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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고개 들어, 나 봐

  • 신이화는 고개를 들어 윤하균을 보지 않은 채 그저 있는 힘껏 자신의 손을 빼내려고 했다.
  •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병원에서 그녀는 주목을 받고 싶진 않았다.
  • 그러나 그녀를 잡고 있는 윤하균의 힘이 너무 강해 손을 빼내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점점 에워싸는 사람이 많아지자 윤하균은 거의 제일 빠른 속도로 곧장 신이화를 품에 단단히 안은 채 그대로 엘리베이터 옆의 휴게실로 들어섰다.
  • 당시, 부원장이 윤하균의 옆에 있었고 얼른 들어가 원래 휴게실에서 쉬고 있던 의료진들을 쫓아내며 문을 닫아 그 방에 오직 윤하균과 신이화만 남을 수 있게 했다.
  • “고개 들어, 나 봐!”
  • 그렇게 말하는 윤하균의 말투에는 분노가 실린 채 신이화에게 명령을 했다.
  • 하지만 그녀는 옷자락만을 꽉 쥐고 있었다. 그녀는 긴장만 하면 그랬다. 한참이 지나도 신이화가 반응하지 않자 윤하균은 그대로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잡은 채 억지로 시선을 맞췄다.
  • 신이화는 윤하균을 바라봤다. 이 남자…이 얼굴…예전에 잠 못 들던 수많은 나날들을 보낼 때 그 얼굴은 그렇게 불쑥불쑥 찾아들곤 했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미워했으며 나중에 그녀는 윤백야와 쇼를 하면서 천천히 그를 잊었다고, 내려놨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이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틀렸음을 알았다.
  • 그녀는 억지로 윤하균의 손을 밀쳐내며 시선을 거두고는 조롱하듯 입을 열어 외쳤다.
  • “윤 박사님.”
  • 윤하균은 웃기다는 얼굴로 신이화를 바라보며 몰아붙였다.
  • “왜 날 안 기다렸어?”
  • 그 말에 신이화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진지한 얼굴로 윤하균을 바라봤다.
  • “누가 안 기다렸는데? 누가 먼저 미국으로 갔는데?”
  • “그날 왜 나타나지 않았어?”
  • 윤하균은 또다시 물었다. 그는 화가 난 탓에 두 눈에 불길이 일렁이고 있었다.
  • 그러나 신이화는 자신의 감정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 왜 안 나타났냐고? 나타나고 싶었지만…그녀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 왜 그를 안 기다렸냐니.
  • 먼저 떠난 건 분명 그였다.
  • 당시 그녀가 그와 함께 있으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그녀는 그를 얼마나 사랑했던가…
  • 그러나 지금의 신이화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와서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다고? 게다가 윤하균의 엄마에게 호소했을 때 어떻게 쏟아지는 빗속에서 진실을 들었는지, 그 이후 또 어떻게 그녀를 의학계에서 몰아냈는지에 대해서, 그녀는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 의미가 없었다, 말하면 또 어떤가. 의학계에서의 잘나가던 미래는 누가 돌려줄 수 있는 건가? 그녀의 희망 가득하던 삶은 또 누가 돌려준단 말인가? 그녀의 하늘은 또 누가 돌려준단 말인가?
  • “내가 나타나든 말든 아무런 의미도 없어.”
  • 신이화는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고는 시간을 확인했다.
  • “지금은 저녁 7시 50분이야, 10분 후면 윤 박사님께서는 강연이 있으시네. 얼른 가서 준비하지그래?”
  •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떠났다.
  • 그저 문이 열리던 순간, 등 뒤의 윤하균이 입을 열어 말을 건넸다.
  • “내가 미국에 있었을 때 전공했던 것은 뇌신경 재생 쪽이었어. 넌 내가 왜 이쪽을 선택했는지 알아?”
  • 손잡이에 손을 올린 신이화가 잠시 멈칫했다.
  • 그쪽 방면은, 신이화가 늘 배우고 싶었던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 방면에 대해 공부해야만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를 깨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그쪽 방면의 전도가 유망해서겠죠, 윤 박사님. 좋은 연구 방향이야, 앞으로 분명히 많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겠어.”
  • 그 말을 마친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나갔다.
  • 망할.
  • 병원을 나선 신이화는 그제서야 하늘에서 언제부터인지 모를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비가 제일 싫었다, 그 비가 내리던 밤이 싫었다.
  • 그녀는 분풀이할 장소를 찾고 싶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결국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차를 잡아타 윤백야의 별장으로 향했다.
  • 역시, 집에 돌아오니 윤백야가 돌아오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