 시각을 자극하는 반찬들이 줄줄이 나왔다. 여계천은 하인한테 주방에서 더 많은 반찬을 내오라고 시켰다. 필경 이효가 여씨 가문을 처음 방문했다.
  • 여계천은 사위 이효에게 탄복하면서도 동시에 그를 무서워했다. 항렬로 따지면 이효보다 높지만, 사회적 지위로 따지면 그는 이효와 비교할 상대도 못 된다.
  • 밥 먹는 동안 줄곧 여계천만 이효한테 말을 걸었다.
  • 여화연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묵묵히 젓가락으로 쌀밥을 조금씩 입에 밀어 넣었다.
  • 그녀는 뼈를 바른 물고기를 자기 사발에 놓고 가볍게 고맙다고 인사말을 했다. 그리고 물고기와 함께 밥을 두 입 먹었다.
  • 그녀는 밥을 넘기고 무슨 생각이라도 든 듯 고개를 휙 쳐들었다. 그러자 그윽하게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이효의 눈빛과 마주쳤다.
  • 방금 넘긴 물고기가 갑자기 뼈로 변하기라도 한 것처럼 목에 걸렸다.
  • 여아진은 볼이 살짝 붉어진 채 흥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드디어 형부를 만났어!”
  • 항상 남들의 입소문과 뉴스 신문에서만 보고 듣던 형부를 3년 만에 실물로 만났다. 뉴스에서 보던 것보다 실물이 훨씬 나은 것 같았다!
  • 이효는 웃는 것 같기도, 웃지 않는 것 같기도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밀어 여화연의 걸상 위에 걸쳤다.
  • “앞으로 기회는 많을 거야.”
  •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가 친밀하게 여화연의 어깨를 감싸고 있는 듯싶었다.
  • “형부, 앞으로 언니랑 자주 놀러 올 거예요?”
  • 여아진의 눈에서 분홍색 하트가 나오는 것 같았다.
  • “이 사람이 원한다면 안 될 것도 없지.”
  • 이효의 대답은 마치 상냥하고 좋은 남편이라도 되는 듯 경쾌했다.
  • 하지만 여화연은 그의 대답에 젓가락을 쥔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 ‘무슨 뜻이지?’
  • 그의 얼굴에서 뭐라도 보아내려고 맑은 눈동자로 빤히 그를 쳐다봤다. 그러나 평온한 그의 태도에서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 ‘이효도 이혼하고 싶어 하잖아? 이혼 합의서도 이 사람이 보낸 거야, 근데 왜 갑자기 우리 집에 와서 이런 말을 하지…설마 번복하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 그녀는 슬그머니 서류를 집어 들고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었다.
  • 그가 어떠한 꿍꿍이를 꾸미고 있든 그녀는 받아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차피 그녀는 이미 이혼 합의서에 사인했다.
  • “언니, 앞으로 형부랑 같이 자주 올 거야?”
  • 그는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고 자기 앞에 끌어다 천천히 어루만졌다. 뼈마디 마디가 뚜렷한 그의 손은 그녀의 가는 손가락 위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여동생의 질문을 받아 그녀한테 던졌다.
  • “친정에 오는데 왜 나한테 얘기 안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