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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초호화 저택

  • 보육원을 나온 채연은 캐리어를 끌고 숨을 헐떡이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 귀양로 1-1번지.
  • 놀랍게도 차은우의 저택은 버스도 다니지 않는 산 중턱에 있었다.
  • 돈 많은 사람일수록 산을 좋아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 그래도 이미 계약금도 받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의 집으로 향하는 채연이었다.
  • 힘들게 산 중턱까지 올라오자 호화로운 대문이 보였다. 더 이상 길도 보이지 않았다.
  • ‘이 위로는 다 그 사람 소유라는 걸까?’
  • 문이 열리자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채연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 녹음이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펼쳐진 잔디밭과 아름다운 꽃밭, 그 뒤에 정교한 조각상과 분수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 그리고 먼 곳에 호화로운 유럽식 건물 한 채가 석양을 받으며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 채연은 숨을 헐떡이며 드디어 현관 앞에 도착했다.
  • 문을 연 신 집사가 공손히 그녀를 향해 인사했다.
  • “작은 사모님, 안으로 드시죠.”
  • 비록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는 게 눈에 보였지만, 채연은 그의 눈빛에서 경멸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 그녀는 신 집사를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
  • 거실 풍경은 그야말로 부의 상징이었다. 10미터는 족히 넘을 듯한 높은 천장과 크리스탈 샹들리에, 벽면은 온통 대리석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 호화로운 회전식 계단으로 명품 옷을 입고 반짝이는 진주 목걸이를 한 아름다운 여인이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 심수연은 초라한 행색의 채연을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 “이 거지 같은 애는 또 누구야? 신 집사, 아무 사람이나 안에 들이면 어떡해?!”
  • 위층에서 또 누군가가 달려 내려오더니 채연을 보고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 “채연? 네가 왜 여기 있어? 설마 오빠가 말한 새언니가 너였어? 엄마! 오빠는 어떻게 저런 애와 결혼할 생각을 다 했대? 안 돼! 난 이 결혼 반대야!”
  • 차시연이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 평소 차시연과 심수연은 중심가의 호화로운 펜트하우스에서 생활했고 본가는 할머니와 차은우가 생활하는 곳이었다. 그들은 차은우와 갑자기 결혼한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궁금해서 이곳을 방문한 것이었다.
  • 놀란 건 채연도 마찬가지였다. 채연과 같은 학과 동기인 차시연은 줄곧 그녀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 그런 차시연이 차은우의 여동생이었다니!
  • 차시연이 학교에서 가장 싫어하는 인물이 채연이었다. 그녀는 대학교 2학년 마지막 학기가 끝날쯤에 갑자기 편입한 학생이었다. 검정고시를 보고 바로 2학년에 편입한 학생은 채연이 유일했고 케네스 대학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었다.
  • 최근 채연은 높은 성적으로 지도 교수의 신임을 얻어 한 기업의 자동차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 차시연은 억울했다. K시티 최고 부자인 차씨 가문의 외동딸인 그녀가 일개 일반인에게 졌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다. 게다가 그 프로젝트의 투자자가 차씨 가문이었다.
  • 그런데 그녀가 그렇게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채연이 돌연 새언니로 들어왔으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리고 마침 차은우가 집 안으로 들어섰다.
  • 심수연은 다급히 다가가서 아들을 말렸다.
  • “은우야, 네가 참견하는 걸 싫어하는 건 알지만 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우리 가문이 어떤 가문인데 허락도 없이 바로 혼인신고부터 해?”
  • 차은우는 심수연의 아들이긴 했지만 그녀에게는 두려운 존재였다. 아주 오래전 다섯 살 때부터 차은우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독립적인 아이였다.
  • “그러니까, 오빠. 그냥 이혼해. 쟤가 뭐라고 우리 가문 재산을 나누어 가진단 말이야?”
  • 차시연도 거들었다.
  • “그냥 돈 좀 줘서 내보내.”
  • 참다못한 채연이 끼어들었다.
  • “제가 한 말씀만 드려도 될까요?”
  • 심수연과 차시연의 눈빛이 그녀를 향했다.
  • “재산 걱정은 하실 필요도 없어요. 저 재산 포기 각서를 썼거든요.”
  • 채연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 계약금 2억을 제외하고 그녀는 차은우의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
  • 만약 급하게 살려야 할 사람이 없었으면 그녀도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 그만큼 그녀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다.
  • 잠시 침묵하던 심수연이 입을 열었다.
  • “그래도 이건 아니야. 은우야, 너 약혼녀도 따로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