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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습격

  • 어둡고 쌀쌀한 밤, 주변에서 차가운 살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 미행자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차은우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 ‘내가 너무 안일했네.’
  • 뒤에서 총을 든 남자 셋이 그를 따라오고 있었다.
  • 탕탕탕!
  • 총소리와 함께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싸움이라면 밀리지 않는 차은우였지만 혼자 셋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왼쪽 다리에 총상을 입고 체력도 점점 바닥이 나고 있었다.
  • 그는 추격하는 놈들을 피하고자 어쩔 수 없이 강물에 몸을 던졌다. 그것이 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 그 시각 채연은 이아영 원장의 부름으로 보육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 갑작스럽게 들려온 총소리에 그녀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돌았다.
  • 예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총소리만 듣고 그것이 AK-47이라고 추정할 수 있었다.
  • ‘설마 테러리스트?’
  • 평화 시대에 총소리라니,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 소리가 나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가자 몇몇 남성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총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강으로 뛰어들었다.
  • 세 남자가 강에 뛰어든 남자를 향해 총을 쏘려던 순간, 채연은 단호하게 표창을 날려 놈들의 목을 그었다.
  • 슉 하는 소리와 함께 표창은 공중을 날아 다시 채연의 손으로 돌아갔다.
  • 이 자체 제작한 표창은 그녀가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호신 도구였다.
  • “악!”
  •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놈들은 피가 솟구치는 목을 부여잡고 줄행랑을 놓았다.
  • 비록 대동맥을 긋지는 않았지만 제때 지혈을 하지 못한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
  • 채연, K시티 카네스 대학 4학년 재학 중. 제조 디자인 학과 에이스, 명석한 두뇌와 미모를 겸비한 수재. 이것이 그녀의 기본 정보였다.
  • 하지만 그녀에게 더 휘황찬란한 역사가 있었다는 것은 거의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녀는 전국 소년 10미터 공기권총 대회 챔피언이었고 그 해 세계 선수권 대회 우승 후보였다. 그러나 예선전에서 선전하던 그녀는 무슨 이유인지 결승전에서 돌연 기권을 선언하고 자취를 감추었다.
  • 채연은 오차가 0.01m 이내의 정확도를 자랑하는 명사수였고 10.9점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랬기에 표창 던지기는 그녀에게 아주 쉬운 종목이었다.
  • 놈들이 도망가자 채연은 곧바로 다리 위로 달려갔다. 남자는 총상을 입은 상태로 강물에 뛰어들었기에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 그녀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다리 란간을 훌쩍 넘어 강물에 뛰어들었다.
  • 그녀의 예상대로 남자는 정신을 잃고 물속에 가라앉고 있었고 그녀는 안간힘을 써서 그를 육지까지 끌어올렸다.
  •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진 어두운 밤, 주변에는 가로등 하나 없었기에 남자의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 총상을 입은 남자는 이미 의식을 잃고 꼼짝도 하지 않는 상태였다.
  • 예전에 구조대에 자원봉사를 간 경험이 있었던 채연은 응급처치 기술을 공부한 적 있었다.
  • 그녀는 곧바로 흉부 마사지를 시행했지만 남자는 여전히 물을 토해내지 못했다.
  • 이대로 가다가는 인공호흡까지 시도해야 할 상황이었다.
  • ‘그래도 사람 목숨이 중요하지.’
  •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남자의 입술에 입술을 대고 공기를 불어넣었다.
  • 이상했던 점은 물에 빠졌던 남자의 입술이 차갑지는 않고 오히려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 뜨거운 열기 때문에 그녀의 입술까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 채연이 반복적으로 인공호흡을 시도한 끝에 남자는 끝내 기침을 하며 물을 토했다.
  • “더워… 너무 더워….”
  • 차은우가 중얼거리듯 신음했다.
  • 입술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감촉에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는 자신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자제력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고 이 상황에서 부드러운 입술은 마지막 촉매제가 되었다.
  • 그녀의 입술이 다시 그에게 닿던 순간, 그는 손을 내밀어 여자를 끌어안고 거칠게 여자의 입술을 탐했다.
  • “안돼! 읍!”
  • 채연이 위험을 감지했을 때, 때는 이미 늦었다.
  • 그녀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남자의 힘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안 돼….’
  • 이때 남자의 달뜬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귓가에 들려왔다.
  • “내가 다 책임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