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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등장

  • 하씨 가문은 되찾은 딸을 소개할 겸 오늘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 모두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았다.
  • 스포트라이트가 무대를 비추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도 우르르 몰려갔다.
  • 눈 부신 빛과 사람들의 박수 속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천천히 무대에 올랐다. 드레스 전체에 다이아몬드로 포인트를 주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 단아한 눈썹과 촉촉한 눈망울을 가진 청순가련한 이미지의 여자였다.
  • 그리고 그 여자가 다름 아닌 안세희였다.
  • 무대를 지켜보던 차은우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날 그를 구해준 여자애가 J시티 하씨 가문에서 잃어버린 딸이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 이 나라 권력의 상징인 사령관의 손녀이자 장교의 딸. 공주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놀란 건 채연도 마찬가지였다.
  • ‘어쩐지 학교에도 안 나오는 것 같더라니.’
  • 그녀는 그날 보육원 원장이 DNA 검사를 진행한다고 머리카락을 달라고 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 그때는 무덤덤했는데 진짜 안세희의 가족이었다니.
  • 안세희와 함께 무대에 오른 사람은 그녀의 모친 진예은 여사였다. 부친인 하성욱은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파티에 참석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 채연은 저도 모르게 진예은 여사에게 눈길이 갔다. 놀랍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했다. 눈부시게 아름답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귀부인이었다.
  • 진예은에게서 어떤 이끌림을 느낀 건지 그녀는 저도 모르게 앞으로 몇 걸음 다가섰다.
  • 천천히 무대에서 내려온 안세희는 채연의 곁을 지나치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하루아침에 신분 상승하는 건 그녀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환상이었다. 그런 그녀가 모두의 부러움을 받는 공주로 다시 태어났다.
  • ‘오늘부터 나도 피라미드 최상단에 사는 사람이야! 내가 원하는 건 뭐든 가질 수 있어!’
  • 채연은 자신이 가졌어야 할 모든 것을 안세희가 가져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 안세희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차은우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 ‘이 남자도 내 거야!’
  •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며 누군가가 채연의 팔꿈치를 쳤다.
  • 채연은 바닥에 떨어진 핸드백을 주우려 손을 뻗었지만 옆에 있던 사람에 의해 멀리 밀려났다.
  • 마침 그곳을 지나던 진예은이 허리를 숙여 핸드백을 줍더니 사람들 틈을 비집고 채연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핸드백을 채연에게 건넸다.
  • 두 눈이 마주친 순간, 채연은 따뜻한 무언가가 몸속에 흘러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 ‘참 예쁜 미소야.’
  • 진예은의 온몸에서 자애로운 어머니의 따뜻한 분위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 한 번도 누군가를 부러워한 적 없었던 채연이었지만 오늘따라 가슴이 먹먹했다. 그녀는 한 번도 부모님을 만나지 못했기에 안세희가 진심으로 부러웠다. 이렇게 자상한 엄마를 만난 그녀는 어떤 기분일까?
  • “감사합니다.”
  • 채연이 감사 인사를 했지만 사람들에 의해 더 멀리 밀려날 뿐이었다.
  • 사람들은 안세희와 진예은을 에워싸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 진예은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딸을 소개하고 있었다.
  • 두 모녀의 얼굴에서 찬란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 모든 게 그렇듯 아름다웠다.
  • 파티가 끝을 향해 가고 있던 중, 심수연 모녀와 진예은 모녀가 한자리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 두 가문은 대대로 막역한 사이였기에 가족보다 더 가까웠다.
  • 차시연은 친근하게 안세희의 팔짱을 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 그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둘 다 채연을 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안세희는 짐짓 담담한 표정으로 차은우를 구했던 과정을 이야기했다.
  • 눈치 빠른 그녀는 차시연이 채연을 무척 싫어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건 그녀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 잠시 후, 안세희는 심수연에게 아부를 떨었다.
  • 기분이 좋아진 심수연이 말했다.
  • “예은아, 이렇게 예쁘고 착한 딸 되찾은 거 다시 한번 축하해. 말도 참 예쁘게 하네.”
  • 그런데 이때, 차은우가 채연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 심수연과 차시연은 그들이 결혼 사실이라도 공표할까 봐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차은우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