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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넌 아직 어려

  • 위층에 올라온 후 가족들의 눈길을 벗어나자 여화연은 바로 이효의 손에서 자기 캐리어를 낚아채고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봤다.
  • “이효, 너 오늘 제정신이야? 아니면 일부러 나를 엿먹인 거야?”
  • 그는 뚜렷한 표정 변화가 없이 쌀쌀했다.
  • “엿은 네가 더 많이 줬어.”
  • “미친놈, 내가 뭘 했는데?”
  • 여화연은 줄곧 자기가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한다고 생각했었다. 어떤 순간이든 평온한 자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어왔었다. 심지어 남들이 여씨 가문을 비웃어도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행동할 수 있었다.
  • 하지만 이 “가면”은 그의 앞에서 제 실력을 발휘 못 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항상 그녀의 감정을 뒤흔들었다.
  • “아, 그래?”
  • 그는 눈웃음을 지었다.
  • 여화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한번 쳐다보고 캐리어를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 그는 그녀를 따라 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녀의 개인 공간을 자세히 살펴봤다.
  • 생각한 것처럼 여성스러운 방이 아니었다. 그녀의 방은 깔끔하고 밝았다. 다만 몇 개의 작은 데커레이션으로 소녀 감성을 표현했다.
  • 아마 소녀의 몸도 그녀의 몸보다 부드럽지 못할 것이다.
  • 방 구경을 목적으로 들어왔으나 저도 모르게 그녀의 몸에 눈이 갔다.
  • 풍만한 가슴과 가는 허리, 꼿꼿한 다리 심지어 두 발까지 하얗고 볼륨이 넘쳤다…
  • 뒤쪽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여화연은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정리를 멈췄다.
  • 몸을 돌리자 과연 이효가 늑대같이 그녀를 집어삼킬 듯 쳐다보고 있었다.
  • 그녀는 뜬금없이 그날 밤이 생각났다. 이효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고 입을 막아 침대로 이끌었다.
  • 여화연은 소름이 돋았다. 이효의 태도가 너무 괴상했다.
  • 그는 우중충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 삽시간에 위험한 분위기가 그녀를 감쌌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두 발 물러서며 위험을 벗어나려고 시도했다.
  • 하지만 도주에 실패하자 그녀는 잠시 멈췄다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그의 공격태세를 막았다.
  • “합의서에 사인했어. 시간 맞춰 공증인 사무소에 가면 이혼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어.”
  • 이효는 서류를 받고 한번 훑어보고 휙 버렸다. 종잇장이 바닥에 흩어졌다.
  • ‘이런 미친놈, 이럴 줄 알았으면 보여주지 않았을 거야.’
  • 여화연은 종이를 줍기 위해 급히 허리를 숙였다. 그것들은 그녀의 보배고 희망이었다.
  • 한 쌍의 딴딴한 팔이 일시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침대 위로 던졌다.
  • “주워도 소용없어.”
  • 이효는 침대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우람한 몸은 그녀를 완전히 가릴 수 있었다. 그녀는 흡사 그의 손바닥 위에 있는 듯싶었다.
  • “소용없어?”
  • 여화연은 그의 말뜻과 표정을 뜻을 곱씹어보며 말했다.
  • “너 설마 이혼하기 싫은 거야?”
  • 그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해맑은 웃음은 여화연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 “내가 언제 이혼하고 싶다고 했지?”
  • 그녀는 눈을 부릅떴다.
  • “이 서류…”
  • 서류는 분명히 그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 “서류에 내 사인이 있어? 무슨 근거로 이 서류를 내가 작성했다고 생각하지?”
  • 이효는 갑자기 몸을 숙여 그녀의 희고 보드라운 귀에 뽀뽀했다. 뜨거운 호흡이 달팽이관을 지나 그녀의 마음속까지 흘러들어 저렸다.
  • “여화연, 나랑 놀기엔 넌 아직 너무 어려.”
  • 여화연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이효가 이혼을 후회한다는 생각으로 들어찼다.
  • 이효는 그녀의 반응에 만족했다. 그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 “아내로서 장기간 집을 비우면 불합격이야. 우리 어머니가 너를 이렇게 이뻐하시는데 너도 양심이 있어야지. 밥 다 먹고 나랑 우리 집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