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알바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는 진명은 테이블을 닦고 있다가 갑자기 멈추었다.
옆 상에 앉아 있는 남학생과 여학생은 모두 그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
남학생은 그와 형제처럼 지내던 같은 고향 친구 양우였고 여학생은 그가 2년 동안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 이봄이었다.
이봄은 핸드폰 박스를 열면서 놀라워하며 말했다.
“어머, 양우야, 이거 아이폰 신상이잖아! 엄청나게 갖고 싶었는데. 어떡해~ 너무 좋아. 고마워~”
공공장소에서 키스하고 있는 이봄과 양우를 본 진명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의 눈에서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
양우는 흡족한 미소를 번지고 테이블 아래로 손을 내밀어 이봄의 치마 속에 넣더니 그녀의 허벅지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이봄아, 나 양우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거든. 이까짓 아이폰이 다 뭐야? 우리 집 1년에 10억 원은 눈 감고도 벌 거든. 이제 나랑 사귀면 너 호의호식할 거야.”
진명은 테이블을 닦던 행주를 손에 쥐고 화가 치밀어 진저리치고 있었다. 이것들이 감히 자기를 속이고 이곳에서 바람을 피우다니 말이다. 진명은 쟁반을 들고 두 사람 앞에 있는 테이블에 내던졌다.
깜짝 놀란 양우는 소리 질렀다.
“미쳤어? 어떤 놈이 감히... 어... 진명아, 네가 어떻게?”
아이폰 신상을 손에 들고 있던 이봄은 바람 핀 현장을 들켜 몹시 당황했지만, 바로 차분해졌다.
그녀는 오히려 양우를 걱정하며 물었다.
“양우야,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자신을 무시하고 양우를 걱정하는 여자친구를 보면서 그의 가슴은 찢어지는 것 같았다. 진명은 화가 치밀어 올라와 큰소리쳤다.
“이봄, 나 너 좋아하는 아이폰 신상을 사주려고 힘들게 알바하고 있는데 너는 나를 속이고 여기서 바람을 피워? 양우, 너 이러고도 친구야? 내 여자친구하고 바람을 피워? 나는 너 같은 친구 없어!”
소란스러운 세 사람은 식당의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이봄도 화가 나 양우를 자신의 뒤로 끌어당기고는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그래, 나 바람을 피웠다! 네가 너무 가난해서 그런 거 아니야? 나는 네가 가난한 거 못 봐주겠거든. 너처럼 궁상맞은 찌질이는 나랑 사귀는 자격도 없어. 여기서 테이블이나 닦는 줄 몰랐네. 너는 얼굴만 반반했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잖아. 양우 같은 금수저야말로 진짜 사나이지.”
양우는 얼굴에 묻은 더러운 물을 닦고 몰래 바람 핀 것이 들켰으니 아예 거리낌 없이 말하기로 했다.
“진명아, 너 거울 좀 봐봐. 네가 얼마나 거지 같은지. 너 같은 놈이 이렇게 예쁜 여자하고 어울린다고 생각해? 이봄이 원하는 것을 다 해줄 수 있어? 넌 그냥 테이블이나 닦고 주방 설거지랑 하는 찌질이야. 알아듣겠어? 친구? 너랑 친구 하는 것도 이봄에게 접근하려던 거야. 병신아.”
진명은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말했다.
“이봄아, 내가 너의 남자친구잖아.”
이봄은 하찮게 말했다.
“그래, 예전에는 네가 잘 생겼다고 생각해서 콩깍지가 씌었던 거지. 네가 세차하고 문지기를 서며 설거지하는 천한 짓거리들을 보니까 너만 보면 역겨워져. 너는 문이나 지키는 개야. 그런 사람이 내 남자친구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니? 너는 창피하지 않겠지만, 나는 엄청나게 창피하거든.”
문이나 지키는 개? 그녀의 악담은 비수처럼 진명의 가슴에 꽂혀 그의 마지막 희망까지 태워버렸다.
이때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비꼬면서 말했다.
“그래, 능력이 없으면서 여자친구 바람피우는 거 원망하지 말아야지. 지금이 어느 때인데 다 자유롭게 연애하잖아. 누구나 다 선택할 권리가 있는 거지.”
어떤 사람은 동정하면서 말했다.
“자기 돈 없는 탓 해야지. 돈이 있어서 아이폰 신상을 사주었으면 여자친구가 도망치겠어?”
타이르는 소리도 들려왔다.
“아이고, 누구나 다 배신당하고 사는 거야.”
“돈 없으면 그냥 혼자서 자위하면 되잖아. 왜 굳이 여자가 행복을 찾겠다는 것을 막아.”
양우는 주위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 하긴 지금 시대에 가난은 비웃어도 창녀를 비웃지 않는다고 그는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네가 돈 없는 게 죄야. 설거지하면서 돈 몇 푼 번다고 그래? 이봄이 한시라도 빨리 너한테서 떠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야. 우리 집은 돈이 많잖아. 이봄이 원하는 거 다 해줄 수 있어. 너는 할 수 있어?”
이봄은 혐오하면서 말했다.
“그래도 한 때 사귀었던 사이라 너한테 좀 체면을 지켜주려고 했는데 지금 보니 그럴 필요가 없네. 너 같은 찌질이는 꺼져 그냥.”
진명의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같이 아팠다. 그는 가난했지만, 이봄이 원하는 것을 사주려고 밤낮없이 알바를 뛰었고 2년 사이 그녀를 위해 적어도 400만 원을 썼다. 하지만 이봄이 이 모든 것을 즐기고 다른 금수저를 찜하고 진명을 차버렸다.
같은 고향 친구였던 양우는 어릴 적부터 동네 사람들한테 괴롭힘을 당했는데 진명이 계속 양우를 감싸주었다. 양우는 진명의 껌딱지처럼 붙어 다녔었는데 대학교에 입학해서부터 변해버렸다.
진명은 양우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가로채 갈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충격을 받은 진명은 머리를 저으면서 눈앞의 두 사람에 대해 체념해 버렸다.
낙담한 그는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말했다.
“이봄아, 넌 그렇게 돈이 좋아? 나를 사랑한 적 있어?”
이봄은 하찮은 말투로 말했다.
“그래. 나는 돈이 엄청 좋아. 너 돈만 있었으면 나 너를 떠나지 않았을 거야. 근데 너 돈 있어? 2년 동안 너 돈이 없었잖아. 너 때문에 내 2년이라는 청춘이 낭비되었어. 후회돼 죽을 것 같아.”
양우는 이봄을 안고 허세를 떨면서 말했다.
“왜? 진명, 이봄이 누구를 사랑하는지 이봄의 자유 아닌가? 너도 배운 사람인데 자유는 모든 사람의 권리라는 것도 알고 있겠지? 우리 같은 고향 친구로서 말해주는데 이봄의 생각은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너랑 나 진짜 끝이야. 너의 아버지 우리 가계창고에서 일하지. 내 전화 한 통이면 너의 아버지 바로 잘리게 될 거야.”
이봄은 또 한 번 양우한테 뜨겁게 키스하고 말했다.
“양우야, 너 진짜 멋져! 역시 내가 사람 보는 안목은 정확해.”
두 사람은 이렇게 떠나려고 했는데 갑자기 진명이 큰소리쳤다.
“잠깐! 정산할 게 하나 남은 것 같은데.”
모든 사람은 끝난 줄 알고 흩어지려고 했는데 진명이 반격했다. 구경꾼들은 금수저인 새 남자친구를 상대로 설거지하는 진명이 어떻게 반격할지 궁금했다.
진명은 심호흡을 하더니 눈빛은 더는 막연하지 않고 단호하게 변했다.
그는 차갑게 말했다.
“그래.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어제 한 이별 섹스 값은 확실하게 계산해야지. 2년 동안 너의 청춘을 낭비했다는 말은 하지 말고.”
진명은 만 원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
“무슨 뜻이야?”
“이별 값 만 원?”
“역대 최저 이별 값이 나타났어.”
“이 사람 웃기는 거 아니야? 차여서 미친 거야?”
주위의 사람들이 비웃는 것을 보고 이봄은 더욱 기고만장해져 하찮게 말했다.
“겨우 만 원밖에 없어? 만 원 가지고 뭐? 이별 값? 웃기시네. 만 원은 내가 줄게. 불쌍해서.”
진명은 낮은 톤으로 말했다.
“오해하지 마! 이거 이별 값이 아니고 어제저녁에 우리 섹스 한 값이야. 우리가 사귀는 730일 동안 내가 성욕이 좀 세서 너랑 일주일에 네 번 정도는 했잖아? 하지만 2년 동안 너한테 돈을 400만 원 정도 썼고 대충 계산하면 너랑 한 번 자는 게 만 원 정도더라. 이렇게 계산해보면 싸네. 내가 준 만 원은 어제저녁 섹스한 값이야. 거스름돈은 그냥 팁이라고 생각하고 받아.”
식당의 구경꾼은 적어도 스무 명이 있었다.
그들은 그냥 강 건너 불구경하는 구경꾼들이었는데 진명의 새로운 이별 섹스 값을 듣더니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몇 초 동안 쥐 죽은 듯 조용하던 식당 안이 갑자기 박장대소했다.
“푸, 하하하....”
“이거 진짜 대박이다. 섹스 한 번에 만 원이야? 밖에서는 십만 원으로도 찾지 못하잖아. 하하하.”
“진짜 싸다. 아이고.”
“이러고 보면 저 남자가 벌었네.”
“일주일 네 번, 대박! 한 번에 만 원밖에 안 돼? 아이고, 이봐요. 카카오톡 추가합시다.”
“만 원에 하룻밤이야? 일 년 치 예약할게.”
이봄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고 너무 화가 나서 진저리치고 있었다. 그녀는 이 사실을 반박할 수가 없어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진명의 말은 독이 묻은 비수처럼 그녀의 가슴에 꽂혔다. 그녀는 시간을 돌려 진명이 이 말을 하기 전에 이곳을 떠나기를 바랐다.
그녀는 진명을 가리키면서 더듬으면서 말했다.
“너, 너... 진명 너 이 찌질이! 너 기억해둬! 나, 나... 양우야, 어디가? 나 좀 기다려.”
양우는 사람들이 자신을 화냥년과 사귀는 놈이라고 비웃을까 봐 이곳에 남겨있을 면목이 없어 바로 떠났다.
진명은 두 사람이 떠난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명은 이별의 익살극에서 이겼지만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실연을 당한 진명은 일할 기분이 없어 식당을 떠났다.
그는 교내의 가로수 길옆에 넋 놓고 앉아 있었다.
진명이 우울하고 슬퍼할 때 갑자기 위엄있는 검은 옷차림을 한 두 남자가 다가왔다.
진명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더니 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그들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는 긴장해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말했다.
“저는 당신들 모르는데요. 사람을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남자는 사진 한 장 꺼내 보고 진명을 또 한 번 보더니 말했다.
“진 선생님, 저희 회장님께서 부르십니다.”
“당신들의 회장님이 누구신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신데요?”
진명은 반항하면서 물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머리를 저으면서 말했다.
“저희는 그냥 진 선생님을 데리고 가는 것만 담당합니다. 기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진 선생님께서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 불법적인 일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만약 진 선생님께서 차에 오르시는 것이 겁이 나신다면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말을 다 한 남자는 예의 있게 차로 안내하는 자세를 취했다.
진명은 길옆에 세워진 벤츠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진명은 갑자기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나는 너무 가난해서 여자친구가 다른 놈이랑 도망치고 남은 게 깡밖에 없어요. 당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네요.”
얼마 지나지 않아 진명은 차창을 넘어 G 시티의 최상류 부자들이 사는 별장구역인 운산 별장을 보았다. 차는 계속 앞으로 운전했고 정상에 있는 별장 앞에서 멈추었다.
진명은 침을 삼키면서 돈이 얼마만큼 있어야 이런 곳에 살 수 있을지 생각했다.
진명은 차에서 내려 금속으로 된 높은 가드레일과 복고적인 인테리어, 철로 만든 대문 옆에 두 마리 용의 석상이 있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