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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귀뺨을 때리다

  • 채연은 평소 간지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항상 깃털로 그녀의 목을 간지럽히기 좋아했다.
  • “채연아, 집중해야지.”
  • “주의력이 분산된 상황에서도 10점이네. 정말 대단해!”
  • 그가 그럴 때마다 그녀는 도망치기 바빴다.
  • 나이도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 그녀에게도 천진난만한 시절이 있었다.
  • 얼굴에서 느껴지는 간지러움에 채연은 저도 모르게 이리저리 피하며 중얼거렸다.
  • “경현아, 그만해.”
  • 그 한마디에 방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 차은우의 모든 욕구도 그 한마디와 함께 사라졌다.
  •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부릅떴다.
  • ‘내가 지금 뭘 한 거지? 이런 여자한테 홀랑 넘어가서….’
  • 누구를 그렇게 애타게 부른 걸까?
  • 그는 본능적으로 남자 이름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 순간 참지 못할 짜증이 밀려왔다.
  • ‘남자친구가 있었어? 이 망할 여자가 나를 뭐로 보고!’
  • 그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쳤다.
  • “그만! 정신 좀 차려!”
  • 말을 마친 그는 그녀를 질질 끌고 욕실로 가서 물이 가득 찬 욕조에 그녀를 던졌다.
  • 따뜻한 물이 그녀의 몸을 감싸자 그녀도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온 듯했다.
  • 채연은 다 젖은 머리카락을 넘기며 눈을 부릅뜨고 차은우를 바라보았다.
  • “이게 무슨 짓이에요?”
  • 차은우는 할 말을 잃었다.
  • ‘아주 적반하장이네?’
  • “아, 진짜! 옷이 다 젖었잖아요!”
  • 그녀가 계속 불만을 토로했다.
  • “당신 조금 전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 안 나?”
  • 그가 이를 악물며 물었다.
  • 채연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셔츠 단추만 몇 개 풀어졌을 뿐, 옷은 그대로 있었다.
  •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 “죄송해요. 제가 가짜 술을 마셔서 정신이 나갔나봐요. 실수한 게 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 “뭐? 가짜 술?!”
  • 차은우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 “당신이 마신 그 술, 10만 파운드야!”
  • 사실 지하에 술 저장고는 따로 있었고 술장에 있는 술들은 그의 애장품이었다.
  • “네?!”
  • 채연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 ‘10만 파운드면 한국 돈으로 얼마야? 2억이 넘는 돈이잖아? 그 작은 술병 하나가?’
  • “돈… 돈을 드려야 하나요?”
  • 그녀는 당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직 받은 2억을 갚지도 전에 또 빚을 져버렸으니 언제면 갚을 수 있을까!
  • 차은우는 그녀의 표정에 더 화를 낼 수조차 없었다.
  • ‘머릿속에 뭐가 들었기에 틈만 나면 돈 얘기야!’
  • 이때 채연이 욕조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 하얀 셔츠가 물에 젖어 속옷이 다 비치는 상태였다. 투명하게 비치는 완벽한 각선미는 다 벗은 것보다 더 섹시했다.
  • 순간 차은우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 조금 전 뜨거웠던 키스가 다시 떠올랐다. 그는 치솟는 욕망을 억지로 참으며 욕실 가운 하나를 집어 그녀에게 던졌다.
  • “그거 걸쳐.”
  • 그제야 채연은 옷이 다 젖은 상태인 것을 알아차렸다.
  • 그녀는 어색한 표정으로 욕실 가운을 걸친 뒤, 젖은 머리카락을 닦았다.
  • 그런데 발을 떼기 바쁘게 미끄러지며 차은우의 품에 안기는 꼴이 되어버렸다.
  • 여자의 부드러운 몸이 그에게 닿았다.
  • 차은우는 힘들게 참고 있던 욕망이 폭발할 것 같았다.
  • “참나.”
  • 그는 가볍게 그녀를 밀쳐 차가운 욕실 벽에 붙이고 차갑게 물었다.
  • “당신 세 번이나 날 유혹했어. 당신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는데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
  • 말을 마친 그는 그녀가 걸치고 있던 욕실 가운을 벗겨 버렸다.
  • 돈만 밝히는 헤픈 여자라면 힘들게 욕구까지 참으며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었다.
  • 짝 하는 소리와 동시에 차은우의 얼굴이 돌아갔다.
  • 그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채연도 많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 “당신!”
  • 차은우의 흑요석 같은 눈동자에 뜨거운 분노가 치솟았다.
  • 여자에게 귀뺨을 맞은 적은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