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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신속하게 움직이다

  • 다음 날 아침, 오전에 수업이 없기에 그는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몸에 밴 썩은 냄새가 드디어 씻겼다. 그는 거시경제학 논문을 써야 하기에 정리하고 도서관으로 걸어갔다.
  • 도서관에는 사람이 많았다. 모든 학생은 양우와 이봄처럼 학교에서 생각 없이 나날을 보내다가 돈으로 시험을 넘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진명은 마음을 다잡고 자신의 숙제를 시작했지만, 서류를 참고해야 하기에 갔다 왔다 서류를 찾으러 다녔다.
  • 몇 번 갔다 왔다 했더니 자신의 자리에 예쁜 케익이 놓여 있었다.
  • 진명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자신을 훔쳐보는 사람이 없었다.
  • 누가 이렇게 비싼 케익을 자신한테 선물할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 진명은 속으로 생각했다.
  • “안현미가 사준 건가? 어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오늘 나한테 무슨 일이 있나?”
  • 아침을 먹지 않은 진명은 자신의 자리에 케익이 있는 것을 보고 시름 놓고 먹기 시작했다. 케익은 적당하게 달콤했고 적당하게 느끼했으며 식감이 최고였다.
  • 진명은 몇 입 먹었더니 케익을 모두 먹어버렸다. 낭비하지 않으려고 그는 플라스틱 접시를 들고 핥기 시작했다.
  • 갑자기 키가 크고 예쁘게 생긴 긴 생머리 여학생이 걸어오더니 속상해서 소리쳤다.
  • “어머! 나의 케익! 너 누구야? 왜 내 케익을 훔쳐먹어?”
  • “뭐?”
  • 진명은 다른 사람이 선물해 준 것이 아닌 것을 알고 움찔했다.
  • 여학생은 화가 치솟아 진명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 “아직도 핥고 있어? 너 얼마나 가난했으면 다른 사람의 것을 훔쳐먹어? 너처럼 격이 없는 사람 처음 봐!”
  • 진명은 난감해서 급히 설명했다.
  • “아니, 저기, 학생 오해야. 솔직히 나....”
  •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학생이 갑자기 비꼬면서 말했다.
  • “솔직히 가난해서 아침을 먹을 돈도 없지? 그래서 케익을 보니 훔쳐먹고 싶었지? 그런 거지?”
  • 진명은 눈썹을 치켜들고 그 학생을 보더니 같은 반의 조범균이었다.
  • 조범균은 재벌 2세였고 양우와 사이가 좋았다.
  • 그는 항상 진명을 무시하였고 어제 진명한테서 썩은 냄새가 난다고 할 때 조범균이 제일 즐겁게 웃었다.
  • 조범균은 말했다.
  • “이보게 여학생, 이 사람이 우리 반 친구야. 집안이 엄청 가난하거든. 맨날 알바를 뛰느라 수업에도 자주 지각하고 옷도 제때 갈아입지 못하거든. 지금 도서관에 와서 노력하려고 온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의 케익을 훔쳐먹으러 왔나 보네.”
  • 예쁜 여학생은 듣더니 혐오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 “아이고.”
  • 조용히 공부하던 다른 학생도 시끄러워서 모두 진명을 쳐다보았다.
  • “와, 진짜 변태 아니야? 다른 사람의 케익을 훔쳐먹어?”
  • “그렇게 가난하면 알바하러 가야지 공부는 왜 해?”
  • “쟤 어제 점심 식당에서 여자친구의 바람을 피운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아니야?”
  • “역시 가난한 사람은 천하다니까. 차여도 싸.”
  • 주위의 사람들은 조범균때문에 덩달아 같이 진명한테 손가락질했다.
  • 진명은 조범균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예쁜 여학생한테 설명했다.
  • “그런데 학생, 이 케익이 나의 자리에 놓여 있어서, 나는....”
  • 여학생은 바로 발끈했다.
  • “너의 자리? 훔쳐 먹는 주제에 무슨 변명이 그렇게 많아? 나 분명히 여기에 놓았어. 너의 자리하고 거리가 엄청나게 멀거든. 나의 컵도 여기에 있잖아. 너 이 케익 오늘 한정인 거 몰라? 하나에 2만 원이라고! 돈이 있어도 못 먹는 거야!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렸는지 알아?”
  • 그녀의 말을 듣던 진명은 일이 수상하게 느껴졌다.
  • 만약 여학생의 말처럼 그녀가 케익을 진명의 자리에 놓지 않았다면 누가 이런 짓을 꾸민 걸까?
  • 진명은 조범균이 웃음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 도서관의 자습실에 CCTV가 있으면 진실을 밝힐 수 있는데 CCTV가 없어서 진명은 자신을 위해 증명할 수가 없었다.
  • 그는 머리를 저으면서 지갑을 꺼내 말했다.
  • “학생, 돈 주면 될 거 아니야.”
  • 하지만 진명이 지갑을 꺼내 돈을 셀 때 두 번 세어보았는데 더러운 돈 5000원밖에 없었다. 5000원으로 갚을 수가 없었다.
  • 진명은 잔돈을 쥐고 있었다. 진명이 케익 값을 갚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본 조범균은 참지 못해 말했다.
  • “하하... 이 찌질이 좀 봐. 웃겨 죽겠네. 케익 값을 갚겠다네. 미친놈!”
  • 다른 학생들도 같이 웃었다.
  • “훔쳐 먹는 것도 승인하지 않고 돈이 없어 갚지도 못하고 참 웃겨!”
  • “어머, 저 사람 상 학원의 진무영이 아니야? 쟤 성격이 엄청 개떡 같다던데. 아무도 성에 차지 않는 부잣집 아가씨라던데.”
  • “새로운 타깃을 노리는 작업을 거는 거 아니야? 그냥 진무영이 낚이지 않아서 그렇지. 하하하.”
  • “내가 쟤라면 진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겠다.”
  • “진짜 뻔뻔스럽다.”
  • 진무영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의논하는 것을 듣고 더 화가 치솟아 말했다.
  • “나 이렇게까지 가난한 사람은 처음 봐. 겨우 만 원도 없어? 케익을 먹고도 승인하지 않는 사람은 진짜 뻔뻔스럽다.”
  • 진명은 자신이 확실히 그녀의 케익을 먹었기에 더는 변명하지 않았다.
  • 카드에 8000만 원이 있기에 그는 여학생한테 말했다.
  • “학생, 부족한 돈은 카카오페이로 이체해줄게.”
  • 진명이 돈을 건네주는 것을 보고 진무영은 그의 손을 치더니 돈이 바닥에 떨어졌다.
  • 그녀는 얼굴이 빨갛게 변하면서 욕했다.
  • “나 너처럼 가난한 줄 알아? 나는 만 원 내의 현금을 본 적이 없어! 그 더러운 돈 걷어치워!”
  • 진무영은 혐오하면서 뒷걸음을 하고 소리쳤다.
  • “배상하지 않아도 돼! 더러워서 참. 이만 원밖에 안 되는 거 그냥 거지한테 주었다 치지 뭐.”
  • 진명은 진무영이 피해자이기에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다.
  • 진무영의 케익을 자신의 자리에 놓은 조범균의 탓이었다.
  • 하지만 조범균이 자신을 비웃는 것만으로 그의 짓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
  • 이때 젊은 선생님이 걸어오더니 소리쳤다.
  • “여기 도서관이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소란 피우는 사람들은 다 나가!”
  • 선생님을 보던 진무영은 더욱 큰 소리로 말했다.
  • “선생님, 이 자식이 아침 사 먹을 돈이 없어서 저의 아침을 훔쳐먹다가 들켜버렸는데 승인하지 않아요.”
  • 진명은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돈을 주우면서 설명했다.
  • “선생님, 아니에요. 책을 가지고 제자리에 돌아왔는데 케익이 저의 자리에 놓인 것을 보고 누가 선물해 준 것인 줄 알고 먹은 거예요.”
  • 진무영은 화가 치밀어 비꼬면서 말했다.
  • “그만해! 영수증이 나한테 있는데 내가 너한테 선물을 했을까? 훔쳐먹고도 승인을 하지 않고 참 뻔뻔스러워. 고작 케익 하나 따윈 괜찮지만, 너와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게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어.”
  • 진명이 바닥에서 1000원도 아닌 100원까지 줍는 것을 보던 진우명은 그가 얼마나 가난하면 100원까지 줍는지 몰라 어이가 없었다.
  • 여자 선생님은 진무영의 말을 믿었고 차갑게 진명한테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 “나도 이렇게 뻔뻔스러운 학생을 처음 봐. 사람이 가난해도 되는데 야망은 있어야지. 책을 정리하고 도서관에서 나가. 한 달 동안 들어오지 마!”
  • 진명은 선생님하고 다투어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돈을 주운 후 도서관에서 쫓겨나갔다.
  • 조범균이 익살맞은 표정을 지으면서 설치는 모습을 본 진명은 자신이 책을 가지러 갈 때 조범균이 꾸민 짓임을 확신했다.
  • 진명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도서관에서 쫓겨나 화가 치솟았다.
  • “내가 네놈을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 진명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운산 별장에서 대기 중인 송연한테 문자를 보냈다.
  • “우리 반에 조범균이란 학생이 지금 학교 도서관에 있어요. 지금 당장 이놈을 혼 좀 내주세요. 오른손을 부러뜨리세요.”
  • 순간 송연의 답장이 왔다.
  • “네, 도련님.”
  • 문자를 보낸 진명은 조범균과 그의 똘마니가 도서관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 조범균은 비꼬면서 말했다.
  • “하하, 진명 너 이 찌질이. 너 눈치챈 거 맞지? 그래. 내가 했어. 하하.”
  • 조범균은 점점 더 세게 웃었다. 익살맞은 표정을 짓고 엉덩이를 흔들면서 까불었다.
  • 진명은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물었다.
  • “조범균, 우리 원한이 있는 사이도 아닌데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양우 대신 화풀이하는 거야?”
  • 조범균은 웃으면서 말했다.
  • “하하하, 찌질이, 너 같은 찌질이는 내가 학교에 다니는 낙이야. 네 꼬라지를 좀 보라고. 입는 거, 쓰는 거 다 격이 떨어지잖아. 하지만 내 취향이야. 그래. 내가 너를 괴롭혔어. 어떡할래? 나한테 복수할 능력이라도 돼? 너는 그냥 개미야. 내가 함부로 해도 된다는 뜻이지.”
  • “너처럼 구차한 찌질이를 놀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즐거워.”
  • “아까 너 잔돈 가득 꺼냈는데 돈이 부족해서 난처한 모습, 아이고, 웃겨 죽겠어. 어떡하면 만 원도 없을 수가 있지?”
  • 조범균과 그의 똘마니는 크게 웃으면서 다가와서 또 말했다.
  • “화가 나? 치려고? 겁쟁이, 찌질이 같은 놈. 너의 이성이 자신이 거지라고 나 같은 재벌 2세를 건드리면 안 된다고 타일러주고 있지? 나는 너처럼 찌질이가 화나는데 무능해서 참아야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치라고 해도 칠 깡도 없는 호구야.”
  • 진명은 더는 참을 수가 없어 손을 들고 조범균의 뺨을 내리쳤다.
  • 갑자기 길옆에 빠르게 달려오던 검은색 벤츠 MPV가 급브레이크를 밟더니 세 사람 앞에 멈추었다. 길바닥에는 급브레이크를 밟아서 생긴 검은 타이어 흔적이 남아있었다.
  • 차 문이 열리자 차 안에서 굵은 팔뚝이 조범균의 멱살을 잡고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액셀의 시동 소리와 함께 벤츠 MPV는 떠나갔다. 벤츠가 멀리 가지 않았는데 차 안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 “당신들 뭐야?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 아... 내 손!”
  • 얼마 지나지 않아 벤츠 MPV 차 문이 다시 열리더니 달리는 대로 조범균을 밖으로 내던지고 떠나갔다. 사건의 과정이 십몇 초밖에 안 되었다.
  • 조범균의 똘마니가 그제야 정신이 들어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조범균에 빨리 다가가서 말했다.
  • “범균 형, 범균 형, 왜 그래요? 누구 없어요? 도와주세요!”
  • 이와 동시에 진명의 핸드폰에는 3장의 사진과 한마디 문자가 떴다.
  • 첫 번째 사진은 조범균이 갑자기 차 안에 끌려들어 갈 때 놀라워하는 표정을 찍은 사진이었고 두 번째 사진은 조범균의 오른손이 괴한에게 부러지는 사진이었으며 세 번째 사진은 조범균이 차 밖으로 내 버려지는 사진이었다.
  • 문자의 마지막에는 송연이가 남긴 말이 있었다.
  • “도련님, 미션 완성했습니다.”
  • 진명은 송연의 일 처리가 세련되어서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 진명은 핸드폰을 넣으려고 할 때 또 하나의 문자가 왔다.
  • “진명, 당장 배드민턴장으로 와서 동아리 행사에 참여해.”
  • 진명의 이맛살이 구겨졌다. 또 그더러 공을 줍고 물과 수건을 가져다주는 심부름을 시키려는 것을 알고 가지 않기로 했다.
  • 그는 선약이 있어 못 간다고 바로 답장했다.
  • 하지만 몇 걸음 걸지 않았는데 핸드폰이 또 진동했다.
  • 안현미가 보낸 문자였다.
  • “같이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