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15화 나에게 기회를 주는 동시에 너에게도 기회를 줄게

  • 그 입맞춤은 분노와 함께 조급하게 닿았고 신이화는 버둥거렸지만 상대방은 그녀를 단단히 제압하고 있었다.
  • 그의 몸에는 옅은 소독약 냄새에 햇살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 윤하균의 향이었다.
  • 신이화는 이를 단단히 악물었지만 상대방은 끝까지 집요하게 굴며 다급하게 그녀의 이를 벌려 그녀를 점하려고 했다.
  • 몇 번의 시도가 물거품이 됐고 신이화는 기회를 찾아 겨우 윤하균을 밀어냈다.
  • “윤하균, 너 미쳤어! 죽고 싶은 거야? 여기가 어디라고…”
  • 그녀는 그에게 지금 그 둘의 위치를 일깨워주려고 했다.
  • 하지만 윤하균은 두 눈에 분노의 열기를 가득 담은 채 신이화를 바라봤다.
  • “내가 보기엔 네가 미쳤어! 어떻게 윤백야와 결혼을 할 수가 있어! 그 사람을 사랑해?”
  • “맞아, 나 그 사람 사랑해.”
  • 신이화는 윤하균을 바라봤다. 눈앞의 남자는 흥분으로 인해 말하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비록 그가 있는 힘껏 숨기려고 해도, 신이화는 여전히 그의 눈 안에서 눈물이 반짝이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 그는 지금 최선을 다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분노의 눈물마저도 함께 말이다.
  • 신이화는 한 번도 윤하균이 이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예전의 윤하균은 기분이 좋을 때엔 햇살 같았고 기분이 안 좋을 땐 오만한 겨울바람 같았었다.
  • 그는 늘 자신의 감정을 잘 제어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대부분의 경우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 있었다.
  • 더욱이 눈물이라니.
  • 윤하균이 울 리가 없었다. 신이화와 그가 일찍이 대학을 다닐 때, 일반 커플들처럼 그렇게 싸울 때면 신이화는 싸우다 싸우다 결국 눈물을 터트렸지만 윤하균은 늘 거기서 이성적으로 그녀에게 논리를 펼치던 사람이었다.
  • 이 순간의 윤하균의 눈빛은 신이화의 가슴에 들어박혔다.
  • 그녀는 입술을 꾹 깨문 채 고개를 돌려 윤하균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 “넌 그 사람 사랑해도 그 사람은 아니야. 너 설마 손청아라는 여자의 존재를 모르는 건 아니겠지?”
  • 윤하균이 신이화를 향해 말했다.
  • 신이화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 윤하균은 또다시 한 걸음 다가가며 손을 뻗어 신이화를 안았다. 그저 이번에는 말투가 조금 누그러진 채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 “이화야, 이 몇 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난 몰라, 대체 왜 윤백야와 결혼을 한 건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난 네가 분명히 그 사람을 사랑해서는 아닌 걸 알아.”
  • “나에게 기회를 줘, 너에게도 기회를 줄게. 내 곁으로 돌아와.”
  • 신이화의 온몸이 다 굳어 덜덜 떨렸다.
  • 그녀는 자신의 이 마저도 떨리고 있음이 느껴졌다.
  • 만약 윤하균의 눈물을 보지만 않았다면 그녀는 감히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다고 확신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짐작이 안 됐다.
  • 남자의 익숙한 호흡이 그녀의 목에 닿았고 이 남자의 품은 그녀로 하여금 미련을 갖게 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남자의 사랑은…
  • 윤하균은 신이화를 사랑했었다. 심지어, 윤하균이 출국하기 전까지 그들의 사랑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 만약 서정선이 파놓은 함정이 없었더라면, 만약 그런 일들이 없었더라면 그녀는 분명히 아직도 윤하균의 곁에 있었을 것이었다.
  • “이화야. 난 널 사랑해. 난 네가 없으면 안 돼. 나랑 같이 가자. 난 윤 씨 가문에 안 돌아가도 되고, 윤 씨 가문 장손의 신분 따위 필요 없어.”
  • 그 말은 그녀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 신이화의 눈물이 저도 모르게 흘러넘쳤다.
  • 그녀는 정말 윤하균을 사랑했었다. 이런 말들은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윤하균은 신이화를 한참을 안고 있었고 신이화가 반항하지 않자 그제서야 신이화의 몸을 돌려세웠고 그제서야 그는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는 신이화를 바라봤다.
  • 그는 황급히 손을 뻗어 신이화의 눈물을 닦아내렸고 이내 그녀의 눈물에 입을 맞췄다.
  • 신이화는 윤하균을 밀어내는 것을 잊었다.
  • 그리고 그녀는 윤백야가 그저 차 키를 가지러 간 터라 이내 출구로 나온 것도 잊었다.
  • 신이화는 저 멀리에서 윤백야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눈빛에 가득 담긴 감정은 그 끝을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