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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내 남편을 사랑해

  • 신이화는 윤하균을 쳐다봤다. 방금 그 말을 윤하균은 거의 외치듯이 질러댔다. 그 덕에 그녀는 깜짝 놀라 순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라 했다.
  • 그러다 차가 한 주얼리 숍에 멈추어 윤하균이 차에서 내려서야 신이화는 정신을 차렸다.
  •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윤하균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다시 말했다.
  • “우린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
  • “왜 돌이킬 수가 없는데?”
  • 신이화를 바라보는 윤하균의 눈에는 냉혹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 신이화는 입술을 꾹 깨문 채 고개를 숙였고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이었다.
  • “왜냐하면, 난 내 남편을 사랑해.”
  • 그녀는 그저 이런 이유로 윤하균에게 변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윤하균에 대해 그녀에겐 증오뿐만 아니라 젊은 시절의 연애 감정도 아직 남아있었다.
  • 서정선은 서정선이었고 윤하균은 윤하균이었다. 그녀는 서정선이 미웠지만 그렇다고 윤하균을 그 중간에서 어쩌지 못하는 처지로 밀어 넣고 싶지는 않았다.
  • 이후에 그녀와 서정선의 원한은 그녀가 해결해야 할 일이었고 윤하균이 자신의 어머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윤하균의 일이었다.
  • 신이화가 그 말을 하자 윤하균의 눈이 점점 더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거의 신이화에게 그 뒤의 말을 이을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곧장 그녀를 이끌고 주얼리 숍으로 들어갔다.
  • “여기 제일 비싼 반지 백 개 꺼내주세요.”
  • 마치 강탈이라도 하는 듯한 말투라 윤하균이 지금 입고 있는 옷차림과 특유의 분위기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직원들은 벌써 신고를 했을 지도 몰랐다.
  • 신이화는 버둥거리며 자신의 손을 윤하균의 손에서 빼내려고 애쓰며 직원을 향해 말했다.
  • “그럴 필요 없어요, 저 반지 안 골라요.”
  • “골라. 네 반지는 이미 내가 버렸으니까 내가 보상해 줄게.”
  • 윤하균은 애초에 신이화를 보낼 생각도 없어 억지로 그녀를 이곳에 붙들고 있었다.
  • 신이화는 반지를 향해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녀가 반지를 가지고 싶을 리가? 반지가 뭘 의미한다고?
  • 그녀는 그와 결혼을 하고 싶었었다. 하지만 지금…그녀는 아무것도 가질 수도, 갖고 싶지도 않았다.
  • 윤하균은 신이화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더니 자신이 직접 직원에게 반지를 하나 골라 신이화에게 건네주며 신이화에게 착용해보라고 했다.
  • 이 반지는 다이아몬드가 제일 큰 것이 아니었지만 디자인이 제일 세련된 것이었다.
  • 윤하균의 마음속의 신이화는 이런 분위기였다, 똑똑하고 슬기로운 여자.
  • 하지만 신이화는 그저 그 반지를 한번 흘깃 보더니 직원에게 넣어두라고 하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
  • 또다시 윤하균이 신이화를 막아섰다.
  • “왜, 이 반지가 마음에 안 들어?”
  • 신이화가 윤하균을 흘깃 바라봤다.
  • “더 이상 소란 피우지 마, 재미없어.”
  • “왜 재미없어? 넌 네 남편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 말 난 전혀 믿지 않아.”
  • 윤하균이 신이화의 몸을 돌려 신이화를 바라봤다.
  • “난 널 잘 알아, 넌 날 제외하고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어.”
  • “사모님.”
  • 그리고 그때, 대답을 하지 않는 신이화의 뒤로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 신이화는 그 목소리가 백야의 기사의 목소리임을 알아채고는 윤백야가 온 줄 알고 황급히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저 윤백야의 기사만이 보였다.
  • 그는 천천히 신이화의 앞으로 다가가 반지 하나를 신이화에게 건네줬다. 바로 잃어버린 그 반지였다.
  • “대표님께서 더는 잃어버리지 마시라고 전하라셨습니다. 비록 반지는 얼마 안 하지만 두 분 감정은 값지다면서요.”
  • 윤백야가 오지는 않았지만 기사가 전하는 말에는 사실 윤백야가 처음부터 그와 윤하균의 일을 다 보고 있었다는 뜻이 숨겨져 있었다.
  • 그 말을 전한 기사는 이내 몸을 돌려 자리를 떴고 신이화도 윤하균이 방심한 틈에 얼른 따라 밖으로 나갔다.
  • 윤하균도 자연스레 그 뒤를 따랐다.
  • 문밖, 마이바흐가 멀지 않은 곳에 우직하게 세워져있었고, 신이화는 빠르게 윤백야 쪽으로 다가갔다. 윤백야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있었다.
  • 신이화가 아직 차 문을 열기도 전에 윤하균이 곧장 다가와 차 창문을 두드리며 안에 있는 사람을 향해 말했다.
  • “내려.”
  • “그만해!”
  • 신이화는 그렇게 말하며 곧장 맞은편으로 돌아가 차에 올라탔다.
  • 기사는 윤하균을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차에 올랐다.
  • 차 안, 윤하균의 얼굴은 시리도록 차가운 냉기를 풍기고 있었고 그는 차 창문을 내릴 생각이 추호도 없이 그대로 기사에게 말했다.
  • “시동 걸어,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