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11화 그래서, 아직 사랑해?

  • 신이화는 윤백야의 서슬 퍼런 기세를 느껴져 차에 올라타고 나서 한참을 아무 말도 않고 있다 차가 멀어지고 나서야 겨우 침을 꿀꺽 삼키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해명했다.
  • “내 전 남친이야.”
  • 윤백야가 바보도 아니고, 그가 반지를 찾아온 것만 봐도 그는 자연스레 둘의 관계를 알 수가 있었다.
  • 그는 고개를 들어 신이화를 흘깃 봤다.
  • “네 전 남친 보아하니 풍기는 분위기가 제법 괜찮은 걸 보면 집안도 꽤 괜찮을 텐데, 왜… 나랑 결혼한 거야?”
  • 윤백야가 신이화에게 이 문제를 진지하게 묻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 사실 예전에도, 윤백야가 이 문제에 대해 물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다 둘이 침대 위에서 한창 뜨거울 때 물었던 터라 신이화는 남편의 잘생김과 돈을 사랑하게 돼서라고 말했었다.
  • 지금은…음. 만약 굳이 윤백야와 윤하균 중에 누가 더 잘생겼냐고 따진다면 윤백야는 좀 더 단단하게 잘생겼으나 윤하균은 선이 상대적으로 더 부드러운 편이라 어린 소년미를 풍기고 있었다. 그저 평소엔 소년보다는 좀 더 차갑긴 했지만 말이다.
  • 집안이라면…윤백야의 뒷배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두터웠고 윤하균은…신이화는 그의 집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편이 아니었다. 그저 서정선은 의학원의 원장이고 윤하균의 외할아버지도 유명한 의학박사라는 것 정도였다. 윤하균의 아버지에 대해서라면…신이화는 만난 적이 없었고 그저 그의 아버지가 옆에 없다고만 생각했었다.
  • 그래서 집안 배경으로 따지자면 윤백야가 좀 더 높았다.
  • “당연히 남편이 더 잘생기고 돈도 더 많아서지.”
  • 신이화는 그렇게 어물쩍 넘어갈 생각으로 윤백야를 향해 슬쩍 미소를 지었다.
  • 하지만 윤백야는 신이화를 향해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 “제대로 내 물음에 답해, 이 여자야.”
  • “걔네 엄마가 막았어, 집안사람들의 반대였지.”
  • “그래서, 아직도 사랑해?”
  • 윤백야가 눈썹을 들썩이더니 신이화를 훑어보며 다시 물었다.
  • 신이화는 시선을 창밖으로 옮겨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지나간 것들은 지나간 거지. 사랑하지 않아.”
  • 그 말에 윤백야는 그대로 신이화의 얼굴을 돌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대로 신이화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폭풍 같은 소유욕이 진득하게 묻어 있어 평소와는 사뭇 다른 박력에 감히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 이전의 윤백야와의 키스는 뜨거웠고 진득했다면 지금의 윤백야의 입맞춤은 조금 아프게 했다.
  • 한참이 지나서야 신이화를 놓아줬고 그녀의 입술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 윤백야는 조그맣게 숨을 헐떡이는 신이화를 바라보고 나서야 입가에 웃음을 내건 채 말했다.
  • “지금 네가 했던 말을 기억해야 할 거야. 지나간 것들을 사랑하지 마.”
  • “응! 난 우리 남편 사랑할 거야! 엄청 사랑해 여보!”
  • 신이화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뻗어 윤백야를 안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신이화가 정신을 차리고 윤백야에게 물었다.
  • “근데 여보, 여보는 왜 날 찾으러 온 거였어? 무슨 일 있어?”
  • “오늘 밤, 나랑 윤 씨 가문 저택으로 가. 노인네가 윤 씨 가문 사람들 소집해서 밥을 먹자네?”
  • “아버님께서?”
  • 신이화가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녀와 윤백야의 결혼은 비밀리에 진행된 터라 그저 윤 씨 가문의 사람들에게만 알린 채 당시에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었던 탓에 윤 씨 가문 어르신을 본 적은 없었다.
  • 그러나 그녀는 윤백야가 자신과 결혼을 한 것은 윤 씨 어르신의 마음을 놓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와 함께 윤 씨 가문의 회사 지분을 얻기 위해서 이기도 했다.
  • 그들은 결혼 증명서를 복사해 어르신에게 보여주기까지 했다.
  • 윤 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로 말하자면, 신이화는 그들도 만난 적이 없었다.
  • “누구누구 있어? 여보네 가족들 사람 많아? 나…여보 창피하게 만들지는 않겠지?”
  • 이제 몇 달만 있으면 이혼할 건데, 가족 행사에 그녀는 빠질 수 없는지 슬쩍 떠보듯 물었다.
  • “그럴 리가. 우린 그저 얼굴만 비출 거라 그렇게 오랜 시간 있진 않을 거야.”
  • “아하, 그렇구나.”
  • 신이화는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다시 물었다.
  • “그럼 여보, 아버님께선 평소에 가족 행사 같은 거 잘 안 하시다가 이번에 왜 갑자기 가족 행사를 여시는 거래? 가족들은 다 몇 명이야? 나 무슨 선물이라도 준비해야 하나.”
  • 비록 윤백야는 윤 씨 노인네를 아버지라고 부르진 않았지만 신이화가 언급할 때엔 감히 노인네, 노인네 하면서 부르지는 못했다.
  • “선물은 필요 없어, 이미 준비하라고 지시했으니까. 넌 그냥 오늘 예쁘게 하고 가기만 하면 돼.”
  • 그렇게 말하는 윤백야는 신이화를 코끝을 슬쩍 튕겼다. 그 손길에는 제법 애정이 담겨있었다.
  • 신이화는 배시시 웃었다.
  • “여보, 아직 나한테 아버님이 이번에 가족 행사를 여시는 의도가 뭔지 얘기 안 해줬잖아.”
  • “나도 잘 몰라, 큰 형이 또 어느 형수님을 데리고 참석하겠지. 아니면 아버지가 드디어 어느 손자의 지위를 인정해 가족들에게 인사시키려는 것일 수도 있고.”
  • 윤백야는 지나가듯 하는 말이었지만 신이화는 그 말에 혀를 내둘렀다.
  • 역시…소설들은 다 현실적으로 쓰인 것이었어. 재벌들은 정말 보통 난잡한 게 아니야. 이렇게 들으니 수많은 에피소드가 전개될 것 같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