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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어디서 나는 음식물 썩은 내지?

  • “진명아, 어디서 알바하고 있어? 수업이 바로 시작이야. 하균 선생님이 결석한 사람은 불합격을 시키겠다고 해. 맞다. 너의 책은 내가 가져왔어. 602호 교실로 바로 와.”
  • 벤츠에서 내린 진명은 같은 기숙사에서 사는 친구 조일우의 문자를 받았다.
  • 어쩔 수 없는 진명은 미친 듯이 교실로 달려갔다.
  • 교실에 도착한 그는 지각해서 교실 문밖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 “선생님, 죄송합니다. 저 지각했습니다.”
  • 강의하고 있는 하균 선생님은 그를 무시하고 계속 문제를 풀고 있었다. 1분 후 문제 풀이가 끝난 선생님은 손을 털더니 문밖에서 땀을 흘리며 서 있는 진명을 곁눈질했다.
  • 진명을 교실 문밖에 내버려 두었더니 교실 분위기가 많이 어색했다. 학생들은 동정하는 사람도 있고 비웃는 사람도 있었으며 무표정으로 진명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 하균 선생님은 불만이 가득 차서 말했다.
  • “진명, 너는 대학교에 와서 알바하러 왔어? 아니면 공부하러 왔어? 만약 알바가 더 좋으면 휴학하고 열심히 일이나 해. 식당에서 설거지하는 것이 창피한 일이 아니야.”
  • “알바 할 때 입은 옷도 갈아입지 않고 말이야.”
  • “나의 수학 수업을 들으면서 책도 가지고 오지 않았어? 너는 신동이니?”
  • 하균 선생님의 분노에 분위기는 한껏 가라앉았다. 누가 봐도 하균 선생님이 화가 많이 났다.
  • 진명도 자신이 지각해서 변명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냥 서서 욕을 먹고 있었다. 이때 문밖에 또 두 사람이 왔다.
  • 양우와 이봄이었다.
  • 세 사람은 모두 같은 반이었다.
  • 양우와 이봄은 진명을 보더니 점심에 식당에서 알바할 때 입었던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고 비웃으려다가 교실이라서 말을 삼켜버렸다.
  • “죄송합니다. 선생님, 저희 지각했습니다.”
  • 하균 선생님은 미간이 구겨지더니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 “들어가. 다음에 조심하고.”
  • 하균은 나이가 있으신 선생님이지만 속물이었다. 양우가 금수저인 것을 보고 그만 눈 감아 주었다. 지난번 양우가 불합격을 맞아서 하균 선생님께 선물을 드린 후부터 하균은 양우를 특별히 잘 챙겨 주었다.
  • 이런 차별대우는 다들 놀랍게 했다. 진명은 양우와 이봄 두 사람도 같이 욕을 먹을 줄 알았는데 전혀 욕을 먹지 않고 교실로 들어갔기에 화가 치솟아 말했다.
  • “양우와 이봄도 들어갈 수 있는데 저도 이만 들어가도 되겠죠?”
  • 자리에 앉은 양우는 기회다 싶어 비꼬면서 말했다.
  • “뭐? 알바하러 가려고 준비한 거 아니야? 옷도 차려입었잖아. 알바 우수생으로 찜해줄게.”
  • “하하하....”
  • 어떤 사람들은 크게 웃었다.
  • 이봄도 뒤질세라 바로 따라 말했다.
  • “어머, 어디서 나는 썩은 냄새야? 식당의 음식물 쓰레기통의 냄새랑 똑같잖아? 어디서 나는 거야?”
  • 말이 끝나자 어떤 사람들은 코를 막고 혐오하면서 말했다.
  • “진명아, 깨끗하게 씻고 수업하러 오면 안 되겠니? 진짜 너 하나 때문에 교실 안이 쓰레기장이 되었잖아.”
  • 이봄은 점심에 식당에서 만 원에 하룻밤이라고 싸다는 말에 창피했는데 드디어 복수할 기회를 잡았다고 의의 양양해서 웃었다.
  • 식당에서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적어서 그녀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이봄은 속으로 생각했다.
  • “내가 그때 왜 너 같은 자식을 좋아해서. 얼굴이 잘생겨서 뭐 해. 돈 없으면 아무 소용도 없는데. 나 보고 너 따라 고생하라고? 썩은 냄새가 나는 게 너 창피하지 않아도 내가 창피해!”
  • 하균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 “이거 봐봐. 교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고 할 말이 있어? 여기 와서 칠판에 있는 문제를 풀어봐. 풀면 남아서 수업을 듣고 풀지 못하면 돌아가서 깨끗하게 씻고 와.”
  • 진명은 극도로 우울해서 입술을 깨물었다. 도대체 왜 이봄과 양우는 아무런 벌도 받지 않았는데 자신은 문제를 풀어야 했는지, 자신도 똑같게 등록금을 냈는데 왜 차별을 당하는지, 가난하지만 등록금은 다 냈는데 말이다.
  • 하지만 여기는 학교인 것만큼 선생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학생은 없었다. 선생님을 건드렸다가는 퇴학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진명은 강단에 올라갔다. 풀어야 할 문제는 선형대수의 값어치를 구하는 문제였다. 대학교의 수학은 많은 사람이 배우기 어려워 불합격을 맞은 사람들이 많았다. 양우와 이봄 같은 사람은 뇌물을 바쳐야 합격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 그때 양우는 진명한테 지금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없다고 말했었다.
  • 하균은 옆에 서서 진명이 문제를 못 풀 것을 확신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 “오늘 가르친 새로운 내용을 너처럼 맨날 알바를 뛰는 학생이 미리 공부할 리가 없지. 참. 이렇게 멀리 서도 썩은 냄새가 나, 진짜 더러워 죽겠네.”
  • 뒤에 있던 학생들도 궁금해서 물었다.
  • “새 지식 포인트잖아. 진명이 풀 수 있겠어? 평소에 엄청나게 잘하는 것 같던데.”
  • 양우는 하찮게 말했다.
  • “풀 줄 알기는 개뿔. 요새 이봄에게 아이폰을 사주려고 하루에 알바 세 개를 뛰어다니는 사람이야. 점심에는 식당에서 설거지하고 저녁 무렵에는 배달하며 저녁에는 술집 문지기를 서는데 언제 공부할 시간이 있겠어?”
  • 이봄도 비꼬면서 말했다.
  • “무조건 못 풀어. 하균 선생님이 쫓아내는 게 맞아. 저런 사람은 진짜 뻔뻔해. 저렇게 가난한 사람은 우리와 같은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들을 자격이 있기나 해?”
  • 진명과 같은 기숙사에서 사는 조일우는 불만스러워 말했다.
  • “이봄, 너 왜 그래? 너 진명의 여자친구 아니야? 왜 양우랑 같은 편이야?”
  • 이봄은 사나운 모습을 하고 말했다.
  • “우리 헤어졌어! 저런 찌질이한테 내가 너무 과분해. 쟤는 그냥 문을 지키는 개 혹은 설거지할 자격밖에 안 돼!”
  • “와!”
  • 갑자기 다른 학생들은 감탄하고 있었다.
  • 진명은 필을 휘날리면서 문제 해결하는 공식을 써냈고 기하로 설명하면서 수자로 선형대수를 표현해 최종 변량의 값어치를 구해냈다. 문제 풀이가 너무 철저하고 상세하여 하균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경력이 많은 하균은 진명이 평소에 엄청나게 공을 들였다는 것을 바로 보아낼 수 있었다.
  • 진명은 문제를 풀고 나서 하균의 몹시 놀라 하는 표정, 그리고 학생들의 우러러보는 눈길과 양우가 똥 씹은 표정을 보더니 마음속에 억눌려 있었던 분노가 많이 사라졌다.
  • 진명은 속으로 생각했다.
  • “일부러 나를 곤란하게 하려고? 내가 몇 년간 공부를 그냥 한 줄 알아?”
  • 하균은 자신이 진명한테 문제를 풀어내면 남아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했기에 귀찮게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 “제 자리 찾아가서 앉아. 다음에는 지각하지 마. 학점을 깎을 거야.”
  • 진명은 자신과 같이 사는 친구들을 찾아 앉아 있었다.
  • 조일우는 엄지 척을 하면서 말했다.
  • “대박. 친구야. 오, 이거 너의 책이야. 내가 가져왔어.”
  • 양소운도 칭찬하면서 말했다.
  • “너 알바를 그렇게 많이 뛰면서 공부할 시간이 있어? 진짜 대단해!”
  • 손지범도 말했다.
  • “그런데 진명아, 왜 옷을 갈아입지 않은 거야? 점심에 계속 보이지 않더니 언제 이봄이랑 헤어졌어? 너희들 2년이나 사귀지 않았어?”
  • 진명은 점심에 있었던 이별 이야기를 했더니 기숙사의 세 친구는 모두 진명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들은 진명이 가난하지만, 이봄에게 새 아이폰을 사주려고 하루에 알바 세 개를 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 이봄은 진명을 배신하고 금수저인 양우와 사귀게 되었다니 그들도 화가 났다. 같은 고향 친구인 양우는 같은 대학교, 같은 학과에 붙었는데 친구의 여자친구를 가로채는 것도 경우가 아니었다.
  • 기숙사의 세 친구는 동시에 말했다.
  • “진짜 개 같은 연놈들이야. 진명아, 마음에 두지 마! 너처럼 멋진 남자는 더 좋은 여자 만날 거야!”
  • 진명은 친구들의 위안을 고마워하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 “알았어. 앞만 보고 살아야지.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 나는 이대로 무너지지 않을 거야.”
  • 오후의 수업은 빨리 지나갔다. 하균은 수업이 끝나자 바로 떠났고 다른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일정에 따라 움직이었다. 조우일, 손지범, 양소운 세 사람도 기숙사에 돌아가서 그들의 생방송을 하러 갔다.
  • 진명은 배달집의 사장님과 적어도 두 달 동안 일할 수 있다고 장담했는데 갑자기 못하게 된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었다. 갑자기 못 한다고 하면 배달집의 사장님한테 정말 미안하기 때문이다.
  • 이때 이봄은 일부러 양우 곁에 다가가서 큰 소리로 말했다.
  • “자기야, 빨리 일어나. 저녁은 어디에서 밥을 먹을까? 오후 내내 이 냄새 때문에 역겨워 죽겠어.”
  • 그녀의 목소리는 엄청나게 컸고 달콤했다. 예전에 이봄은 똑같이 진명과 말을 했었다.
  • 양우는 버버리의 명품 옷을 빼입었고 손목에는 금시계를 하고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할까 봐 아우디 키를 덩그러니 허리에 차고 있었다.
  • 진명은 얼굴이 굳어지더니 상대하고 싶지 않아 일어서서 떠나려고 했다.
  • 이봄은 계속 진명 쪽을 보다가 기회다 싶어서 큰 소리로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
  • “아이고, 진명아, 네가 일어나서 뭐 하는 거야? 머리가 나쁜 거야? 우리는 인젠 헤어졌어. 내가 부르는 자기야는 우리 양우야 네가 아니고. 네가 일어나서 뭐해? 썩은 냄새 때문에 진짜 오후 내내 역겨워 죽는 줄 알았잖아.”
  • 예전의 이봄은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진명을 자기라고 부르면서 밥 먹으러 갔는데 지금 사람이 바뀌었고 진명은 아직 적응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떠나지 않고 교실에 남은 학생들은 지금 이 상황을 보고 모두 웃었다.
  • 진명은 이봄이 한 시라도 자신을 괴롭히지 않으면 힘든 것 같은 모습을 보고 그녀가 점점 역겨워졌다. 물론 진명도 타인이 자신을 함부로 괴롭히도록 가만히 있는 연약한 사람이 아니기에 이봄이 이렇게 진상으로 나오니 진명도 그녀의 체면을 봐주지 않기로 했다.
  • 그는 마음이 아파하면서 말했다.
  • “양우야, 나와 이봄이 헤어지기는 했지만, 너와 나 같은 고향 친구로서 이봄을 잘 부탁할게. 그래도 내가 사랑했던 여자니까.”
  • 옆에서 듣던 학생들은 그가 갑자기 찌질이처럼 슬퍼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 어떤 학생은 하찮게 말했다.
  • “참, 쟤 호구야? 차여서도 잘 보이려고 저러는 거야?”
  • 조범균은 비꼬면서 말했다.
  • “진짜 사나이는 더 이쁜 여자친구를 찾아야지. 참 격이 없는 찌질이.”
  • 양우는 오히려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 “그거 말이라고 해? 이봄이 나하고 사귀는 게 현명한 선택이야. 너 같은 거지하고 사귀면 어떤 개고생을 하겠어?”
  • 진명은 슬퍼하면서 말했다.
  • “이봄이 반나체로 잠자기 좋아하거든. 그래서 새벽에 추위를 많이 타거든. 네가 새벽에 이불을 덮어주는 것을 습관 해야 해. 그리고 섹스할 때 쟤 몸 상태를 잘 체크해야 해. 맞다. 오늘 8일이지? 쟤 생리 오는 날이야. 엄청나게 불편해할 거야. 예전에는 쟤가 나를 위해서 입으로 해주었거든. 내가 너무 세게 해서 목이 불편하다면 내가 항상 박하사탕을 사주었거든. 그리고... 이 차가 아직 쓸 만하지만, 파이프가 검고, 엔진오일이 태우는 현상이 심각해. 엔진이 절정에 도달할 때 잘 풀리거든, 30분 후 파이프에서 물이 새 나와서 안에서 바로 뿜어나올 거야.
  • 진명이 사람들이 못 알아들을까 봐 요즘 유행하는 개그까지 써가면서 말했다.
  • “꺼져!”
  • 이봄은 진명의 말을 듣더니 진저리쳤다.
  • 그녀는 책을 하나 들고 진명한테 내던지었다.
  • 진명이 자신과의 과거를 모두 양우한테 들려주어서 양우가 자신을 헌신짝으로 보면 어떡할지 걱정했다.
  • 진명이 이렇게 얘기를 하니 반전이 생겼다.
  • 강 건너 불구경하던 학생들이 모두 웃고 떠들었다.
  • “하하, 이봄 너 이런 사람이었어?”
  • “진명 너무 못 됐다.”
  • “아이고, 양우 이 중고차 잘못 샀네.”
  • 양우도 오늘 두 번째로 반격을 당했다. 그는 거의 헌신짝을 가졌다는 태그를 달게 되어 우울했다. 하지만 200만 원을 쓰고 금방 이봄이랑 사귀게 되었는데 잠자리 한 번 가져보지 못하고 헤어진다는 것은 말이 아닌 것 같았다.
  • 양우는 화가 치솟아 위협했다.
  • “입 싹 다 다물어! 진명. 나 너 경고하는데, 나 돈 많아. 너 다시 나의 여자친구를 건드리면 같은 고향 친구고 뭐고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두고 봐!”
  • 진명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
  • “누가 누구를 건드려? 나도 가만히 당하는 사람이 아니야.”