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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당신 아내 좀 보여줄 수 있어?

  • 사무실 안, 손청아는 뒤에서 윤백야를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았다. 별안간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 윤백야는 곧장 대답했다.
  • “들어와.”
  • 신이화는 일부러 안쪽을 한번 훑고 나서야 문 안쪽으로 들어서서 말했다.
  • “윤 대표님, 휴가를 좀 내고 싶어요. 병원에 가서 친구 어머니 좀 만나 뵈려고요.”
  • 윤백야는 눈썹을 들썩이며 신이화를 바라보다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 “기사 보고 바래다주라고 해?”
  • 신이화는 문을 들어선 순간부터 손청아의 시선이 자신에게 단단히 꽂혀있음을 느꼈다.
  • “아뇨, 아뇨.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택시 타고 가면 돼요. 병원도 꽤 가깝고요.”
  • 손청아의 눈길에 신이화는 불편해져 재빨리 연신 거절하고는 빠르게 문밖으로 나섰다.
  • 그녀는 서둘러 떠나려고 하는데 신이화가 사무실 문을 채 완전히 닫기도 전에 등 뒤에서 손청아가 윤백야를 향해 낮게 건네는 말이 들려왔다.
  • “백야, 당신 와이프 좀 보여줄 수 없어? 이렇게 오래 당신과 연기하는 게 너무 고마운데.”
  • 그 말에 신이화는 깜짝 놀라 거의 뛰듯이 사무실에서 도망쳐 나왔다. 문을 닫는 소리가 지나치게 컸던 탓에 안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 그러다 택시에 올라타서야 신이화는 속으로 자신을 힘껏 비웃었다.
  • 이럴 필요 있어? 고작 첫사랑이 돌아온 것뿐인데, 뭘 그렇게 무서워하는 건지. 정말 이렇게 못나서야.
  • 하아…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손청아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걸. 뭐, 지금 윤백야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선 그녀도 몰랐다.
  • 원래는 조용하게 윤백야의 옆에서 5개월 동안 그녀의 신 비서 직책을 잘 해내고 그와 동시에 어떻게든 윤 씨 부인 역할도 잘 하고는 5개월 후, 미련 없이 떠날 생각이었다.
  • 하지만 보아하니…이제 안 될 것 같았다. 계획을 앞당겨야 했다.
  • 병원에 도착해서 신이화는 곧장 간미영을 찾으러 갔고 이내 빠르게 간미영과 함께 원장을 보러 가 원장과 함께 그녀의 어머니의 치료방법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어찌 됐건 이번 일은 새 기계의 사용과 더불어 의학 연구의 한 부분이라 병원에서는 일부분의 비용을 면제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의 지불해야 할 비용은 여전히 신이화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 비록 그녀는 윤백야와 결혼을 했지만 이 몇 년 간 그녀 어머니의 입원을 비롯해 기본적인 신체 보양에 들어가는 비용들은 윤백야가 그녀에게 선물해 준 것들을 현금으로 돌려 거의 바닥을 보일 지경이었다.
  • 지금, 어머니는 치료를 해야 했고 그녀는 여전히 윤백야에게 기대어 전기 비용은 지불할 수 있었지만 후기 비용은…어쩌면 그녀가 지불을 할 능력이 안될 것 같았다.
  • 뭐가 됐든 그녀는 곧 윤백야와 이혼을 할 테니까 말이다.
  • “저기, 원장님. 치료 기간은 총 얼마나 걸릴까요?”
  • “환자 병세가 낙관적이라면 아마 일 년 반쯤 필요하겠죠.”
  • 원장이 차트를 다시 훑어보더니 말했다.
  • “왜냐하면 어머님의 뇌세포의 사망률은 벌써 98%에 달하는 데다 뇌세포를 배양한 후 다시 원래 뇌에 넣어서 재생시키려면, 뭐 세포의 세대 교체 시간에 대해선 잘 아실 테죠.”
  • “그럼 비용은요?”
  • 신이화는 입술을 꾹 깨물고는 원장과 협의를 하려고 시도했다.
  • “좀 더 비용을 감면할 수는 없을까요? 130억은…정말…”
  • “이것 참…”
  • 원장도 난감했다.
  • “이 비용은 이미 미영이와 제가 위에 보고를 올려 신청을 한 겁니다. 이 실험은 뇌와 심장이 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그저 식물인간으로 칭해지는 환자들로 연구를 하려고 하는 거라서요.”
  • 그 말은 신이화를 더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
  • “이 비용은 내가 대신 내줄게.”
  • 신이화가 막 망설이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원장 사무실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 윤하균은 안으로 들어서며 말을 했다.
  • “원장님, 이 비용은 제가 낼 수 있습니다…하지만 그 일부분을 낼지 전부를 낼지는 따로 환자 가족과 얘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네요.”
  • 윤하균은 일부러 신이화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 뜻은 명백했다.
  • 당연히 원장은 알아들었고 그대로 간미영을 끌고 나갔고 신이화는 고개를 들어 윤하균을 흘깃 보더니 단호하게 거절했다.
  • “마음은 고마워, 하지만 더 이상 얘기 나눌 건 없을 것 같네. 돈이라면, 내가 알아서 구할 수 있어.”
  • “어떻게 구하게? 너한테 그렇게 많은 돈이 있어?”
  • 윤하균은 그대로 다가가 신이화의 손을 덥석 잡았다.
  • 하지만 신이화는 그대로 그를 뿌리쳤다.
  • “그래도 난 네 돈은 한 푼도 받지 않을 거야.”
  • 만약 당시에, 윤하균의 어머니인 서정선이 온갖 심혈을 기울여 그녀를 의학계에서 쫓아내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분명히 그 바닥에서 제법 발전을 했을 것이고 어쩌면 그녀 어머니의 병을 진작에 고쳤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 “왜?”
  • 윤하균이 물었다.
  • 하지만 신이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한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박혀들며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서며 말을 건넸다.
  • “하균아, 부 원장님이랑 얘기 좀 몇 마디 하는 사이 어디로 사라진 거니, 엄마가 한참을 찾았잖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