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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입술이 닿았다

  • 윤백야는 눈앞의 신이화를 바라봤다. 비록 그녀의 얼굴은 일할 때처럼 여전히 평온했지만 그녀의 눈빛은 그녀를 낱낱이 까발렸다.
  • 그녀의 마음속은 여전히 뒤숭숭했다. 이 여자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뒤숭숭한 건지 윤백야는 몰랐지만 그녀의 그런 당황하는 모습은 그의 마음을 조금 흔들어놓았다.
  • 그는 신이화에게 다가서며 신이화를 한 품에 안으며 말했다.
  • “걱정 마, 내가 있잖아.”
  • 그 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 “됐어, 이제 내려가자. 나만 믿어.”
  • 신이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더 이상 윤백야의 앞에서 얌전한 척 여보라고 부를 수가 없었다. 그녀의 손은 윤백야의 손에 단단히 잡혀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손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윤 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이미 식탁에 둘러앉기 시작했다.
  • 윤우혁은 신이화와 윤백야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손을 뻗어 서정선과 윤하균을 향해 소개를 했다.
  • “정선아, 방금 우리 집의 다른 가족들은 다 소개했지, 이건 내 동생, 윤백야. 그 옆에 있는 건 제수 씨, 이름이…”
  • 뻔하지만, 윤우혁은 신이화의 이름을 까먹은 게 분명했다.
  • 윤백야가 대신 말해줬다.
  • “신이화.”
  • “그래, 맞아. 신이화…신이화.”
  • 신이화가 고개를 들어 서정선을 바라보며 모르는 척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비록 그녀는 자연스러운 척 연기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윤하균의 시선을 직시할 수는 없었다.
  • “여긴 새 형수, 서정선이라고 하고 여긴 내 아들, 윤하균이야.”
  • 그 말을 하는 윤우혁은 제법 우쭐한 모습이었다.
  • 윤백야는 그저 그 둘을 향해 고개를 까닥이고는 이내 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 어르신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 터라 이 가족 식사는 각별히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 그러나, 윤백야는 어떻게 된 일인지 오늘은 되려 신이화에게 유달리 관심을 많이 주고 있었다. 평소엔 늘 신이화가 윤백야에게 새우 껍집을 벗겨주고 음식을 집어줬었는데 오늘의 윤백야는 평소와 다르게 부지런했다.
  • 그러다 식사가 끝나자 어르신은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휴식을 취했다.
  • 신이화도 얼른 기회를 찾아 밖으로 나가 바람을 좀 쐬려고 정원으로 향했다.
  • 그러나 그녀가 막 정원에 도착하는데 등 뒤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신이화, 내가 정말 널 많이 얕봤구나. 윤 씨 가문에 시집올 능력도 있고 말이야.”
  • 몸을 돌린 신이화는 서정선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고는 슬쩍 미소를 띤 채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 “별말씀을요. 서 원장님께서 제게 기회를 주셔서 고마울 따름인걸요. 만약 원장님께서 당시에 저와 하균이를 갈라놓고 절 의학계에서 내쫓지만 않았다면 제가 어떻게 백야를 만났겠어요.”
  • “흥.”
  • 서정선이 코웃음을 치며 업신여기듯 신이화를 바라봤다.
  • “그래서, 넌 결국 남자를 통해서 위로 기어오르려는 여자일 뿐인 거지. 당시에 하균이에게도 그런 못된 속셈으로 접근한 거고.”
  • 신이화는 화를 내는 대신 서정선을 향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 “만약 윤백야와 결혼을 해 위로 기어오르려는 거면 그럼 서 원장님께서 윤우혁 씨에게 시집온 건요? 못된 속셈으로 그러신 건가요?”
  • 그 말은 철저하게 서정선의 화를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게 했고 그녀는 곧장 손을 들어 신이화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 그러나 신이화는 그런 서정선의 손을 잡아채고는 그대로 뿌리쳤다.
  • “비록 서 원장님께서는 제 형님이시지만 제가 서 원장님보다 더 빨리 이 윤 씨 가문의 문턱을 넘어서요. 서 원장님, 자중 좀 하시는 게?”
  • 그 말을 마친 신이화가 고개를 들었을 때 마침 멀지 않은 작은 정자에 윤백야가 기둥에 기댄 채 흥미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 그녀는 황급히 배시시 웃는 얼굴을 한 채 윤백야 쪽으로 향하며 그의 품에 안겼다.
  • “여보, 언제 왔어? 내가 한 말들 다 들은 거야?”
  • “내가 모르길 바란다면, 모른 척해 줄 수도 있고.”
  • 윤백야의 눈엔 관대함으로 그득했다.
  • “상관없어!”
  • 신이화가 웃으며 말했다.
  • “그럼 여보, 우리 아직 일이 더 남았어? 이제 집으로 가면 안 돼?”
  • 그녀는 더 이상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혹여나 윤하균이 나올 수도 있으니.
  • “들어가서 키 챙겨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집으로 가자.”
  • 윤백야는 미소를 지으며 신이화에게 말하고는 이내 몸을 돌려 방으로 향했다.
  • 신이화는 정자에서 윤백야를 기다리고 있었고 서정선도 방금 윤백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미 씩씩 거리며 방으로 향한지 오래였다.
  •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고 잔뜩 곤두서있던 신이화도 조금 풀어졌다.
  • 그러나 그때, 순간 한 남자가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고.
  • 그녀가 미처 반응을 하기도 전에 상대방의 입술이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