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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진짜 사랑을 만나다

  • 손청아라는 이름을 들은 윤백야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고 이내 빠르게 휴대폰을 차 안에서 충전하는 동시에 신이화의 휴대폰을 가져가 차에서 내려 전화를 걸었다.
  • 그러다 윤백야가 돌아와서는 신이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 “당신 바래다주라고 기사에게 일러줄게. 나 일이 좀 생겼어.”
  • “여보는 일부러 날 집에 안 바래다줘도 돼, 여보가 어떤 아가씨를 만나든 다 괜찮아. 너도 알잖아, 나 신경 안 써.”
  • 신이화는 아주 가볍게 털털한 말투로 말했다.
  • “마침, 나 혼자 쇼핑이나 하지 뭐, 가서 좀 놀면서 기분이나 좀 전환하고.”
  • 말을 하던 신이화는 주도적으로 차에서 내려 윤백야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 “여보, 잘 가.”
  • 이내 하이힐을 또각또각 밟으며 출구 쪽으로 향했다.
  • 윤백야는 그윽한 눈빛으로 멀어져 가는 신이화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그의 휴대폰이 켜지며 열 개의 부재중 전화가 다 같은 사람에게서 온 것임을 확인하고는 그제서야 차에 시동을 걸고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 신이화는 쇼핑하러 가지 않았고 그녀는 택시를 잡아타 제일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곧장 중환자실로 향했고 병실 창문 너머로 머리가 하얗게 센 채 잠에 든듯한 여자가 보였다.
  • “들어가서 보지 그래?”
  • 신이화가 한참을 그 앞에 서 있었을 때, 문 앞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신이화가 몸을 돌려 바라보자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소아과 의사, 간미영이 보였다.
  • “됐어, 들어가서 뭐 하게. 몇 년째 똑같은데.”
  • 간미영이 쓰게 웃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껍질을 까 신이화에게 건네주며 위로했다.
  • “그래도 뇌의 98%가 이미 망가진 상태에서 심장은 여전히 뛰는 데다 나머지 2%의 뇌는 매년 성장을 거듭한다는 건 이미 의학적으로는 기적이나 마찬가지야.”
  • 신이화는 간미영의 장난에 얼굴에 슬쩍 미소를 띠며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
  • “고맙네요, 절친님. 매번 내가 제일 속상할 때 일말의 희망을 주셔서요.”
  • 간미영은 되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었다.
  • 신이화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신이화의 어머니를 바라보다 마치 그제서야 떠오른 것이 있다는 듯 정색한 얼굴로 신이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 “너 이따 밤에 아무 일도 없지?”
  • “없어, 나 좀 있다가 너랑 같이 집에 가서 신은빛 볼게.”
  • “아이 얘기가 아니라.”
  • 간미영은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듯 입술을 깨물다 겨우 말을 이었다.
  • “은빛이는 집에서 얌전히 잘 있어, 네가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말하려던 건, 오늘 밤 병원에 중요한 심뇌 관련 강연이 있는데 가서 들어보지 않겠냐는 것이었어. 어쩌면 너희 어머니의 회복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 미국에서 온 의학 천재라던데.”
  • “그래, 몇 시에 시작하는 데? 어차피 나 오늘 별일 없어.”
  • 신이화는 자신의 어미니의 회복에 관한 일에는 늘 마음을 쓰고 있었다. 게다가 오늘…윤백야가 손청아를 만났다면, 진정한 사랑을 만난 것일 테니 오늘 밤 집에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100%에 가까웠다.
  • “근데…저기 이화야.”
  • 간미영이 다시 망설였다.
  • “그 의학 전문가 이름이 윤하균이야.”
  • 윤하균…
  • 신이화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한참이나 간미영의 말에 대꾸하지 못했다. 그러다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신이화가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했다.
  • “윤하균이 전문가면, 안 듣고 말래. 걔…그때 같이 연구할 때, 나보다 똑똑하지도 않았어. 걔가 무슨 전문가야.”
  • “저기, 미영아. 나 갑자기 일이 있던 게 생각났네, 나 먼저 가볼게. 신은빛은 오늘 못 보러 가겠다.”
  • 신이화는 조금 황급한 걸음으로 밖으로 향했다.
  • 그녀의 걸음은 빨랐고, 급했다. 마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윤하균과 만날 것처럼 말이다.
  • 그러나 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막 밖으로 뛰려는데 한 사람의 품에 부딪쳤다.
  • 그 사람의 얼굴은 마치 신이 곱게 빚은 듯 정교했고 하얀 가운을 입은 모습이 지적이면서도 일종의 거리감을 뒀다. 특히 그의 그 눈은 차가우면서도 청아하게 맑았다.
  • 신이화는 흘깃 보더니 얼른 고개를 숙여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그러나 그 사람은 그녀의 뒤에서 덥석 그녀의 손을 잡아챘다.
  • “이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