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니에요. 철없는 녀석일 뿐이에요. 서로 아는 척하지 말자고 미리 말해뒀건만... 서천에서는 나대지 말아야 하잖아요!”
“…”
이택해와 장화는 서로 쳐다보더니 유양을 향해 일제히 중지를 내밀었다.
이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진이가 화이트 원피스를 입고 허리를 살랑거리며 사뿐사뿐 걸어왔다.
“장화 씨, 어때요? 우리 유양 씨가 칩을 다 날려버리지는 않았나요?”
진이는 전에 유양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가 갓 졸업한 대학생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고 자연히 도박에 대해서는 생소할 것으로 생각했다. 장화와 이택해는 진이의 말을 듣자 기괴한 표정으로 펄쩍 뛰었다.
“지다니요? 농담하지 마세요!”
“그럼 땄다는 말이네요? 얼마나 땄어요?”
진이가 의아해 하였다. 천당회관은 서천의 최고 회관이었다. 이곳에 도박하러 오는 사람들은 다 고수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양이 이길 수 있다니 운이 웬만히 좋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유양은 입가를 씰룩거렸다.
“하하, 난 정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배팅한 거예요! 많은 금액은 아니고 다 운 좋게 딴 거예요…”
“유양 형은 10억을 따고 우리 두 사람은 무려 50억을 땄어요!”
장화는 유양의 허세를 견디지 못해 입을 열었다.
10억? 그렇게나 많이?
진이는 작은 손을 들어 입을 가리고 사방을 둘러보던 끝에 눈길이 왕지호한테서 멈추었다.
“단번에 그렇게 많은 돈을 따버리면 널 얌전하게 보내겠어? 왜 이렇게 철이 없어!”
도박장에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적은 금액을 이기고 떠나는 게 현명한 것이었다. 만약 계속 이긴다면 일반적으로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장화와 이택해가 딴 50억은 가져갈 수 있었다. 아무래도 그들의 집안은 서천에서 입지가 굳었기 때문에 왕지호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유양은 달랐다. 이곳에 금방 도착한 유양은 비록 싸움 실력이 있긴 하나 혼자 이 많은 사람들을 감당하기는 무리였다.
“될지 안 될지는 시도해 보면 알게 되겠죠!”
유양은 진이를 향해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왕지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너, 이리 와봐.”
왕지호는 유양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자 속이 덜컹했다.
제길. 방금 그렇게 괴롭힌 걸로도 모자란 거냐?
하지만 삼야의 공포스러운 수단을 생각하니 왕지호는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유양 님, 무슨 분부가 있으세요?”
왕지호가 유양을 향해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 모습은 마치 주인의 부름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았다.
진이는 왕지호를 한번 보고 다시 유양을 보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깐 사이에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진이는 유양이 겁도 없이 왕지호의 체면을 마구 구겼던 일이 생각났다. 설마 왕지호가 마조히즘이라서 고분고분해진 건가?
유양은 손을 뻗어 진이를 끌어안았다.
“묻는 말에 대답해, 이 여자가 누구 마누라지?”
왕지호는 순간 심장에 총을 맞은 듯했다.
“유, 유양 님의 여자입니다. 유양님과 진이 아가씨는 천생연분입니다!”
왕지호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정색하며 말했다. 하지만 속으로 이미 유양의 조상부터 시작해 돌아가며 욕했다!
유양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눈치가 빠르네. 오늘 이곳에서 돈을 많이 땄는데 불만 없지? 만약 불만이 있다면 도로 돌려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