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화는 윤백야의 서슬 퍼런 기세를 느껴져 차에 올라타고 나서 한참을 아무 말도 않고 있다 차가 멀어지고 나서야 겨우 침을 꿀꺽 삼키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해명했다.
“내 전 남친이야.”
윤백야가 바보도 아니고, 그가 반지를 찾아온 것만 봐도 그는 자연스레 둘의 관계를 알 수가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신이화를 흘깃 봤다.
“네 전 남친 보아하니 풍기는 분위기가 제법 괜찮은 걸 보면 집안도 꽤 괜찮을 텐데, 왜… 나랑 결혼한 거야?”
윤백야가 신이화에게 이 문제를 진지하게 묻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 예전에도, 윤백야가 이 문제에 대해 물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다 둘이 침대 위에서 한창 뜨거울 때 물었던 터라 신이화는 남편의 잘생김과 돈을 사랑하게 돼서라고 말했었다.
지금은…음. 만약 굳이 윤백야와 윤하균 중에 누가 더 잘생겼냐고 따진다면 윤백야는 좀 더 단단하게 잘생겼으나 윤하균은 선이 상대적으로 더 부드러운 편이라 어린 소년미를 풍기고 있었다. 그저 평소엔 소년보다는 좀 더 차갑긴 했지만 말이다.
집안이라면…윤백야의 뒷배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두터웠고 윤하균은…신이화는 그의 집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편이 아니었다. 그저 서정선은 의학원의 원장이고 윤하균의 외할아버지도 유명한 의학박사라는 것 정도였다. 윤하균의 아버지에 대해서라면…신이화는 만난 적이 없었고 그저 그의 아버지가 옆에 없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래서 집안 배경으로 따지자면 윤백야가 좀 더 높았다.
“당연히 남편이 더 잘생기고 돈도 더 많아서지.”
신이화는 그렇게 어물쩍 넘어갈 생각으로 윤백야를 향해 슬쩍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윤백야는 신이화를 향해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제대로 내 물음에 답해, 이 여자야.”
“걔네 엄마가 막았어, 집안사람들의 반대였지.”
“그래서, 아직도 사랑해?”
윤백야가 눈썹을 들썩이더니 신이화를 훑어보며 다시 물었다.
신이화는 시선을 창밖으로 옮겨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지나간 것들은 지나간 거지. 사랑하지 않아.”
그 말에 윤백야는 그대로 신이화의 얼굴을 돌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대로 신이화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폭풍 같은 소유욕이 진득하게 묻어 있어 평소와는 사뭇 다른 박력에 감히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이전의 윤백야와의 키스는 뜨거웠고 진득했다면 지금의 윤백야의 입맞춤은 조금 아프게 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신이화를 놓아줬고 그녀의 입술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윤백야는 조그맣게 숨을 헐떡이는 신이화를 바라보고 나서야 입가에 웃음을 내건 채 말했다.
“지금 네가 했던 말을 기억해야 할 거야. 지나간 것들을 사랑하지 마.”
“응! 난 우리 남편 사랑할 거야! 엄청 사랑해 여보!”
신이화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뻗어 윤백야를 안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신이화가 정신을 차리고 윤백야에게 물었다.
“근데 여보, 여보는 왜 날 찾으러 온 거였어? 무슨 일 있어?”
“오늘 밤, 나랑 윤 씨 가문 저택으로 가. 노인네가 윤 씨 가문 사람들 소집해서 밥을 먹자네?”
“아버님께서?”
신이화가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녀와 윤백야의 결혼은 비밀리에 진행된 터라 그저 윤 씨 가문의 사람들에게만 알린 채 당시에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었던 탓에 윤 씨 가문 어르신을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윤백야가 자신과 결혼을 한 것은 윤 씨 어르신의 마음을 놓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와 함께 윤 씨 가문의 회사 지분을 얻기 위해서 이기도 했다.
그들은 결혼 증명서를 복사해 어르신에게 보여주기까지 했다.
윤 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로 말하자면, 신이화는 그들도 만난 적이 없었다.
“누구누구 있어? 여보네 가족들 사람 많아? 나…여보 창피하게 만들지는 않겠지?”
이제 몇 달만 있으면 이혼할 건데, 가족 행사에 그녀는 빠질 수 없는지 슬쩍 떠보듯 물었다.
“그럴 리가. 우린 그저 얼굴만 비출 거라 그렇게 오랜 시간 있진 않을 거야.”
“아하, 그렇구나.”
신이화는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다시 물었다.
“그럼 여보, 아버님께선 평소에 가족 행사 같은 거 잘 안 하시다가 이번에 왜 갑자기 가족 행사를 여시는 거래? 가족들은 다 몇 명이야? 나 무슨 선물이라도 준비해야 하나.”
비록 윤백야는 윤 씨 노인네를 아버지라고 부르진 않았지만 신이화가 언급할 때엔 감히 노인네, 노인네 하면서 부르지는 못했다.
“선물은 필요 없어, 이미 준비하라고 지시했으니까. 넌 그냥 오늘 예쁘게 하고 가기만 하면 돼.”
그렇게 말하는 윤백야는 신이화를 코끝을 슬쩍 튕겼다. 그 손길에는 제법 애정이 담겨있었다.
신이화는 배시시 웃었다.
“여보, 아직 나한테 아버님이 이번에 가족 행사를 여시는 의도가 뭔지 얘기 안 해줬잖아.”
“나도 잘 몰라, 큰 형이 또 어느 형수님을 데리고 참석하겠지. 아니면 아버지가 드디어 어느 손자의 지위를 인정해 가족들에게 인사시키려는 것일 수도 있고.”
윤백야는 지나가듯 하는 말이었지만 신이화는 그 말에 혀를 내둘렀다.
역시…소설들은 다 현실적으로 쓰인 것이었어. 재벌들은 정말 보통 난잡한 게 아니야. 이렇게 들으니 수많은 에피소드가 전개될 것 같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