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소리와 함께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싸움이라면 밀리지 않는 차은우였지만 혼자 셋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왼쪽 다리에 총상을 입고 체력도 점점 바닥이 나고 있었다.
그는 추격하는 놈들을 피하고자 어쩔 수 없이 강물에 몸을 던졌다. 그것이 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 시각 채연은 이아영 원장의 부름으로 보육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총소리에 그녀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돌았다.
예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총소리만 듣고 그것이 AK-47이라고 추정할 수 있었다.
‘설마 테러리스트?’
평화 시대에 총소리라니,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가자 몇몇 남성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총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강으로 뛰어들었다.
세 남자가 강에 뛰어든 남자를 향해 총을 쏘려던 순간, 채연은 단호하게 표창을 날려 놈들의 목을 그었다.
슉 하는 소리와 함께 표창은 공중을 날아 다시 채연의 손으로 돌아갔다.
이 자체 제작한 표창은 그녀가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호신 도구였다.
“악!”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놈들은 피가 솟구치는 목을 부여잡고 줄행랑을 놓았다.
비록 대동맥을 긋지는 않았지만 제때 지혈을 하지 못한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
채연, K시티 카네스 대학 4학년 재학 중. 제조 디자인 학과 에이스, 명석한 두뇌와 미모를 겸비한 수재. 이것이 그녀의 기본 정보였다.
하지만 그녀에게 더 휘황찬란한 역사가 있었다는 것은 거의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녀는 전국 소년 10미터 공기권총 대회 챔피언이었고 그 해 세계 선수권 대회 우승 후보였다. 그러나 예선전에서 선전하던 그녀는 무슨 이유인지 결승전에서 돌연 기권을 선언하고 자취를 감추었다.
채연은 오차가 0.01m 이내의 정확도를 자랑하는 명사수였고 10.9점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랬기에 표창 던지기는 그녀에게 아주 쉬운 종목이었다.
놈들이 도망가자 채연은 곧바로 다리 위로 달려갔다. 남자는 총상을 입은 상태로 강물에 뛰어들었기에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다리 란간을 훌쩍 넘어 강물에 뛰어들었다.
그녀의 예상대로 남자는 정신을 잃고 물속에 가라앉고 있었고 그녀는 안간힘을 써서 그를 육지까지 끌어올렸다.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진 어두운 밤, 주변에는 가로등 하나 없었기에 남자의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총상을 입은 남자는 이미 의식을 잃고 꼼짝도 하지 않는 상태였다.
예전에 구조대에 자원봉사를 간 경험이 있었던 채연은 응급처치 기술을 공부한 적 있었다.
그녀는 곧바로 흉부 마사지를 시행했지만 남자는 여전히 물을 토해내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공호흡까지 시도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래도 사람 목숨이 중요하지.’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남자의 입술에 입술을 대고 공기를 불어넣었다.
이상했던 점은 물에 빠졌던 남자의 입술이 차갑지는 않고 오히려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뜨거운 열기 때문에 그녀의 입술까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채연이 반복적으로 인공호흡을 시도한 끝에 남자는 끝내 기침을 하며 물을 토했다.
“더워… 너무 더워….”
차은우가 중얼거리듯 신음했다.
입술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감촉에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는 자신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자제력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고 이 상황에서 부드러운 입술은 마지막 촉매제가 되었다.
그녀의 입술이 다시 그에게 닿던 순간, 그는 손을 내밀어 여자를 끌어안고 거칠게 여자의 입술을 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