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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아이를 낳아

  • 윤백야의 유럽 사업본부 발표 회의는 장장 다섯 시간이나 지속됐다. 회의가 끝났을 때엔 이미 저녁시간이었다.
  • 신이화는 계속 윤백야가 나오길 기다렸고 윤백야가 회의실에서 사무실에 도착해 문을 닫는 그 순간 신이화는 입에 물을 머금은 채 윤백야에게 입으로 먹여줬다.
  • 물을 넘긴 그 순간 윤백야는 그 틈을 타 이 입맞춤에 깊이를 더했다.
  • 신이화도 그에게 맞춰 안 그래도 부드럽던 몸은 윤백야의 품에서 더더욱 매혹적인 향취를 풍겼다.
  • 윤백야는 신이화에게 짙게 입을 맞추며 자연스럽게 신이화를 자신의 사무실 소파에 앉혔고 그의 손은 이미 셔츠 안 깊숙이 파고들어 그녀의 속옷을 풀었다.
  • 그리고 막 치마를 벗기려는데 신이화가 대뜸 윤백야를 막아섰다.
  • “여보, 안돼… 안전한 날도 아니고, 콘돔도 없고, 약도 마침 다 먹었어.”
  • “낳아.”
  • 윤백야는 눈썹을 들썩이며 그윽한 눈빛으로 신이화를 바라봤다.
  • 그러나 신이화는 이미 윤백야의 아래에서 빠져나와 스스로 속옷을 채우며 말했다.
  • “집에 가자, 집엔 다 있어.”
  • 그 말을 한 그녀는 정수기 앞으로 가 물을 한 잔 받았고, 윤백야는 그런 신이화를 뒷모습을 훑어보며 말했다.
  • “신이화, 내 아이를 낳고 싶어?”
  • 물을 마시던 신이화는 다 마시지도 못하고 하마터면 뱉어낼 뻔했다. 겨우 진정시킨 그녀가 말했다.
  • “여보, 내가 당신 아이를 낳으면 누가 키워? 지금은 3월이고, 아무리 빨리 임신을 해봤자 12월에야 낳을 텐데, 난 싱글맘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아.”
  • 그들의 계약대로 라면 5개월 후, 그들은 이혼을 한다.
  • “좋아. 집으로 가.”
  • 신이화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윤백야에게 입을 다시 한번 맞추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섰다.
  • 그러나 윤백야는 그런 여자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 다른 여자들은 만약 윤백야의 아이를 낳을 기회가 생긴다면 낳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윤백야를 단단히 잡을 수 있어 앞으로의 생활에 걱정이 없었다.
  • 그러나 저 여자는 그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를 떠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아쉬움도 없어 보였다.
  • 그가 계약 기한이 다 되면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부터 신이화는 거의 아무런 이상반응도 없이 늘 그렇듯 매일 그의 일을 준비했고 그의 생활을 보살폈다.
  • 그리고 그런 그녀의 행동은 윤백야로 하여금 자신의 매력을 의심하게 만들었다…이 여자가 자신과 함께 사는 건, 정말 그저 돈 때문인 건가?
  • “여보, 가자.”
  • 신이화는 윤백야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는 다시 몸을 돌려 재촉했고, 그리고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였고, 여자였다. 맑은 목소리가 옥구슬 같아 휴대폰 너머에 있었지만 신이화는 저 편의 여자는 분명 우아하고 청아한 여자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 그 여자가 말을 건넸다.
  • “여보세요? 백야의 비서 맞죠? 오후에 백야에게 전화를 했었는데 계속 안 받더라고요. 죄송한데 전화 좀 달라고 전해줄래요?”
  • “알겠습니다, 메모해놓도록 하죠,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 신이화는 얼른 사무적인 말투로 변해 물었다.
  • 전화 저 편의 여자가 가볍게 말했다.
  • “전 손, 손청아 라고 해요.”
  •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신이화는 저도 모르게 휴대폰을 쥔 손에 조금 힘을 주었다. 그녀는 대답을 하는 것도 잊고 그저 마음속으로 그 이름을 끊임없이 반복했다…손…손청아.
  • 맞은편에서는 한참이나 신이화의 대답이 없자 다시 신이화에게 말을 건넸다.
  • “저기요…”
  • 신이화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 “네, 알겠습니다. 메모해 두었으니 반드시 윤 대표님께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그 말을 하곤 전화가 끊겼고 신이화의 얼굴에는 더 이상 아무 표정도 걸려있지 않았다.
  • 처음부터 그녀는 윤백야와의 결혼이 어떤 성질을 띠고 있는지 알고 있었고 시간이 되면 떠날 준비도 다 해놨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 언제든지 발을 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손청아의 이름을 듣고는 그녀도 더 이상 평온할 수는 없었다.
  • “왜 그래? 가자, 집에.”
  • 그리고 그때 윤백야가 사무실에서 나와 신이화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신이화를 안은 채 밖으로 향했다.
  • 신이화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 “백야, 휴대폰 배터리 없어서 꺼진 거 아니야? 방금 어떤 아가씨가 전화 와서는 당신이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하던데, 다시 전화해달라고.”
  • “어느 아가씨, 안 중요해. 난 지금 신이화 씨 밖에 몰라.”
  • 윤백야는 신이화를 안은 채 엘리베이터에 타 지하 차고로 향해 차를 빼왔다. 막 떠나려고 할 때 신이화는 이를 한번 악물고는 다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건넸다.
  • “손청아라는 아가씨인데, 여보 확실히 전화 안 해도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