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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계약 결혼

어차피 계약 결혼

김치맛탄산수

Last update: 2022-08-11

제1화 누구의 자식일지 누가 알아

  • 번쩍이는 번개와 함께 비가 쏟아지듯 내리 부어졌다.
  • “서 원장님, 제발요. 제발 하균이 만나게 해주세요.”
  • 신이화는 고집스레 차 창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 “제발 한 번만요, 저와 하균이는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요. 하균이가 이렇게 말도 없이 떠났을 리가 없어요.”
  • 한참이 지나 신이화의 몸이 빗물에 완전히 젖어들었을 때쯤, 차 창문이 열렸다.
  • 한 여자가 미간을 찌푸린 채 신이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 “하균이는 이미 미국으로 갔다, 그러니 더 귀찮게 굴지 말도록 하렴.”
  • “그럴 리가요.”
  • 신이화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 “어떻게… 하균이가 절 혼자 버리고 미국으로 갔을 리가 없어요.”
  •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신이화는 서정선의 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그저 자신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억지웃음을 쥐어 짜내는 수밖에 없었다.
  • “그럼…서 원장님, 부탁드릴게요. 하균이 미국 주소 좀 알려주세요, 제가 찾아가 볼게요.”
  • 그녀는 그를 만나야 했다. 그에게 반드시 알려줘야 할 중요한 얘기가 있었다!
  • “하균이는 널 보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떠난 거야. 그러니 괜한 힘 빼지 마.”
  • 말을 마친 여자는 차 창문을 올리곤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명령했다.
  • 신이화는 천천히 떠나가는 차를 바라봤다. 하지만 결국 그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 대체 하균과 그녀의 사이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왜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출국해버린 걸까.
  • 그들은 함께 약속도 했었다.
  • 4년의 시간을 함께 하면서 지난달에는 그에게 완전히 자신을 주기도 했었다. 그들은 함께 출국하기로 약속했고, 함께 그의 어머니를 설득해 고정관념을 깨고 그녀를 받아들일 수 있게 노력하기로 했었다.
  • 그런데 어떻게…
  • 곰곰이 생각하던 신이화는 얼굴의 빗물을 닦아내고는 막 달리기 시작한 차를 막아서기 위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 급한 그녀를 보자 차는 다시금 멈춰 섰다.
  • 차 안의 여자는 다시금 차 창문을 내려 차가운 눈빛으로 신이화를 바라봤다.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어투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 “얼른 가렴, 더 이상 우리 집 하균이를 귀찮게 하지 말고.”
  • “서 원장님, 계속 하균이와 제가 만나는 걸 반대하신 걸 알고 있어요, 제발 부탁이에요…”
  • 신이화는 이를 악물었다. 두 눈에는 이미 눈물로 범벅이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는 겨우 여자를 향해 애원했다.
  • “제발요. 제 배에 하균이의 애도 있는데, 제발 한 번만 만나게 해주세요.”
  • “애?”
  • 여자가 코웃음을 쳤다.
  • “하균이는 널 건드린 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게 우리 하균이의 애니.”
  • “그…원장님 생일에 에이스 호텔로 초대했던 그 날 일이에요.”
  • 비록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신이화는 이를 악물고는 말을 꺼냈다.
  • 그날은, 서정선의 생일이었다. 하균은 학교의 일로 좀 늦어 그녀가 먼저 갔었다.
  • 그전까지 서정선은 늘 그녀를 본 척도 안 했었는데 유독 그때에는 그녀에게 유달리 친절하게 굴었다. 그런 서정선의 권유에 그녀는 하는 수 없이 건네는 술을 족족 받아 마시다 결국 만취했었다.
  • 그 이후, 서정선은 그녀에게 호텔 룸을 준비했고, 그날 밤 하균이 왔었다.
  • 그리고 그들은 관계를 했었다.
  • 그녀는 그것이 하균과 그녀의 관계에서의 전환점이 되어 서정선도 천천히 그녀를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다.
  • 하지만 이렇게 될 줄은…
  • 그 이후, 서정선은 먼저 그녀가 하고 있던 학교에서의 연구 항목을 취소했고 또 하균을 그녀와 떨어트려놓았다.
  • “그날 밤. 아, 그날 밤? 네가 취해서 어디 누구의 씨인지도 모를 것을 배었겠지. 그날 하균이는 실험실에 계속 있었어. 에이스 호텔에는 가지도 않았다고. 못 믿겠으면, 가서 CCTV 돌려 보든가.”
  • “네?”
  • 그 말을 들은 신이화는 정신이 다 멍해졌다. 그저 다시 제대로 물으려는데 서정선의 차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았고, 쏟아지는 빗물은 그녀의 눈물을 씻겨주었다.
  • 이튿날, 병원에서 깨어난 신이화는 학교에서의 통지를 받았다. 바로 신이화가 일전에 연구하던 항목 중의 수치가 조작되어 연구하던 신약이 일정대로 시장에 투입되지 못하는 큰 사건이 벌어져 결국 제명되었다고 말이다.
  • 신이화가 학교로 달려가 따지려고 들 때, 그제서야 그 수치들은 서정선의 손을 통해 제출됐었던 것이 생각났다.
  • 그녀에게 증거라고는 없었다.
  • 이런 일이 한번 발생하고 나면, 그녀는 앞으로 다시는 신약 개발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 이 업계에서 지낼 수도 없었다.
  • 망했다…철저히 망했다.
  • 신이화가 비틀거리며 거리를 거니는데 순간 차 한 대가 빠르게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 “사람이 치였어!”
  • 누군가가 크게 외쳤고, 그녀는 그저 온몸이 아프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